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2

2011.04.11

에릭 슈미트

최고의 구글 만들고 미련 없이 떠난 거인

  • 정지훈 관동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 @niconcep

    입력2011-04-11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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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4월 4일, IT업계를 주름잡는 가장 중요한 기업의 수장이 바뀌었다. 지난 10년간 구글을 이끌어온 에릭 슈미트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공동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래리 페이지가 그 자리에 앉은 것. 슈미트는 1955년생으로 공교롭게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동갑이다. 그는 학창 시절 대형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나 게이츠나 잡스처럼 어렸을 때부터 창업의 길을 걷진 않았다. 공부도 잘했지만, 장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운동에도 소질이 많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프린스턴대학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워낙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했던 까닭에 곧 전기공학과로 전과했다. 대학에 있는 컴퓨터가 밤이 되면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거의 매일 밤 잠을 자지 않고 프로그래밍했다. 여름이 되면 당대 최고의 연구소 가운데 하나였던 벨연구소에서 일했다.

    벨연구소는 지금까지도 가장 위대한 운영체제이자, 수많은 다른 운영체제의 원형이 된 유닉스(Unix)가 탄생한 곳이다. 이곳에서 슈미트는 대학생 신분으로 역사에 남을 프로그램을 하나 완성시켰다. 바로 ‘렉스(Lex)’라는 소프트웨어다. 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주는 컴파일러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도구다.

    1979년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슈미트는 컴퓨터공학을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하기 위해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 버클리)에 진학했다. 그는 여름이면 마우스와 구이(GUI) 개념을 탄생시킨 제록스 파크(Xerox PARC)에서 다양한 연구를 경험하며, 컴퓨터공학의 이론과 실제를 습득했다. 1982년 대학 졸업 3년 만에 UC 버클리에서 초고속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소처럼 우직하게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슈미트는 2001년 마침내 구글 CEO 자리에 올랐다. 그가 구글 CEO가 되기 전, 구글은 이미 당대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인정받았고, 최고 벤처캐피탈인 KPCB와 세콰이어 캐피탈에서 거액을 투자받을 만큼 잘나가는 회사였다. 하지만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사람이 많았다. 두 명의 젊은 공동 창업자는 천재적인 엔지니어이긴 했지만, 사업 경험이 없고 투자자의 눈에는 마냥 철부지 같은 행동도 많이 했다.



    그런 회사의 CEO로 중견 회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최고기술경영자(CTO)와 노벨의 CEO를 지낸 슈미트는 연륜뿐 아니라, 기술과 관련한 논쟁에서도 구글 공동 창업자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의 안정된 지휘에 힘입어 구글은 변화를 주도하는 회사로 우뚝 섰다.

    그는 구글의 CEO로 10년을 지내면서 기술은 있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 높은 회사 가운데 하나로 탈바꿈시켰다. 안드로이드와 크롬, G메일과 구글 지도처럼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과 클라우드라는 미래를 바라보는 기술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2010년 전·현직 직원이 뽑은 최고의 CEO에 잡스를 제치고 1위로 오를 만큼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에릭 슈미트
    새로운 수장이 된 페이지도 뛰어난 사람이지만, 당분간 구글이라는 회사에서 슈미트의 향기를 지우기는 어려울 듯하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슈미트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 정지훈 교수는 의사이면서 IT 전문가라는 이색 경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관동대 의과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이자 IT융합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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