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6

2011.07.18

심심풀이 친목 도모가 어느새 도박으로

카드놀이

  • 입력2011-07-18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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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풀이 친목 도모가 어느새 도박으로

    ‘카드놀이 하는 뗏목꾼’, 빙엄, 1847년, 캔버스에 유채, 71×96, 미주리 세인트루이스 미술관 소장.

    자투리 시간에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무료한 시간을 알차게 보낼 마땅한 일이 없을 때 어떤 사람은 화투를 꺼내든다. 시간 보내기 좋은 데다 동료애도 돈독하게 할 수 있어서다. ‘카드놀이 하는 뗏목꾼’은 바로 무료함을 카드로 달래는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다.

    두 명의 남자가 마주보고 의자에 앉아 카드놀이에 열중하고, 중앙에 있는 남자는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은 채 손으로 턱을 괴고 이를 진지하게 바라본다. 화면 오른쪽 남자는 카드놀이에 열중하는 남자의 어깨 너머로 카드를 유심히 보고 있으며 또 한 남자는 그들과 대조적으로 뗏목이 경로를 벗어나지 않게 하고자 묵묵히 노를 젓는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커다란 못과 나무토막은 남자들이 탄 배가 뗏목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중앙에 턱을 괴고 선 남자의 깔끔한 옷과 모자는 그가 뗏목 운반 감독관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화면 전면에 흐트러져 있는 공구는 그들이 뗏목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카드놀이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화면 전면 나무궤짝에는 술병과 지팡이가 놓여 있고 한 남자가 앉아 술을 마신다. 지팡이는 남자가 카드놀이에 끼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 이유를 암시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뗏목꾼보다 수입이 적다. 그래서 카드놀이에 낄 수 없었던 것이다. 배경의 잔잔한 수면은 뗏목을 운반하기 좋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임을 나타낸다.

    조지 캘럽 빙엄(1811~1879)은 미주리에 정착해 미시시피 강 주변에서 사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그가 그들에게 매료된 이유는 거친 환경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빙엄은 이 작품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터전으로 생활해야 했던 사람들의 척박한 모습을 드러낸다.



    화투는 직장 동료와의 친분을 돈독하게(?) 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친척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일소하고자 할 때도 매우 요긴하게 이용된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일수록 대화가 30분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구와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을 그린 작품은 페르난도 보테로(1932~)의 ‘카드놀이’다. 두 남자가 전등이 켜진 실내의 작은 방에서 카드놀이에 열중하고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널렸다. 중절모를 쓰고 넥타이까지 맨 남자가 에이스를 들고 있고 와이셔츠만 입은 남자는 담배를 문 채 자신의 패를 고르고 있다. 등받이 의자와 와이셔츠는 그가 주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 바닥의 담배꽁초와 불 켜진 전등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카드를 쳤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부릅뜬 눈과 경직된 자세는 카드놀이가 사실상 오락이 아닌 도박임을 암시한다. 남자가 엉덩이 밑에 카드를 숨긴 것은 카드놀이에서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심심풀이 친목 도모가 어느새 도박으로

    1‘카드놀이’, 보테로, 1999년, 캔버스에 유채, 107×136, 작가 소장. 2‘사기 도박꾼’, 라투르, 1635년, 캔버스에 유채, 106×146,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이 작품은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테로는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고자 인체를 터질 듯하게 부풀렸다. 또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라틴 유흥문화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라틴 사람은 주말마다 손님을 초대해 카드놀이를 즐긴다.

    화투는 손목 운동용 오락이 아니다. 화투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은 돈이다. 하지만 화투는 친목 도모용이든, 시간 때우기용이든 시간이 흐를수록 도박의 성격을 가지며, 도박이 되는 순간부터 대부분의 사람은 승패에 집착하게 된다. 돈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욕망을 노리는 것이 사기도박이다.

    사기 도박꾼을 그린 작품이 조르주 드 라투르(1593~1652)의 ‘사기 도박꾼’이다. 이 작품은 사기꾼의 술수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젊은이를 묘사했다. 실내에서 사람들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 앞에 금화를 쌓아둔 젊은 귀족이 손에 든 카드를 보고 있고, 화면 왼쪽의 남자는 에이스 카드를 숨긴 채 비스듬히 앉아 있다. 화면 중앙에 앉아 있는 여인은 카드를 들고 하녀에게 눈짓을 보내고, 포도주 잔을 들고 있는 하녀는 눈으로는 어린 귀족의 카드에 집중하면서 고개는 부인을 향해 있다. 이는 하녀가 귀족의 카드를 훔쳐보고 부인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작품에서 귀족의 황금색 깃털과 하녀의 터번은 돈에 대한 탐욕을 암시한다. 붉은색은 돈에 대한 욕망을 가리킨다. 얼굴에 빛을 받고 있는 공작은 선을 상징하고, 어두운 얼굴의 사기꾼은 악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풍속화로 당시 민중의 삶을 다뤘다. 17세기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한 세 가지 유혹이 여자, 술, 도박이었는데 라투르는 이 세 가지를 한 화면에 담았다. 원제는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지닌 사기 도박꾼’이지만 간단하게 ‘사기 도박꾼’으로 부른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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