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2011.06.20

‘하이닉스’ 새 주인 현대重? LG?

6월 말 매각 공고 7월 초 인수의향서 접수… 채권단 “인수 방식 등 비교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장윤정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입력2011-06-20 13:4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하이닉스’ 새 주인 현대重? LG?

    매각을 앞둔 하이닉스(원 안)의 새 주인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이닉스의 유력한 인수합병 대상자로 거론되는 현대중공업(위)과 LG전자.

    “(속보)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인수 확정.”

    6월 8일 기자는 여느 때처럼 출근과 동시에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에 전원이 들어오자 자동으로 ‘미쓰리 메신저’에 로그인됐다. 미쓰리 메신저는 증권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증권 전문 메신저다. 자동 로그인되는 순간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쪽지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관련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애널리스트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올라왔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현대중공업 주가는 한때 7%나 하락했다. 이후 소문 진원지로 지목된 애널리스트가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에 나서고, 현대중공업이 소문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번 소동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이닉스 인수 확정 해프닝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이하 채권단)의 하이닉스 매각 공고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새 주인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채권단이 공개 매각을 중단하면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4월 8일 채권단이 실무진 차원의 협의회를 열어 매각 논의를 다시 시작하면서 하이닉스의 ‘새 주인 찾기’는 급물살을 탔다. 채권단은 연내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르면 6월 21일경 하이닉스 매각을 공고한 뒤, 7월 초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다. 6월 10일 한국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9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 뒤 10월 말이나 11월 초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2009년 9월 매각 공모에 효성이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후 반도체 경기가 급속히 호전하면서 지난해 초 재매각을 시도했지만, 참여 기업이 없어 또다시 무산됐다.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투자비가 엄청나게 크고, 시장 변동성이 상당한 탓에 기업들이 선뜻 인수 참여에 나서지 않았던 것.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 건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하면서 최고 흥행을 거뒀지만, 하이닉스는 다르다”며 “반도체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과거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 주체로 현대중공업을 거론하고 몇몇 기업이 인수 참여자로 시장에 오르내리면서 매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단 현대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현재까지 확정한 사항이 없다”며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후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시점 또는 앞으로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임으로써 인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론되는 업체가 인수 의사가 없으면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하는 것이 관행인데, 이번 하이닉스 건 공시는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비중 있게 검토한다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의 하이닉스 인수 배경에 대해선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선업계에서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지만, 중국의 강력한 추격에 부딪히면서 조선업에서 벗어난 새로운 미래 사업을 찾기에 분주하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스마트그리드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선업과 반도체 간 시너지가 없다. 사업 다각화 차원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사례를 들며 옛 현대가의 영토 회복 차원에 무게감을 둔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현대삼호중공업(구 한라중공업), 2008년 하이투자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를 차례로 인수하며 과거 현대가의 계열사를 되찾아왔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한때 하이닉스의 주주였다.

    지분 일부 매각 신주 발행 모색도

    이런 사실을 들어 업계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위해 인수주간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수주간사 선정 작업은 사실 무근”이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변동 사항이 있으면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인수 소문이 나돌 때 현대중공업 주가가 급락한 것에서 보듯, 시장에선 우려의 반응이 만만치 않다. 하이닉스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닉스 주식은 5억9000만 주 규모로,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해 채권단이 15.86%를 보유했다. 6월 14일 현재 하이닉스 주가인 2만6700원을 기준으로 따지면 매각 대금은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시설투자금액까지 고려하면 5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조8000여억 원인현대중공업으로선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하이닉스’ 새 주인 현대重? LG?

    LG전자는 하이닉스만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직접 공급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을 모두 넘기는 대신 그중 일부를 매각하고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인수자가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15% 가운데 5% 또는 10%만 인수하고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사들이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자는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신주 발행 병행 시) 유입된 자금을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신주 발행 시 ‘잔여 지분 처리’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본입찰에 앞서 후보자에게 인수 가격은 물론, 인수 방식도 함께 제출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낸 후보자들이 인수 방식과 가격을 써내면 구체적인 조건을 비교해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重 부상에 LG 참여설 솔솔

    한편 인수합병(M·A) 시장에선 현대중공업 외에도 SK그룹, 효성, LG전자, 동부하이텍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또 다른 후보자가 등장할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하이닉스를 설립할 당시 현대와 합작회사였던 LG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LG전자와 그 계열사는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사업을 영위해 하이닉스만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직접 공급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단숨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하이닉스 인수는 LG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역시 LG를 최적 후보로 판단하며 인수전에 참여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같은 기업을 감당할 자금력과 유동성을 갖춘 회사가 현실적으로 LG 정도밖에 없는 만큼 채권단에선 LG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전자는 하이닉스 인수설을 강하게 부인한다.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1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현 상황에선 하이닉스를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관심도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LG전자 외의 기업도 대부분 이런 소문에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어서 인수전 뚜껑을 열어봐야 그 판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