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4

2011.07.04

그 남자 매너의 향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07-04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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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은 반듯하면서도 유쾌한 사람입니다. 비즈니스 매너를 주제로 그와 대화하면서 ‘배려’라는 낱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진심’이라는 단어로 배려를 표현합니다. 타인을 진실로 대하는 게 배려라는 겁니다.

    그는 지금껏 만난 사람 중 매너가 가장 훌륭한 이로 BW가스 회장인 소멘 박사(Dr. Sohmen)를 꼽더군요. 고희(古稀)가 넘었는데도 ‘나를 앞세우는 일’이 없다고 하네요. 2년 전 칠순 잔치 때 소멘 박사가 보낸 초청장에 이렇게 쓰여 있었답니다.

    “생일 선물은 필요 없습니다.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면 산악구조대에 기부해주십시오.”

    소멘 박사는 오스트리아 사람입니다. 알프스 산맥이 출렁이는 곳이죠. ‘굳이 선물하려면 소방서에 기부해달라’고 한글로 적은 초청장을 받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멘 박사 며느리는 한국인입니다. 그는 며느리를 기쁘게 해주려고 한국말을 배웠습니다. 남상태 사장이 한국에선 며느리를 “아가야”라고 부른다고 일러줬다고 해요. 서양의 노신사가 한국인 며느리에게 아가야라고 말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포근합니다.



    그 남자 매너의 향기
    며느리는 아들의 아내를 아끼는 진심을 배려로 느꼈을 겁니다. 남상태 사장은 매너는 평소 행동과 식견이 녹아 나오는 거다, 가식은 들킨다고 말합니다. 진심에서 나온 배려는 세상을 따듯하게 합니다. 나만 앞세우고 사람을 도구로 대하면서도 입신(立身)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에겐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남상태 사장 말대로 나 아닌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기로 했습니다. ‘내 몸 건사도 어려운데 배려는 무슨…’이란 생각을 버리려고요. 아내에게 매너남(男)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무례하면서 남 배려하는 척해봐야 가식이 들통 날 겁니다. 남상태 사장 인터뷰는 32~34쪽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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