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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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1조 원 외부 실탄 어떻게?

대한통운 인수 통큰 베팅 자금 마련이 관건…시너지 효과 얻으려면 노조도 넘어서야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7-04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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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1조 원 외부 실탄 어떻게?
    6월 29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은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그룹(이하 CJ)의 기자간담회로 북새통을 이뤘다. 무리한 인수가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지주회사인 CJ(주) 이관훈 대표를 비롯해 허민회 사업총괄 부사장, 새롭게 그룹 홍보실장에 취임한 권인태 전략기획총괄 부사장, 대한통운 인수 실무를 담당한 구창근 기획1팀장(상무), 성용준 재무팀장(상무)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대한통운 인수로 얻는 시너지 가치를 고려하면 결코 무리한 인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나” 시장 싸늘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대우건설 등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대한통운은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인수전은 일찌감치 포스코, 롯데, CJ 삼파전으로 전개됐다. 롯데나 포스코보다 사세가 한 단계 밀리는 CJ는 인수 후보자 중 가장 약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6월 23일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서기로 하면서 사실상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으로 대세가 기운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CJ는 주당 20만 원이 넘는 ‘통큰 가격’을 써내면서 주당 19만 원을 제시한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CJ는 대한통운 주주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최소 매각 대상 지분 858만1444주(37.6%)에 유진투자증권 등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하는 지분을 더해 총 45%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 주당 20만 원의 가격을 고려하면 2조 원을 웃도는 거액이다.

    당장 증권가에선 “CJ가 (삼성을 의식해) 너무 세게 베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터져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김수희 애널리스트는 “대한통운의 현재 주가 대비 5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한 셈으로, 인수금액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은 이런 싸늘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대한통운 인수를 주도하는 CJ제일제당의 주가는 6월 24일 27만3000원으로 장을 마친 후 3거래일 동안 4만4500원(16.3%)이나 빠졌다. 지주사인 CJ(주)도 6월 28일 하루 동안 10%이상 폭락했으며 피인수업체인 대한통운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CJ가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외부에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에 이관훈 대표는 “승자의 저주는 우리에게 가당치도,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막판 삼성SDS의 참여로 경영 프리미엄이 올라가긴 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

    하지만 CJ의 구체적인 자금 마련 계획을 보면 시장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대한통운 인수는 그룹 지주사인 CJ(주)가 직접 나서지 않고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CJ GLS가 50대 50 비율로 출자해 이뤄진다. 성용준 재무팀장은 “CJ제일제당은 보유한 현금과 삼성생명 주식의 유동화를 통해, CJ GLS는 최대 주주인 CJ(주) 참여 하에 5000억 원을 유상증자하고 여기에 일부는 차입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분기 기준 CJ제일제당은 2333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2.3%(465만 주)를 6월 29일 주가로 계산하면 42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장기매도가능증권, 부동산 등을 매각해 남은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경기와 요동치는 주식시장을 고려할 때 유가증권과 부동산자산을 처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CJ GLS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CJ GLS는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 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CJ GLS의 1대 주주는 41.4%를 보유한 CJ(주)고, CJ 이재현 회장이 2대 주주(23.8%)다. CJ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전제로 우리금융, 농협 등 금융기관과 6000억 원의 투자확약서(LOC)를 맺으며 CJ GLS의 유상증자에 대비한 실탄을 마련했다.

    유가증권과 부동산 처분 계획

    하지만 다른 주주들이 절차적 적법성을 무시한 채 대규모 M·A를 추진했다며 반발해 실제 유상증자가 이뤄지기까지 잡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CJ GLS의 3대 주주(18.4%)인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는 “대규모 M·A를 추진하면서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군다나 이들은 주식가치 희석 등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반대한다. CJ는 “계속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1대 주주인 CJ(주)가 신한PE 지분을 재매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000억 원에 대한 차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차입 여력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5배 이내다. 지난해 CJ GLS의 EBITDA가 400억 원 안팎임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CJ GLS의 최대 차입 여력은 2000억 원 수준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연 CJ의 주장대로 5000억 원의 자금 차입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CJ는 대한통운 인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 인수 가격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CJ는 육상 및 해상운송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대한통운과 정보통신 및 해외물류에 강점을 지닌 CJ GLS를 결합하면, 아시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관훈 대표는 “2020년까지 매출 20조 원의 글로벌 톱7 전문 물류기업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CJ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대한통운 노조가 버티고 있다. 대한통운 노조는 실사 저지, 반대 집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CJ의 대한통운 인수를 막겠다고 벼른다. 6월 29일 대한통운 노조는 성명을 통해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면 전 종업원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라”며 CJ를 압박했다.

    여기에 포스코는 입찰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한다. 포스코는 6월 28일 산업은행에 CJ가 입찰 규정을 어긴 것 아니냐는 내용을 담은 질의서를 보냈다. 구체적으로 △ 본입찰에서 대표자를 변경할 수 없는데 당초 CJ(주)에서 CJ제일제당과 CJ GLS로 변경한 점 △ CJ제일제당과 CJ GLS가 다른 법인에 출자하면서도 이사회 결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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