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7

2011.05.16

금융투자 IQ 키워야 노후가 춤춘다

인생 100세 시대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1-05-16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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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 IQ 키워야 노후가 춤춘다
    “노후자금은 안전한 게 제일 아닌가요?”

    노후자금은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장수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산관리 방법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예전에는 은퇴 후 삶이 길지 않아 안전한 곳에 돈을 보관한 뒤 찾아 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은퇴 후 삶이 길어지면서 안전하게만 자산을 운용해서는 은퇴 후 20~30년 기간을 버티기 힘들어졌다.

    퇴직금과 연금, 그리고 살던 집을 줄여 노후자금으로 5억 원을 마련했다고 치자. 물가가 매년 4%씩 오르고 생활비로 매달 200만 원을 쓴다면 5억 원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 만일 5억 원을 금고나 장롱에 넣어두고 빼 쓰면 15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예금에 넣어두고 세후 연 3% 수익을 올리면 5억 원으로 19년을 살 수 있다. 좀 더 공격적으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세후 연 6% 수익을 올리면 27년, 연 8% 수익을 올리면 43년 동안 쓸 수 있다.

    하지만 수익이 높다고 무턱대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 은퇴 후 잘못 투자했다 손실을 보면 회복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안전하게 운용해 돈이 떨어지면 그것 역시 낭패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노후자금을 굴려 수익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 노인대국 일본의 경우를 보면, 노인의 투자성향이 젊은이보다 훨씬 공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30대가 보유한 금융자산 가운데 고위험자산의 비중은 10%인 반면, 60대는 17%였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과 저금리로 국내 투자만으로는 높은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졌고, 환율 문제가 개입하면서 금융상품도 복잡해졌다.

    지난해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던 ‘미국하이일드채권펀드’를 예로 들어보자. 이 펀드는 목돈을 맡긴 다음 매달 수익금과 원금 중 일부를 배당받는 ‘매월분배형펀드’로,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은퇴자에게 인기가 많다고 해서 상품구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펀드는 브라질통화인 헤알화를 투자 대상 통화로 선택한 뒤 그것으로 미국에서 발행되는 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익 원천은 크게 세 가지. 먼저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미국의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물론 투기등급 채권인 만큼 부도율이 높아지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헤알화와 미국 달러 간 환 헤지를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 일반적으로 환 헤지를 하면 금리가 높은 국가에서 수익이 발생하는데, 브라질이 미국보다 10% 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다. 마지막으로 엔화와 헤알화 간 환율 변동에 의존하는데, 엔화가 약세일 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언뜻 봐도 복잡한 구조를 지닌 이 펀드를 일본 은퇴자들은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10년 11월 일본 ‘금융리테라시연구소’에 따르면, 매월분배형펀드 가입자 가운데 60% 이상은 “이 펀드가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금융투자 IQ 키워야 노후가 춤춘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화로 저성장과 저금리가 고착화하면, 은퇴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저축에서 투자로,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펀드에 소중한 은퇴자금을 투자할 것인가. 그로 인한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은퇴 전부터 금융시장과 상품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 투자 IQ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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