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5

2011.07.11

초고속 영상…‘4G 大戰’ 터졌다

7월 1일부터 4세대 이동통신 시대…SK와 LG 주도권 잡기 본격화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입력2011-07-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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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속 영상…‘4G 大戰’ 터졌다

    4세대 이동통신인 LTE에선 고화질 영상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다.

    암호 같은 단어 ‘롱텀에볼루션(LTE)’이 통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7월 1일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4세대(4G) 이동통신인 LTE 시대를 열었다. LTE는 3세대(3G) 이동통신을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이란 뜻을 담았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3G보다 5∼7배 빠르다. 기존 3G 환경에서 1.4GB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15분 걸렸다면 LTE에서는 2분 정도면 된다.

    2006년 SK텔레콤과 KT는 3G 통신망을 선보이며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영상통화를 강조하는 다양한 광고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영상통화는 일부 젊은 층을 제외하고는 인기가 없었다. 전송속도가 느려 입 모양이 맞지 않을 때도 많았고, 요금도 비쌌기 때문이다.

    끊김 없는 고화질의 ‘영상통화’

    그러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6월 30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시연한 LTE 화상통화는 3G와 질이 달랐다. 화면이 선명할 뿐 아니라,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 듯 생생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서울, 광주, 부산을 LTE 화상통화로 연결하는 장면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LTE란 곧 영상이라고 보면 된다”며 “목소리만 듣는 통신이 아니라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료를 함께 넘겨보고,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며, 여러 사람과 화상 회의를 하는 ‘영상의 삶’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전송을 잘한다는 것은 ‘모바일 개인방송’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동 중에 실시간으로 원하는 장면을 촬영한 고화질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전송하면, 이를 상대방이 바로 시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3G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면 LTE 시대에는 영상을 찍어 곧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또한 개인이 직접 만든 방송을 스마트폰에 저장한 주소록이나 SNS에 등록한 지인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으며, 채팅이나 메시지로도 대화할 수 있다.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이 트위터에 실시간 개인 방송을 올리는 시대도 머지않았다.

    LTE를 이용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 LG유플러스의 4G LTE는 데이터 전송속도를 최대 75Mbps까지 제공한다. 이 속도라면 이동할 때도 일반 유선 초고속인터넷 수준으로 영화를 끊김 없이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유선에서나 가능했던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게임(MMORPG)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LTE를 시작한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LTE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서비스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았다. 전송속도가 빠르므로 다양한 영상과 자료를 서버에 저장한 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꺼내 보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N-스크린과 스마트 워킹, 스마트 교육, 스마트 의료 같은 서비스를 속속 선보일 계획이다.

    화상 채팅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과 마이피플 등 스마트폰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은 기껏해야 문자나 음성에 국한했다. 그러나 영상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화상 채팅’을 추가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멀리 떨어진 팀원과 화상 회의를 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것이다.

    LTE 전용 기기 나와야

    초고속 영상…‘4G 大戰’ 터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문제는 LTE 시대를 만끽하기에는 아직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LTE 고속도로를 달리려면 그것에 맞게 제작한 자동차, 즉 LTE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시장에는 LTE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았다.

    툭 하면 끊기는 3G를 벗어나 조금이라도 빨리 LTE로 건너가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LTE 신호를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 신호로 바꿔주는 LTE 중계기와 USB 형태로 노트북에 꽂아 LTE 통신을 쓸 수 있는 모뎀을 사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노트북 USB 단자에 꽂아서 사용하는 USB형 LTE 모뎀과 LTE 신호를 와이파이로 전환하는 LTE 라우터를 7월 1일 선보였다. 모뎀과 라우터로 LTE를 이용하려면 통신사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모뎀·라우터 요금제는 LG유플러스가 더 저렴하다. LG유플러스는 월 3만 원에 5GB, 5만 원에 10GB를 제공한다. 데이터 한도를 초과하면 1MB당 3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SK텔레콤은 월 3만5000원에 5GB, 월 4만9000원에 9GB를 제공한다. 기본 제공량을 소진하면 1MB당 51.2원을 내야 한다. 3G 서비스와 달리 일정 금액 이상을 내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주는 요금제는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LTE가 확산하면 이동통신사가 기존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선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9월과 10월에 시판한다. LTE 스마트폰은 LTE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도록 HD(고화질)급 해상도를 지원하며 화면은 4.5인치 이상으로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9월 4.5인치 이상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와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LTE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하반기 안에 스마트폰 5종, 모뎀 2종(7월), 태블릿PC 2종(10월)을 시판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S2’를 LTE용으로 개선한 제품도 선보인다. LG유플러스는 10월부터 HD급 디스플레이, 근거리통신(NFC), 국외 로밍 등이 가능한 LTE 스마트폰 2종을 선보인다.

    한편 통신망이 4G로 진화하면서 이동통신 3사의 고착화한 순위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란 예측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KT보다 한발 앞서 LTE 시대를 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며 주도권을 잡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 서진우 사장은 “SK텔레콤의 LTE는 3G 통신서비스와 연동 가능한, 가장 최적화한 4G 서비스”라면서 “LTE 시대에도 앞서 갈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LG유플러스 이 부회장은 7월 4일 LG유플러스 직원에게 일일이 보낸 편지에서 “이제 시작이다. 오랜 기간 겪어온 좌절로부터의 단절이고 만년 3위로부터의 단절”이라면서 “2.1GHz 주파수 경매에 단독 입찰함으로써 가슴 아픈 숙원을 풀었을 뿐 아니라 경쟁사들과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며 1위 달성의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KT는 2G 서비스를 끝낸 뒤 비워진 주파수에서 LTE를 시작하려 했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겨 속도전에서 뒤졌다. 하지만 아직 LTE망 구축이 초기 단계라 와이브로망으로 4G 서비스를 강화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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