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1

2011.04.04

“아이패드2, 한판 붙자!”

구글 ‘허니콤’으로 무장한 후발 주자들 태블릿PC 출시 ‘진검 승부’

  •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입력2011-04-04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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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패드2, 한판 붙자!”

    애플 ‘아이패드2’

    4월 태블릿PC 시장에 전쟁이 예고됐다. 애플 아이패드2가 한국에 본격 상륙하기 때문이다. 모토로라 줌,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과 8.9, LG전자 옵티머스패드 등도 4월부터 줄줄이 선을 보인다. 전자업계의 태블릿PC 진검 승부가 본격화하는 셈.

    8.9~10.1인치 크기가 대세

    지난해 승자는 단연 아이패드였다. 아이패드는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대 팔린 반면, 갤럭시탭은 200만 대에 그쳤다. 그리고 1년 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 등 기존 강자들은 절치부심해 새로운 ‘작품’을 다시 내놓았다. 특히 구글이 태블릿PC용으로 만든 운영체제(OS) ‘허니콤’을 선보여 후발 주자들을 든든히 뒷받침해줬다. 과연 소비자가 선택할 2라운드의 승자는 누구일까.

    “내년엔 더 큰 사이즈로 나올 것이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예언’이 적중한 듯, 올해 선보이는 대부분의 태블릿PC는 8.9~10.1인치다. 잡스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7인치 태블릿은 ‘도착 시 사망(Dead On Arrival·DOA)’”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좋은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기에는 작고, 스마트폰보다 커서 애매하다는 것. 당시 이 발언은 갤럭시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돼 화제를 모았다. 갤럭시탭은 7인치로 휴대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사가 아이패드(9.7인치) 크기에 가까운 태블릿PC를 내놓으면서 크기 논란은 일단락됐다. 아이패드2가 9.7인치, 갤럭시탭은 10.1인치와 8.9인치, 줌은 10.1인치, 옵티머스패드는 8.9인치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태블릿PC를 어떤 용도로 쓸지가 좀 더 명확해졌다. 지난해에는 ‘화상전화기’ ‘스마트폰과 넷북 사이’ 등 정의가 다소 모호했다.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A4 용지에 가까운 크기는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동시에 문서를 작성하는 데 좀 더 용이하다. 시각·촉각·청각을 모두 활용해 새로운 책을 읽고, 노트 필기하듯 글을 쓸 수 있으며, 거실에서 쉽게 게임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크기가 비슷해졌다면 무게는 어떨까. 무게는 태블릿PC 선택에서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요소다. 태블릿PC는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실행시켜야 한다. 많은 소비자가 “무거운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느니 소형 넷북을 사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가전전시회에서 신제품 태블릿PC를 접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손에 쥐어보는 일이다.

    무게 경쟁력 점수는 갤럭시탭이 가장 높다. 갤럭시탭 8.9인치 모델은 470g, 10.1인치 모델은 595g이다. 아이패드2는 613g으로 기존보다 117g 가벼워졌지만 크기 대비 갤럭시탭보다 무거운 편이다. 삼성이 이렇게까지 무게를 줄인 것은 아이패드2의 영향이 크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탭 10.1을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두께 10.9 mm, 무게 599g이었다. 그러나 3월 초 아이패드2가 나오자 두께는 2.3mm 줄인 8.6mm로, 무게는 5g 줄인 595g으로 다시 선보였다. 이에 대해 ‘포춘’ 인터넷판은 “IT업계에서 이미 선보인 제품의 규격을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삼성이 스티브 잡스의 공격에는 ‘노코멘트’했지만 제품 규격을 다시 정함으로써 애플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보도했다. 10.1인치인 줌은 아이패드2와 갤럭시탭에 비해 다소 무거운 730g이다.

    콘텐츠 경쟁에선 아이패드 승

    “아이패드2, 한판 붙자!”

    모토로라 ‘줌’

    태블릿PC를 활용하는 측면에선 아이패드2가 후한 점수를 받는다. 아이패드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6만여 개가 넘는 반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의 경우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극히 미비하다. 스마트폰에서 돌리던 애플리케이션을 좀 더 큰 화면에서 보는 데 만족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태블릿PC용 앱을 만드는 회사는 먼저 아이패드를 타깃으로 개발에 나선다. 개발사 ‘포도트리’의 이진수 대표는 아이패드2 국내 1호 개통자. 이 대표는 “아이패드에서는 책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시각 청각 촉각을 활용해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용 출판사들도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이 돋보이는 아이패드에 몰리고 있다.

    회사원 박미연(34) 씨는 “아이패드 구형 제품을 가지고 있는데 퇴근 후 집에 가져다 놓으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가 알아서 만화 영상을 찾거나, 동화책 앱을 실행시킨다. 아이패드가 가족용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패드2는 듀얼코어 방식 A5를 탑재해 기존 제품보다 연산 속도 2배, 그래픽 처리 속도 9배 향상을 구현해 다양한 앱을 더 빠르게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다른 경쟁업체들도 지난해처럼 아이패드에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나오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는 허니콤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허니콤은 구글이 야심 차게 태블릿PC 전용으로 내놓은 OS로, 허니콤의 홈 화면 위젯 기능은 비즈니스맨에게 유용하다. 화면이 크기 때문에 날씨, 증권정보, 뉴스 등의 위젯을 띄워놓을 수 있다. 기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있는 기능이지만, 허니콤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됐다. 구글 지메일 위젯은 한 번에 e메일 세 개를 보여주며, 손으로 스크롤해 아래위로 훑을 수 있다. 자유롭게 취향에 맞게 홈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구글의 다양한 기능을 최적화된 상태에서 이용할 수도 있다. ‘구글북스’는 구글이 제공하는 수백만 권의 책을 실제 책장을 넘기는 듯한 사용자경험(UX)으로 즐길 수 있다. 브라우저는 구글의 ‘크롬’처럼 탭 형식을 채택했다. 창을 열고 닫지 않아도 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전용 앱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존 스마트폰용 앱과 허니콤이 서로 잘 맞지 않아 구동되지 않는 사례가 많고, 구동된다고 해도 큰 화면에서 깨지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허니콤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개발자들이 전용 앱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마켓의 앱 수는 25만 개로, 36만 개의 애플 앱스토어를 따라잡았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콘텐츠 회사들과 제휴해 지역별 사용자에 맞는 맞춤형 앱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2, 한판 붙자!”

    LG전자 ‘옵티머스 패드’

    가격은 시장 선두인 아이패드2에 맞춰질 전망이다. 애플은 성능과 무게를 업그레이드한 아이패드2를 내놓으면서 가격은 구형 아이패드와 똑같이 책정했다. 16GB 기준 499달러다. 삼성도 결국 갤럭시탭 10.1 (16GB·와이파이 전용 기준)은 아이패드2와 같은 499달러, 갤럭시탭 8.9는 469달러로 정했다. 이에 대해 최근 팬택 박병엽 회장은 “애플의 가격 정책은 다 죽으란 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후발 주자는 하드웨어에 더 투자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가격은 애플 수준의 상대적 저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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