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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충천

‘화장발’보다 중요한 것

‘화장발’보다 중요한 것

초등학교 시절 ‘政治(정치)’라는 한자를 처음 접하고 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습니다. “왜 ‘바를 정(正)’에 ‘다스릴 치(治)’를 써서 ‘바르게 다스리는 것’을 정치(正治)라 하지 않았을까.”

그 의문을 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정치(正治)’는 요원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미국 작가 래리 하디만은 정치(Politics)의 어원을 이렇게 풀이했습니다. ‘poly’는 많다는 뜻이고 ‘ticks’는 피 빨아먹는 진드기라는 뜻이니, 정치란 ‘피 빨아 먹는 진드기 집단’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중국에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한 여행사 가이드는 ‘경(京)’이라는 글자가 함축한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죠. 갓을 쓴 관리(ㅗ)가 제일 위에 있고, 그 밑에 입(口)이 큰 상인(요즘으로 치면 재벌)이 소(小)시민을 밟고 선 곳이 ‘서울’이라고.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정치’를 키워드로 넣으면 ‘국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라고 나옵니다.

‘화장발’보다 중요한 것
그런데 사전적 의미와 현실에서 통용되는 정치에는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인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에만 치중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지탄받는 이유는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을 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명망가 영입에만 골몰합니다. ‘화장’을 고친다고 본래 얼굴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듯, 새 인물을 앞세운다고 국민이 “이제 정치가 바뀌겠구나” 하고 신뢰를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권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금껏 해온 정치 행위가 과연 국리민복에 부합했는가’를 뒤돌아보려는 자성 노력이 아쉽습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는 인재 영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주간동아 2011.08.16 800호 (p9~9)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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