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1

2011.04.04

저작권 수출을 부탁해!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4-04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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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 수출을 부탁해!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 내 반응이 벌써 뜨겁다. 공식 발매일인 4월 5일을 앞두고 10만 부를 초판 발행한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 전문 출판사 크노프(Knopf)는 벌써 2쇄 발행에 돌입했다. 이 소설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노르웨이, 폴란드, 이스라엘, 터키, 브라질, 레바논,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러시아, 스웨덴, 인도네시아, 덴마크, 호주 등 24개국에 이미 저작권이 수출됐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올여름에는 50개 이상의 나라가 이 소설의 출간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 소설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은 자신의 한국 문학 해외 수출 경험담을 정리한 ‘소설 파는 남자’에서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 출판시장에서 통하는 매력 포인트이자 세일즈 코드로 세 가지를 들었다. ‘잃어버린(혹은 상실한) 대지(엄마)의 목소리’ ‘엄마(혹은 아내)에 대한 방치와 무관심, 그리고 무시’ ‘다른 나라 소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한국 어머니에 대한 정서’가 바로 그것이다.

    문학평론가 강경석은 21세기 첫 10년의 한국 문학을 정리한 ‘세계 문학으로 가는 길’에서 “현대사의 특수한 흐름 위에 독특하게 형성된 한국의 농촌 가정과 도시 가족 문제”를 다룬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시장에 진출한 데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속설을 재확인”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서구적 보편주의에 입각한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전망이 일정한 위기를 맞았다는 예후”로 읽었다.

    저작권 수출을 부탁해!
    강경석은 나아가 “대지(大地)적 정주문화를 표상하는 농촌의 ‘엄마’를 대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잃어버린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는 정주성과 이주성의 팽팽한 긴장감을 소설화함으로써 오늘날의 한국 사회 체제가 어떤 고비에 이르렀음을 설득력 있게 고지”한다. 그는 또 이 소설에 대한 서구 나라들의 반응에 대해 “위기에 직면한 서구가 아직도 서구를 선망하는 후발국의 문제의식에서 지혜를 찾는다는 것은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니라 새로운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의 아이러니, 이주성과 정주성의 아이러니”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만 170만 부가 팔린 이 소설이 세계적으로 이만한 반응을 몰고 온 데는 크노프로부터 선인세 7만5000달러를 받아낸 미국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의 노력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1997년 블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출간할 원고를 찾던 미국 스콜라스틱 출판사 편집 이사 아서 레빈이 영국에서 초판 500부밖에 발행하지 않은 ‘해리포터’ 1권을 발견하고 선인세 10만5000달러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해리포터’ 신화는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또한 ‘사카이’ 에이전시의 노력이 없었다면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작권 수출을 부탁해!
    한국 문학의 수출에 가장 앞장섰던 임프리마코리아는 최근 수출 업무의 특화를 위해 이구용에게 수출 전문회사 ‘KL(Korean Literary)매니지먼트’ 설립을 적극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구용은 이미 김영하, 조경란 등의 작품 수출에도 상당한 성과를 낸 바 있다. 국내 최초의 저작권 수출 전문회사인 KL매니지먼트의 행보에 따라 한국 문학의 세계화 정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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