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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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얼룩 인도 정치판 ‘女風당당’

웨스트 벵갈, 타밀나두 2개 주에서 여성 총리 당선…“경제 살려내라” 유권자들 변화의 바람

  • 벵갈루루=박민 통신원 minie.park@gmail.com

    입력2011-06-20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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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 얼룩 인도 정치판 ‘女風당당’
    최근 인도의 웨스트 벵갈, 타밀나두, 케랄라, 아삼 주(州)와 직할 도시 퐁디셰리에서 주의회선거가 치러졌다. 인도 몇 개 주의 선거였음에도 결과는 인도 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무엇보다 웨스트 벵갈과 타밀나두 때문이다. 지난 34년간 공산당이 장기 집권한 웨스트 벵갈 주에선 지역정당 TC(트리나물 콩그레스)의 여성 정치인 마마타 바네르지가 총리로 당선됐다.

    타밀나두 선거 결과도 의외였다. 타밀나두 지역정당인 DMK(드라비다 진보연맹)가 물러나고 또 다른 지역정당인 AIADMK의 자야랄리타가 총리에 당선됐는데, 그는 여배우 출신으로 5년 전 이미 주총리를 맡은 바 있다. 타밀나두 주 카루나디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그의 딸이 2G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비리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부패한 정치인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유권자의 심판인 셈이다.

    분노한 민심 부패 정치인 척결

    이번 선거에선 여성 정치인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선거 전에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마야와티 총리와 델리의 실라 딕시트 총리 두 명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두 명의 여성 총리가 더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온갖 뇌물과 부패 사건으로 얼룩진 인도 정치의 해결 방안으로 유권자들이 여성 정치인을 선택한 결과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이라고 부패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마야와티 총리는 공공 행사에서 돈으로 장식한 꽃다발을 선물로 받아 구설에 올랐으며, 당선 초기와 달리 지금은 자신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라 딕시트 총리 역시 영연방경기대회를 방만하게 운영해 엄청난 적자를 가져왔고, 이와 관련한 부패사건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당선된 웨스트 벵갈의 바네르지가 유일하게 흰색 사리(인도의 전통 옷)와 고무신을 신은 서민적인 이미지를 지녔다.



    인도 언론에선 공산당의 몰락에 가장 주목한다. 지난 34년간 집권했던 공산당은 이번 웨스트 벵갈 선거에서 172석을 잃고 70석의 힘없는 야당으로 전락했다. 반면 바네르지가 이끄는 지역정당 TC는 176석이 늘어난 220석을 확보했다. 공산당이 몰락한 것은 주 지지층인 농민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웨스트 벵갈에 제조업을 유치하려고 몇 번의 대형 사업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의 대기업 타타자동차 공장 유치다. 타타는 소형차 나노를 생산할 공장 터를 찾고 있었고, 공산당은 이를 유치하려고 농지 수용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농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생계에 위협을 느낀 농민은 투쟁에 나섰고, 결국 타타는 나노 생산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공장을 구자라트 주로 옮겨야 했다.

    민심을 잃은 사건은 이뿐이 아니다. 2007년에도 공산당은 인도네시아 기업의 화학단지 조성을 위해 공장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공장용지 매입을 시작하자마자 농민 반대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농민 시위로 경찰 4000여 명이 동원됐으며, 양측 간 충돌과 유혈진압으로 농민 14명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그렇게 민심이 악화 일로로 치달을 때 바네르지가 투쟁 선봉에 나섰다. 그는 농민 편에 서서 단식투쟁을 시작했고, 인도 총리까지 대화에 나섰다. 결국 화학단지 조성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렇게 바네르지는 항상 농민 편에 서는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져갔다. 그가 처음 정치에 입문한 것은 국민회의당 소속 당원이었던 아버지 영향이 컸다. 아버지를 따라 정당 활동을 시작한 그는 열일곱 살에 국민회의당 청년부를 이끌었다. 그리고 서른한 살인 1984년 인도에서 가장 젊은 지방의원으로 당선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여러 부서의 장관을 지내고 정치적으로 성공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노모와 함께 콜카타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산다. 바네르지의 클린 이미지는 부정부패에 지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의 대학교 친구이자 TC 당수인 파르타 차테르지는 “난 그가 립스틱을 바른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으며, 그는 500루피(약 1만2500원)가 넘는 옷을 입은 적도 없다”고 했을 만큼 검소함은 그의 상징이 됐다.

    새로운 별 바네르지 전성시대

    하지만 바네르지와 웨스트 벵갈의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농민과 서민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바네르지가 웨스트 벵갈 경제를 살리려면 갈 길이 멀다. 제조업 유치는 웨스트 벵갈 경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농민과 기업 사이의 적절한 조율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인도 언론은 “바네르지가 제조업에 무조건 반대를 표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우리는 꿈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열망을 이루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그가 농민 편에 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지부진했던 웨스트 벵갈의 발전을 기대하며 그를 선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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