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6

2011.05.09

칠순의 천재 자유를 노래하다

지우베르투 지우 내한 공연

  • 정바비 julialart@hanmail.net

    입력2011-05-09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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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순의 천재 자유를 노래하다
    일전에 ‘인디 뮤지션의 영혼은 과연 자유로운가’라는 주제로 이 지면을 빌려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나 자신이 십여 년간 이른바 ‘독립적인’ 음악을 해왔지만, ‘자본이나 산업, 더 나아가 인생의 무게로부터 과연 자유로웠던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음악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유의 가능성을 찾았다. 4월 19일에 있었던 지우베르투 지우(영어명 질베르토 질)의 첫 번째 내한 공연에서다.

    지우베르투 지우는 그 이름만으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46년간 쉼 없이 50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해 대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브라질 음악의 흐름을 주도했다.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해외 공연을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전 세계에 소개해왔다. 그래미상 월드뮤직 부문 단골손님이기도 한 그는 룰라 정권에서 6년간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다. 말하자면 브라질 판 ‘조용필+이창동’이라고 할까.

    이번 공연은 그가 자신의 아들, 그리고 첼로 연주자 한 명과 함께 꾸민 ‘스트링 콘서트’였다. 두 대의 클래식 기타와 한 대의 첼로라는 참으로 단출한 구성. 사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의 노래 중 극히 일부만 들어본 터라 조금 걱정이 됐다. 게다가 리듬을 떼놓고 생각하기 힘든 브라질 음악을 타악기 없이 연출한다니….

    공연이 시작됐다. 지우베르투 지우는 자신의 클래식 기타를 아주 천천히 조율했다. 나 역시 오랜 기간 음악을 해 지극히 익숙한 조율의 순간이 지나자 본공연이 시작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잠시의 조율이 그날 지우베르투 지우가 지킨 거의 유일한 음악적 규칙이 아니었나 싶다. 검은 대륙 저 너머에서 가져온 깊고 풍부한 저음에서 무구(無垢)하면서도 귀기 서린 팔세토(가성) 창법까지. 칠순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압도적인 보컬 퍼포먼스는 ‘잘 부르니 못 부르니’ 하는 세간의 평가 잣대 자체를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기타 연주는 또 어떤가. 나를 정말 전율시켰던 순간은 현란한 손놀림 때도, 복잡한 코드워크 때도 아니었다. 딱 한 음, 한 손가락이 하나의 나일론 줄을 튕겨서 내는 한 개의 노트(note)가 몇 분간 그 커다란 장내에 넘실대던 순간이었다.



    천재란 그런 게 아닐까.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사람.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규칙으로부터 다시금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사람. 그 과정에서 자신만큼 재능이나 운, 혹은 기회가 따라주지 못한 많은 사람에게 귀중한 자유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 지금껏 본 사람 중 지우베르투 지우만큼 ‘천재’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이는 없었다.

    음악이라는 크고 작은 규칙 덩어리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물론 나는 앞으로도 당분간 음과 박자의 엄중한 질서 속에서 분투하겠지만, 지우베르투 지우의 무대를 통해 본 자유의 가능성, 그 한줄기 빛이 귀중한 길잡이가 될 것만은 확실하다.

    칠순의 천재 자유를 노래하다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블로컬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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