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7

2011.05.16

회장님도 팔 걷는 ‘SNS 마케팅’

“입소문 종결자” 기업들 홍보와 여론 관리…진정성으로 접근해야 성공 가능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hskim@donga.com

    입력2011-05-16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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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님도 팔 걷는 ‘SNS 마케팅’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처음 공개된 갤럭시S2. 공개 행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SNS 이용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올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가 처음 공개됐다. 갤럭시S2를 공개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콘퍼런스에는 세계 언론인, 통신 관계자 1600여 명이 몰려 삼성의 야심작을 꼼꼼히 뜯어봤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적극 이용

    같은 시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갤럭시S2에 대한 품평회가 열렸다. ‘무게가 가벼워보인다’ ‘디자인이 달라졌다’ 등 다양한 댓글이 쏟아졌다. 스페인에서 막 공개한 새 스마트폰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SNS에서 화제가 될 수 있었을까. 바로 ‘페이스북 생중계’ 덕분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24개국 페이스북에 갤럭시S2 공개 행사를 생중계했고, 이를 전 세계 누리꾼 17만여 명이 동시에 지켜봤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녹화된 영상을 보려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생중계를 본 사람들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갤럭시S2에 대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트위터에는 하루에 1억 개가 넘는 단문 메시지가 뜬다. 세계 회원 수는 2억여 명이고, 이 가운데 70%가 미국 외 해외 사용자다. 국내 회원 수는 300만여 명. 페이스북 회원은 6억여 명이며 국내 회원 수는 400만 명에 육박한다. 이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이용해 올린 글이 SNS 세계를 떠돌며 여론을 형성한다. ‘입소문 마케팅’의 금광이 SNS에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SNS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예전에도 기업들은 인터넷 여론을 관리해왔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개설하거나 인터넷 동호회를 관리했다. 유명한 블로그를 VIP로 대접하고 신제품을 건네며 홍보를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SNS 마케팅은 예전의 인터넷 여론 관리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SNS에는 기존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일반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가 몰려 있다. 오피니언 리더가 자신의 실명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유언비어가 아닌 권위 있는 ‘뉴스’가 된다. 실제로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을 가장 먼저 특종 보도한 곳은 ‘워싱턴포스트’도 ‘뉴욕타임스’도 아닌 트위터였다. 미국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의 보좌관인 키스 어반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최초의 사망 특종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지인의 말을 쉽게 믿는다. 오피니언 리더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특정 기업과 관련한 좋은 평을 남기면 해당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쉽다. 요즘 인기를 끄는 SNS가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점도 SNS 마케팅 열풍에 한몫한다. 입소문이 잘 나면 한 번에 미국, 영국 같은 영어권뿐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 진행한 삼성전자의 신제품 행사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페이스북이 전 세계인의 광장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페이스북을 잘 활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코카콜라에 대해 ‘좋아요’ 버튼을 클릭한 사람 수는 2660만여 명. 소비자가 올린 사진도 1만 장이 넘는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홍보사진을 올리기보다 전 세계인이 코카콜라와 관련된 재미난 이미지를 올리고, 다른 소비자가 여기에 댓글을 달면서 친분을 다진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글을 올린 소비자의 국적도 다양하다. 삼성전자, KT 등 국내 기업도 앞다퉈 SNS 대응팀을 강화하며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세계처럼 ‘회장님’이 직접 나서서 대화를 시도하는 기업도 속속 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SNS 마케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가 글로벌 상위 50대 기업(인터브랜드 기준)의 페이스북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소비자 글 가운데 11%에만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경우 석 달 동안 한 번도 소비자 글에 응답하지 않았다.

    SNS 효과 측정 방법도 등장

    회장님도 팔 걷는 ‘SNS 마케팅’

    스타벅스 마니아가 직접 운영하는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심고 있는 스타벅스.

    전문가들은 SNS 마케팅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진정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SNS가 지인 및 오피니언 리더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공간인 만큼, 기업이 대놓고 ‘우리 제품을 사세요’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SNS를 일방적으로 관리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볼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를 팬으로 만든 글로벌 기업들은 소비자가 스스로 재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일종의 놀이터처럼 관리한다.

    스타벅스의 경우 페이스북을 기업이 만들지 않았다. 스타벅스 마니아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팬 페이지를 인수한 뒤 스타벅스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지나친 매장 확대로 브랜드 관리에 위기를 맞았던 스타벅스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하는 소비자 덕에 다시 ‘가까운 이웃’ ‘쉼터’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의 한 SNS 대응팀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기업을 숨긴 채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일부러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 유머, 화젯거리를 추려서 올린다. 단순히 제품 광고가 아닌, 트렌드 알림이 구실을 함으로써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한 최고경영자(CEO)는 “가능한 한 회사 얘기는 하지 않고 업계 트렌드와 해외 출장 중에 느꼈던 점만 간추려서 올린다”면서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결국 진정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NS 효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도 생기고 있다. 고급 분석기법을 통해 입소문 효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관계망을 분석해 입소문의 진원지를 찾는 식이다. 싸이월드는 2500만 회원이 떠드는 얘기를 듣고 싶어도 비공개 글이 많고, 여론의 파급 효과가 낮았다.

    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공개된 글을 쉽게 복사해 ‘분석대’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SNS 분석 솔루션을 쓰면 누구와 메시지를 교환하는지 그 관계망을 그려 커뮤니티의 중심을 찾아낼 수 있다. 불만을 가장 먼저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기업에 대한 특정 커뮤니티별 감정은 어떤지도 찾아볼 수 있다. 맞춤법이 틀리고, 은어가 난무해도 컴퓨터가 그 의미와 감정까지 분석해내기 때문이다.

    SNS 분석 솔루션을 만드는 SAS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A카드회사는 소비자의 여가생활과 관련한 트위터 메시지를 분석해 1위 공연, 2위 외식, 3위 밤문화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A카드회사는 공연 제휴 할인을 늘렸다. SAS코리아 관계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소비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쁜 소문이 어떻게 증폭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업계 전문가들은 “SNS 마케팅에서는 다른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입소문의 진원지를 파악한 뒤 그들을 특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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