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6

2011.05.09

설렁설렁 입사지원서…어느 누가 뽑겠는가

  • 임정우 (주)피플스카우트 대표 hunter@peoplescout.co.kr

    입력2011-05-09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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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특강을 위해 지방의 모 대학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특강을 마치고 학생들과 취업상담을 하는데, 지난해 그 대학을 졸업했다는 L씨가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수십 차례 대기업 및 중견기업 공채에 응시해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방대 출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전공이나 학점, 영어 공인점수, 봉사활동 경력 등에서 뒤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L씨가 내민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에서 그 원인을 찾아냈다. 한눈에 봐도 성의 없고, 부실한 입사지원서였다. 이런 지원서를 보고 면접에 부를 인사담당자가 어디 있겠는가.

    기업체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의 입사지원서를 보고 서류전형 합격, 불합격 판단을 내리는 데는 채 3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수많은 지원서 속에서 평이하게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L씨의 지원서에는 취업을 위한 애절함이 묻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귀찮아 억지로 작성했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이력서 상단의 ‘마케팅지원’이란 문구가 없었다면 어느 분야에 지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서류였다. 또한 자기소개서 하단의 지원 동기 및 장래 포부를 적는 항목에 A사 이름이 없었다면 타사 지원서와 구분되지 않았다. 인사담당자가 가장 눈여겨보는 지원 동기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부족했으며, 합격 후 발전 계획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L씨의 잦은 서류전형 탈락은 결코 출신 대학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몸치장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정녕 자신의 인생이 달려 있는 입사지원서 작성에 몇 시간 투자하는 것은 그렇게 아깝단 말인가. 필자가 대학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입사지원서를 자필로 작성해 제출했다. 몇 군데 지원하려면 서류작성에만 며칠이 걸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나마 필체가 좋은 사람은 사정이 나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고생이 심했다.



    요즘에는 한 번의 시간투자로, 자신이 원하는 필체와 꾸밈으로 개성 있는 지원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USB에 저장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일부만 수정해, 클릭 한 번으로 여러 군데 동시에 지원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입사지원서는 인사담당자가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1차 전형 대상을 찾는 기초 자료다. 그러므로 인사담당자 눈에 뛸 수 있는,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읽는 순간, 지원자의 장점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자기 광고가 필요한 것. 또한 자기소개서는 면접전형에서도 참고자료로 활용되므로 서류전형만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설렁설렁 입사지원서…어느 누가 뽑겠는가
    따라서 자신이 받길 원하는 질문을 요소요소에 배치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필자와 만난 L씨는 늦었지만 자기 문제점을 찾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혹 여러분이 서류전형에서 자꾸 떨어진다면 주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길 바란다.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빨리 취업할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 임정우 대표는 대기업 인사부장 출신 헤드헌터로 각종 초청강연과 칼럼 연재를 하는 커리어 컨설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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