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5

2011.07.11

겁 없는 지동원, 박지성 뛰어넘나

잉글랜드 선덜랜드 입단 새로운 도전…체력과 몸싸움 능력 갖추면 성공 가능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입력2011-07-11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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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구 유망주 지동원(20)이 축구종가 잉글랜드에 입성했다. 지동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구단인 선덜랜드와 3년 계약을 맺고 여덟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올해로 만 20세인 그는 한국인으로는 최연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다. K리그에서 1년 6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뛴 지동원은 한국 선수가 유럽무대에서 성공하지 못한 포지션인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도전한다.

    지동원의 고향은 제주 북부 해상의 작은 섬 추자도. 그는 도의 달리기 대표였다. 화북초등학교의 축구 코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공을 차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배구선수 출신 아버지 지중식(51) 씨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다. 오현중학교 시절 다섯 차례나 득점왕에 오르면서 유명해지자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 광양제철고교가 스카우트했다. 당시 지동원을 스카우트한 전남 관계자는 “한눈에 재목임을 알아봤다. 지동원의 아버지를 설득해 광양제철고교로 진학하게 했다”고 말했다.

    섬 소년의 성공 스토리

    2007년 대학축구협회가 진행하던 유망주 해외 진출 프로젝트인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 5기생’으로 선발돼 잉글랜드 무대를 경험했다. 성인무대는 아니었지만 당시 프리미어리그에 있던 레딩FC 유소년 팀에 유학생 신분으로 들어갔다. 지동원은 남태희(발랑시엔), 김원식과 함께 종가 축구를 배웠다.

    지동원은 당시 레딩 구단 관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힘이 좋은 잉글랜드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레딩 1군 혹은 2군 멤버와 훈련할 기회도 있었지만 제 실력을 보여주기엔 파워가 너무 부족했다. 반면 남태희와 김원식은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했다. 12개월이 지난 뒤 지동원은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친구들은 계약을 제안받아 유럽에 남았다.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지동원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 그는 2배로 노력했다. 광양체철고교로 복귀한 후 부족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마해 프로무대에서도 당장 통할 수 있을 만한 기량을 갖췄다.

    절치부심 끝에 그는 2010년 한국축구 최고 유망주로 거듭났다. 전남의 우선지명을 받아 K리그에 데뷔한 지동원은 26경기에 출전해 8골4도움을 기록했다. 경남 윤빛가람이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곧바로 프로에 입단해 거둔 성적임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기록이다. FA컵에서는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총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소속팀에서 맹활약한 지동원은 각급 대표팀에서 부름을 받았다. U-19 아시아선수권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홍명보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 그를 호출했다. 지동원은 아시안게임에서 박주영과 호흡을 맞춰 6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한국이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은 그에게 태극마크를 안겼다. 아시안컵을 준비하던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에서 그를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당시 독일에서 활약하던 손흥민(함부르크)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는 2010년 12월 30일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으며 아시안컵 활약을 예고했다.

    아시안컵에 파견됐던 많은 유럽 스카우터가 지동원을 주목했다. 지동원은 186cm의 장신임에도 볼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고, 패스 능력까지 겸비했다. 나이가 어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스카우터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선덜랜드도 이때부터 지동원을 주시했다. 영국 북부 지역지 ‘더 저널’은 지동원이 선덜랜드행을 결정하자 “아시안컵에 파견됐던 스카우터가 스티브 브루스 감독에게 지동원을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안컵 해외 진출 활로 뚫어

    유럽 이적시장이 열린 올해 6월 지동원을 영입하려고 유럽 구단들이 본격적으로 경쟁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독일 샬케04, 잉글랜드 선덜랜드가 영입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동원의 이적료는 10억 원에서 35억 원까지 상승했다. 여러 구단이 동시에 이적을 원하면서 몸값이 3배로 뛴 것. 지동원과 전남은 선덜랜드 입단을 결정했다.

    현재 상황에서 지동원의 경쟁자는 아사모아 기안(가나)뿐이다. 선덜랜드는 리빌딩을 목표로 새로운 선수를 대거 영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중 한 명이 지동원이다. 리버풀에서 활약하는 스트라이커 은고그(프랑스)와 위건 공격수 은조그비아(프랑스)가 선덜랜드의 영입 대상에 올라 있다. 이적 성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유럽 이적시장은 8월 31일에 마감한다. 지동원의 경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당장 7월 초 시작하는 훈련캠프에서부터 경쟁해야 한다.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브루스 감독에게 인정받아야 시즌 개막과 함께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많은 축구 전문가와 태극전사 선배들은 지동원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린 시절 잉글랜드에서 12개월간 생활한 것이 선덜랜드 안착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언어와 낯선 문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

    지동원은 득점 감각 외에도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를 할 줄 안다. 동료와 잘 융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단시간에 동료에게 신뢰를 받는다면 그에게 더 많은 득점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또한 최전방 스트라이커뿐 아니라 측면 윙어로도 활용 가치가 있다.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고, 일대일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릴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몸싸움과 체력이 문제다. 프리미어리그는 유럽에서도 몸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기 속도도 K리그보다 훨씬 빠르다. 지동원이 자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려면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과 함께 몸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파워를 더 길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프랑스리그에서 스트라이커로 성공한 박주영은 유럽 선수와의 파워 대결에서 버틸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계속 부딪히면서 몸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지동원에게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K리그에서 뛸 때와 달리 출전 기회가 드물 수도 있다. 선배들이 그랬듯 성장통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훈련과 경기를 통해 머리와 몸으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면 박지성(맨체스터)과 이청용(볼턴)처럼 팀 주축 선수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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