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2017.05.10

<새 연재> 구가인의 구구절절

가정의 달 보내는 ‘모두’를 위한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 vs ‘극장판 또봇 : 로봇군단의 습격’

  • 채널A 문화과학부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17-05-08 11: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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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이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아이가 없어도 공휴일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긴 연휴를 겨냥해 어느 때보다 많은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 가족과 함께 보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애니메이션 두 편을 소개한다. 첫 작품은 ‘보스 베이비’(톰 맥그라스 감독)다. 아기는 ‘키운다’보다 ‘모신다’는 말이 어울린다. 여느 까다로운 직장 상사 못지않다. 단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고 대부분 용인된다. 과한 아부도 받는다(“응가를 어쩜 이렇게 예쁘게 쌌니!”).

    7개월짜리 아기가 주인공인 ‘보스 베이비’는 영  ·  유아 헤게모니(?)를 영리하게 이용한 애니메이션이다. 일곱 살 팀의 집에 어느 날 굴러들어온 아기는 부모 앞에선 옹알이를 하지만 실은 굵직한 목소리(앨릭 볼드윈 목소리 역)를 가진 야망에 찬 비밀요원이다. 이 비밀요원은 아기를 세상으로 보내는 회사 ‘베이비주식회사’ 소속. 아기에 대한 관심이 강아지로 옮겨가는 세태 속에서 ‘퍼피주식회사’가 급속히 확장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회사가 팀의 집에 그를 급파한 것이다. 영화는 초반 아옹다옹하는 아기와 팀이 의기투합해 퍼피주식회사의 음모를 막고 형제애를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다소 허술한 액자식 구성에 예상 가능한 주제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흥미로운 건 깜찍한 설정들 덕분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머물던 베이비주식회사에서 이들은 단지 생김새만 귀여울 뿐 행동은 성인과 다름없다. 이들은 우유 건배를 하거나 크레용으로 서류 결재를 한다. 아기들이 태어날 무렵엔 자신이 베이비주식회사 출신의 지각 있는 존재라는 걸 일부러 감추지만, ‘쪽쪽이’(공갈젖꼭지)를 떼는 시점부터 과거 기억을 잊는다는 설정 역시 꽤 그럴 듯해 보인다(실제로 구강기를 기억하는 어른은 없지 않나).  

    과거 ‘슈렉’ ‘쿵푸팬더’ 등 반전 캐릭터로 흥행에 성공한 드림웍스는 이 작품으로 장기를 제대로 발휘했다.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겨 서운한 아이 혹은 부모에게 적합하지만, ‘해피선데이 - 슈퍼맨이 돌아왔다’같은 예능이 취향이라면 즐겁게 볼 듯하다.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달리는 3등신 히어로의 매력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극장판 또봇 : 로봇군단의 습격’(이달 · 고동우 감독)은 타깃층만 놓고 보면 ‘베이비 보스’보다 좀 불리할 듯하다. 한국에서 로봇 만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층은 꽤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린이용이라 하기엔 제법 리얼한 현실 묘사와 설정이 돋보인다.



    주인공 하나와 두리의 아빠인 로봇공학자 도운은 아이를 사랑하지만 일이 먼저인, 연구지원금이 끊길까 노심초사하는 생계형 연구원이다. “준비해야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동료 리모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고 세상은 그런 약자를 이용한다”고 충고한다.

    작품 속 악당 설모리는 무능하고 나태한 것을 혐오하며, 인간을 부품 삼아 노동효율을 극대화하는 웨어러블 로봇 제작을 꿈꾸는 인물이다. 또봇을 지지하고 싶은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제작사에 따르면 ‘또덕’이라 부르는 또봇 팬의 주류는 성인 여성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미래는 불안한 엄마 아빠, 삼촌 이모에게 ‘극장판 또봇’은 꽤 괜찮은 선택지다.

    구가인은 두 아이의 엄마로 한때 ‘애 재우고 테레비’를 보다 이젠 평일 대체휴일에 조조영화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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