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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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연 대변인 ‘PT 여왕’된 이유

절제와 친근한 프레젠테이션으로 평창 유치 ‘일등 공신’…철저한 반복 연습 완벽 추구

  • 이재란 PSK 소프트스킬 소장 tina104@daum.net

    입력2011-07-18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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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를 앞두고 평창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하 PT)이 시작됐다. 이날 평창 PT는 명분과 내용에서 경쟁도시인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PT는 자신의 존재감과 실력을 알리는 흔치 않은 기회다.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한다.

    연아는 ‘7주 만의 인연’으로 공략

    하지만 생각처럼 PT를 잘하기란 쉽지 않다. 최악의 PT는 프리젠터가 일방적으로 하고픈 말만 하는 것이다. 청중에게서 ‘예(Yes)’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상대가 듣고자 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마인드 컨트롤이다. PT에서 마인드 컨트롤이란, 자기 감정 통제를 통해 청중이 듣고자 하는 말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프리젠터가 얼마나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느냐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절제된 마인드 컨트롤이 돋보인 이는 ‘더반의 스타’ 나승연 대변인이다. 그 원동력은 100번 이상의 현장감 있는 리허설에서 나왔다. TV 예능 및 가요 프로그램은 대부분 리허설을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짚어보고 시나리오의 흐름이나 시간 안배를 재정비한다. PT는 콘텐츠가 아무리 명쾌하더라도 프리젠터가 완벽히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콘텐츠를 한 줄이라도 더 넣는 데 집중할 뿐, 정작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PT에 임한다. 리허설을 통해 시간 안배, 추가 구성의 정리정돈, 동선의 활용과 음성의 높낮이 등을 실제 상황처럼 경험해봐야 한다. PT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필수다.



    센스 있는 표현력과 시각적인 부분도 성공적인 PT를 위해선 빼놓을 수 없다. 프리젠터는 청중의 감정을 읽고 그들이 순간적으로 원하는 것을 해결해줘야 한다. 나 대변인은 첫 인사말과 함께 “아름다운 더반에서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는 센스 있는 말로 청중에게 호감을 샀다. 아나운서를 연상시키는 절도 있는 모습과 군더더기 없는 표현력으로 PT의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나 대변인이 ‘절제’를 표현했다면, 김연아는 ‘친근함’을 어필했다. 김연아는 PT 내내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로잔에서의 만남 이후 7주 만의 인연’이란 표현을 써가며 IOC 위원과의 벽을 허물고자 했다. 요리도 신선한 재료에 요리사의 손맛이 어우러질 때 잊을 수 없는 맛이 나온다. PT도 마찬가지다. PT 내용은 청중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논리와 감성적 스토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청중이 긴장감을 풀자 김연아는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자신의 경험에만 편중되는 점을 고려해 이야기 중간 중간에 적절한 수치를 집어넣었다. 한국이 밴쿠버올림픽 참가 82개국 중 7위의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과 정부의 ‘드라이브 더 드림(Drive the dream)’ 프로그램을 적절히 소개하면서 ‘새로운 지평’ 평창에 자신과 같은 인적 유산을 남길 것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몸짓 언어의 중요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 청중은 프리젠터가 전달하는 신체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태도, 자신감과 열정, 전문성을 판단한다. 말의 내용보다 몸짓이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 행동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계적으로 내용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진솔함을 담았다. 여기에 자신의 진정성이 담긴 몸짓 언어를 더해 청중에게 강한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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