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9

2011.05.30

뭐, ‘40만 원짜리 집’ 짓겠다고?

빈곤층에 대량 공급 기본모델 공모…거주자가 재료 조달 등 성공 여부는 의문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facebok@hotmail.com

    입력2011-05-30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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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40만 원짜리 집’ 짓겠다고?
    돈을 벌려는 사람이 노리는 고객은 지갑이 두둑한 사람이다. 만약 가난한 사람을 고객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있다면? 의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발상의 대전환이고, 실제로 가능하다면 ‘블루오션’이다.

    캐나다 신문인 ‘글로브 앤드 메일’은 “빈곤층을 위한 300달러(약 40만 원)짜리 집을 상업적으로 세계 시장에 대량 공급하겠다는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능이 좀 떨어지는 사람이 그냥 한번 해본 생각이 아니다. 미국 명문대학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이 사업의 상업적 모델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온라인 마케팅 컨설턴트인 크리스천 사르카르 씨. 그는 지난해 TV로 아이티 지진 참상을 본 뒤 이런 생각을 떠올렸고, 바로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가르치는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에게 얘기했다. 사르카르 씨와 고빈다라잔 교수는 의기투합해 ‘300달러짜리 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갔다. 그러더니 결국 2010년 여름 이 아이디어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의 블로그에 올렸다.

    저소득층에게 값싼 집을 지어 공급하는 일은 지금까지 정부나 자선기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기관의 사업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다. 두 사람은 “민간기업이 나서면 사업이 일정한 수익을 내면서 지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조립식에 가로, 세로 각 3.5m 규모



    이 글을 올린 뒤 대단한 반응이 뒤따르자 최근 이들은 300달러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 기본모델을 공모했다. 5월 말에 마감하는 이 공모에는 5월 초 현재 40여 건이 응모했다. 공모에서 제시한 기준은 자재의 내구연한이 50년 이상일 것, 취침과 취사 공간을 확보할 것, 전기와 수도 등을 연결할 것, 일정 정도의 화재나 지진에 견딜 수 있을 것 등이다. 300달러라는 ‘문턱’을 설정한 이유는 단지 싸게 지어야 한다는 뜻만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극빈자들의 지출 능력까지 감안했기 때문이다.

    뭐, ‘40만 원짜리 집’ 짓겠다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300달러짜리 집짓기’ 응모작 .

    지금까지 들어온 응모작 중에는 모래주머니를 쌓은 뒤 안팎을 패널로 가려 벽을 만드는 방식에서부터, 목재로 틀을 짠 뒤 금속 패널을 붙이는 방식, 페트병을 차곡차곡 쌓아 벽면과 지붕으로 활용하는 방식, 재활용 플라스틱을 기본자재로 사용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인도의 한 기계공학도는 폐차장에서 수거한 철판을 기본자재로 제안했다.

    주택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응모작은 평균적으로 가로, 세로 각 3.5m 정도다. 대부분 조립식이고 재료는 살 사람이 직접 조달해야 한다. 300달러에 땅값은 포함되지 않는다. 응모작 중에는 4층 침대처럼 소형 상자 모양의 주택을 최고 4층까지 쌓은 뒤 사다리를 통해 오르내리도록 해 토지 효율성을 높인것도 있다.

    사르카르 씨 등은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300달러 주택의 몇 가지 모델을 채택한 뒤 창업 지원기관(인큐베이터)의 보호 아래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의 행보에 주택 문제가 심각한 다른 국가의 관심도 높다. 집 없는 설움은 세계 어느 나라든 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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