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4

2011.07.04

‘조사 자료’와 ‘촉’ 어쨌든 당신이 맞춰라

성향이 다른 상사와 일하는 법

  • 김한솔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07-04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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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 자료’와 ‘촉’ 어쨌든 당신이 맞춰라
    “방 과장, 어떨 것 같아?”

    “네?”

    “괜찮아? 잘될 것 같아?”

    다시 묻는 본부장에게 준비한 자료를 펴 보이며 설명을 이어가는 방 과장.

    “이 통계를 보시면, 30대 여성 고객의 소비 취향에 맞췄기 때문에 시장성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하지만 본부장은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식은땀을 흘리며 3분이나 설명했을까. 아직 반도 안 끝났는데 다시 말을 자르는 본부장.

    “그래서, 자신 있어?”

    본부장의 질문에 방 과장은 아무 대답도 못한 채 멀뚱멀뚱 서 있다가 방을 나왔다. 지난달 새로 부임한 본부장과 함께 일하는 방 과장은 죽을 맛이다. 충분한 조사 자료를 내놓아도 제대로 보기는 하는 건지, 대뜸 “잘할 수 있어?”라는 질문뿐.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옆 팀 강 과장은 마냥 신난 모양이다.

    “새로 오신 본부장님, 너무 쿨하지 않아요? ‘잘할 수 있어?’ 이 한마디로 모든 게 끝나잖아!”

    방 과장, 그의 업무 스타일은 대체 뭐가 문제일까.

    당신이 차를 사러 갔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뭘 따지는가. 맞다, 질문이 너무 쉬웠다. 첫째는 가격이다. 그럼 다음은? 어떤 사람에겐 디자인이 중요하다. ‘유선형의 날씬한 몸체는 자동차의 핵심이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어차피 들어가 앉으면 겉모양은 보이지도 않는 차, 디자인이 뭐가 중요해?”라고 반박한다. 그러곤 일단 차에 앉아본다. 승차감이 중요하니까.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다. “조용해요?”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다. 자, 이들 가운데 차를 가장 현명하게 고르는 사람은? 정답은 없다. 모두가 자기 성향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의 성향은 모두 다르다. 어떤 상사는 ‘충분한 조사 자료’가 중요하다. 이런 상사에겐 수십 장이 넘더라도 공인된 자료를 내밀어야 한다. 앞에서 본 방 과장처럼. 하지만 이 방법이 안 먹히는 상사도 있다. 자료를 보내면 전화를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이런 유형의 상사에겐 쌓여 있는 자료가 이면지일 뿐이다. 이들에겐 먼저 찾아가라. 그리고 핵심만 짧게 설명하라.

    이런 상사도 있다. “할 수 있겠어?” 상사 본인의 ‘촉’을 믿는 스타일이다. 방 과장의 본부장처럼. 이들에겐 자기 의지를 응원해줄 지지자가 중요하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100명, 1000명이 말려도 어떻게든 밀고 나가는 유형이다.

    자, 이제 두 가지를 묻겠다. 첫째, 당신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가. 둘째, 당신 상사의 업무 스타일은? 혹시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이 같다면 당신은 행복한 직장인이다. 적어도 방 과장 같은 고민은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만약 다르다면? 슬프지만 당신이 바뀌어야 한다. ‘촉’을 믿는 상사에게 자료를 들고 설득하려 들지 마라. 반대로 ‘자료’를 믿는 상사에게 “잘되지 않을까요?”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리더에게도 한마디. 혹시 자료만 들고 오는 부하직원을 답답하게 느낀 적이 있는가. 근거도 없이 확신만으로 가득 찬 부하직원이 한심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어쩌면 당신이 부하직원일 때 당신 리더도 답답해하고 한심해했을지 모른다. 기억하라, 당신과 그는 다를 뿐, 그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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