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8

2017.05.17

커버스토리

최고점 찍은 코스피, 대선 후엔?

새 정부 내수 부양책에 2500선까지 기대, IT · 금융 · 정책 수혜주 긍정적 … “코스닥도 오른다”

  • 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jhid0201@edaily.co.kr

    입력2017-05-12 17:09:3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5월에는 주식을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최소한 올해만큼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 코스피는 229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대 대통령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한 직후에는 2300선도 단숨에 뚫었다. 급하게 오른 탓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으나 증권가에선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코스피가 2500선까지 올라도 주요국 증시 대비 저평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내수주 및 중소형 IT(정보기술)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다.



    韓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기업 이익 사상 최대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2011년부터 지속돼온 박스권(1800~2100선)에서 탈피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 기간 코스피는 2100선을 넘어서면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지수의 추가 상승을 억눌렀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심리가 강하다. 때마침 장미 대선을 치르면서 새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리라는 기대감이 지수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특히 좋은 물건(경기 펀더멘털)을 싸게(밸류에이션 매력) 살 수 있는 돈(외국인 투자자)이 넘쳐나면서 ‘삼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75%, 2.6%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8%까지 올렸다.



    증시가 6년간 박스권에 갇힌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저성장’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1년 경제성장률 3.7%를 기록한 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82% 성장에 그쳤다. 올해 2% 중·후반대 성장률을 달성한다고 저성장 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수출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 월별 수출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 반등 등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뿐 아니라, 수출물량 또한 증가세다.

    이는 고스란히 기업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83조 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에는 101조8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영업이익 184조 원, 순이익 138조 원으로 예측된다. 일사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사상 최대치인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장주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이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300선이 된 후에 매도하는 것보다 경제지표나 실적 상향 조정이 멈춘 후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이는 편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여전히 글로벌 증시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업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인덱스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9.2배, 1.03배에 불과하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의 PER가 18.7배, 인도 센섹스(SENSEX) 지수가 17.6배,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12.9배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여전히 싸다”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를 이끈 실탄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7조4000억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북한 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데다 새 정부 출범 후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프랑스 대선 결과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가 해소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외국인 자금은 꾸준히 국내 증시로 유입될 공산이 크다.

    선진국보다 신흥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주식 흐름을 보면 선진국에선 차익실현을 하며 자금을 빼내는 반면, 이머징 시장으로는 소폭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런 자금 흐름 변화는 이제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 돌파 속에서 이뤄진 새 정부 탄생은 주가 상승의 시너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대통령 취임 1~2년 차에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였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통계상으로 역대 대통령 취임 후 1~2년 차 코스피 수익률은 평균 20% 이상에 달했다”며 “이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글로벌 경기가 때마침 확장 국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임기 1년 차 때 코스피 상승률은 23.18%, 2년 차엔 26.18%로 가장 높았다.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국내 상장기업의 이익이 늘어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발하는 만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란 설명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상승했으나 대선 후에는 이런 상승세가 여타 종목은 물론, 코스닥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익 증가’가 증시랠리를 주도한다는 면에서 삼성전자 같은 대형 IT주와 금융 등 경기에 민감한 주식의 강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주가가 27% 넘게 상승했음에도 목표주가를 300만 원으로 제시하는 증권사가 늘어날 정도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일사분기 영업이익이 9조90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사분기에는 13조 원가량 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6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회복에 따른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는 은행업종에 긍정적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7개 업종 가운데 17개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IT섹터가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철강, 비철금속, 은행, 화장품, 소매유통, 건설 등의 이익 개선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화장품, 소매유통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업황이 악화됐으나, 영업이익 전망치가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또 새 정부 출범 후 정책 추진 동력이 강한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주, 4차 산업혁명 관련 IT주도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꼽힌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많이 오르지 못했다. 코스피는 연초 대비 12%가량 올랐으나 코스닥은 2%도 상승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증시랠리를 주도하는 투자세력이 외국인이라 매수 목록에 코스닥 종목이 적다는 점, 그리고 코스닥의 저조한 펀더멘털과 연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연초 8조5636억 원에서 지난달 말 7조5520억 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리스크 경계해야

    그러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코스닥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하겠다는 내용이 있어 그만큼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이 200p 이상 오른 시기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였다. 또 재벌개혁을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과세 강화 같은 대기업 규제를 실행하면 대형주가 위축되는 반면, 4차 산업혁명 관련 중소형 IT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이 오를 것이란 추측이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기술개발 등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지원 확대는 중소형주로 IT 비중이 40%에 달하는 코스닥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며 “이사분기까지는 단기 급등한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하던 코스닥의 갭(gap) 메우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가 단기간 급등한 탓에 과열 논란도 제기된다. 대선 다음 날인 5월 1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가 2300선까지 오른 후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것도 이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2300선 위에선 차익실현이 유효하다”며 “코스피가 2300선을 넘어서면 차익실현한 후 현금으로 보유했다 조정 국면 막바지에 매수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증시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악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 핵위협과 사드 배치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 등은 잠재리스크로 거론된다. 중국의 긴축정책이 가져올 경기회복 둔화 가능성 등도 경계 대상이다.

    그렇기에 지수 상승을 맹신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심리적 기대감으로 연말까지 오버슈팅이 나올 수 있지만, 코스피가 2300 이상에서 추세적으로 강하게 움직일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며 “내수주도 사드 이슈 탓에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