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2011.06.20

아무 날도 아닌 때 의미를 담아 건네라

‘좋은 선물’의 세 가지 조건

  • 김한솔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hskim@igm.or.kr

    입력2011-06-20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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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날도 아닌 때 의미를 담아 건네라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방 과장의 신경이 예민해졌다. 발표 내용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도 불안한 눈치다. 작은 자료 하나까지 다 확인한 방 과장이 출발 직전 최 대리에게 물었다.

    “고객사에 드릴 와인은 챙겼지?”

    “네! 과장님의 분신 같은 와인 챙겼습니다!”

    드디어 시작한 미팅.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방 과장이 준비해 온 와인을 내밀었다. 이 와인은 지금껏 받은 사람 모두가 매우 좋아했던, 그래서 방 과장에겐 ‘마법의 와인’과도 같은 선물이었다.

    “제가 특별히 준비한 와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겁니다.”



    깜짝 놀라는 상대의 모습을 기대했던 방 과장.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영 아니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 준비했느냐’는 듯한 예상치 못한 반응에 방 과장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형식적인 인사 후 곧바로 본론을 꺼내는 상대.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만들려면 선물을 주면서 미팅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

    책에 나온 대로 미팅을 준비한 방 과장. 대체 뭘 잘못한 걸까?

    연애시절 남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날은 아마도 여자친구의 생일, 혹은 기념일일 것이다. 근사한 이벤트와 멋진 선물을 기대하는 여자친구를 만족시키려고 며칠을 끙끙댄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신통치 않다.

    비즈니스에서도 비슷하다.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선물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고민이다. 어떤 선물을 줘야 상대가 좋아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 그래서 대부분 가장 ‘무난한’ 선물을 준비한다. 튀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아 누구나 좋아할 법한 선물. 방 과장도 비슷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모두 좋아했던 와인을 이번엔 상대가 왜 고마워하지 않았을까.

    방 과장이 선물을 통해 고객사와의 미팅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물을 줄 때도 준비가 필요하다.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으로 잘 알려진 미국 애리조나대 심리마케팅학과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좋은 선물의 세 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예상치 못한 시점에 줄 것. 생일이나 기념일엔 누구나 선물 받기를 기대한다. 그런 때 주는 선물도 의미 있지만 더 큰 의미를 담고 싶다면 ‘아무 날도 아닌 때’ 주어야 한다.

    둘째, 상대에게 꼭 맞는 선물을 준비할 것. 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에게 와인은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의미가 없다. 상대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선물을 줘야 효과가 있다.

    셋째, 상대에게 의미가 있을 것. 책 한 권을 주더라도 “요즘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고민이라고 하셨죠?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메모와 함께 선사한다면 책 한 권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다. 당신이 준비한 선물의 ‘의미’를 만들어라.

    좋은 선물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상대를 파악하라.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준비한 선물은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순간,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그리고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하라. 상대에 대한 이런 작은 관심이 당신의 관계를 훨씬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이제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보자. 가족에게, 동료에게, 그리고 고객사에 어떤 선물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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