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7

2011.03.07

내일은 우리가 스타 … 배움의 열기 후끈

국내 유일 한림예고 ‘뮤지컬과’ 학생들 남다른 각오와 연습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3-07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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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우리가 스타 … 배움의 열기 후끈

    뮤지컬 ‘올 댓 재즈’의 안무를 연습 중인 한림예고 뮤지컬과 학생들.

    일반적으로 프로 뮤지컬 무대(어린이 뮤지컬 등 특수한 경우 제외)에는 만 18세 이상의 배우만 오를 수 있다. 지금 뮤지컬 스타를 꿈꾸며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는 10대들이 있다. 바로 한림연예예술고(이하 한림예고) 뮤지컬과 학생들이 그 주인공. 현재 한림예고 뮤지컬과에 재학 중인 학생은 총 160여 명으로, 1·2학년생이 각 40여 명, 3학년생이 80여 명이다.

    2월 25일 다소 쌀쌀한 오후, 서울 송파구 한림예고를 찾았다. 한림예고에는 뮤지컬과 외에도 연예과, 실용음악과 등 5개의 학과가 있다. 복도에 들어서자 강의실 곳곳에서 댄스음악, 노랫소리 등이 새어나온다. 뮤지컬과 학생이 모여 있는 강의실 문을 열자 열기가 훅 하고 밀려왔다. 약 15명의 학생이 뮤지컬 ‘올 댓 재즈’의 음악에 맞춰 안무를 연습하고 있었다. 뮤지컬과 학생은 방학 중에도 댄스, 연기, 보컬 수업 등 다양한 보충수업을 자율적으로 수강할 수 있다.

    160여 명 재학 미래의 꿈 키워

    과거와 비교해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뮤지컬을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10대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연습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실 한림예고 뮤지컬과 입학생 중에는 ‘가수’를 꿈꾸거나 막연히 ‘춤, 노래, 연기를 다 배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학교에 지원한 학생도 많다. 하지만 뮤지컬 수업을 듣고, 여러 차례 무대에 서면서 그 생각이 달라진다. 뮤지컬과 3학년 정나현(18) 양은 “처음에는 가수를 꿈꿨다. 하지만 학교 축제 때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가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만난 학생들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확고했다.

    뮤지컬 배우는 노래, 연기, 춤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실용음악과나 무용과, 연극과 등과 비교해 배워야 할 과목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댄스 과목만 해도 탭댄스, 시어터댄스, 발레 등 다양하다. 한림예고 뮤지컬과가 문을 연 지 올해로 3년째. 국내 유일의 고등학교 뮤지컬과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한림예고 뮤지컬과 오성원 학과장은 “롤 모델이 없어 커리큘럼, 교육방식 등 많은 부분을 신중히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일반고 학생들과 달리 한림예고 뮤지컬과 학생은 개성이 훨씬 강하다. 일반고를 다니다 자퇴를 하고 뮤지컬과에 입학한 3학년 박형준(19) 군은 “뮤지컬과 친구 한 명이 일반고 친구 서너 명을 모아놓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같은 꿈을 가진 학생이 모인 만큼 경쟁의식도 강하다. 정나현 양은 “평소에는 친하게 지내는 친구라도 나보다 열심히 하면 자극이 된다”며 “친구보다 잘하려고 무리하다 몸이 아팠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박형준 군은 ‘긴장감’ ‘관객과의 소통’을 꼽았다.

    “단 한 번의 공연을 하려고 몇 달 동안 땀 흘리며 연습을 해요. 영화나 드라마는 NG를 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뮤지컬은 무대 위에서 한 번 실수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그 긴장감이 좋아요. 그 순간을 관객과 함께한다는 점도 짜릿하고요.”

    아이돌 가수나 연기자는 뮤지컬 배우보다 데뷔가 빠른 편. 다른 과 학생 중에는 기획사에 소속돼 연예활동을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과 학생들은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뮤지컬 배우는 금방 스타로 떴다가 바로 지는 존재가 아니에요. 어차피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할 건데 좀 천천히 가도 상관없어요. 좋은 대학에 가려고, 10대나 20대 때 주목받는 스타가 되려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건 아니거든요.”(박형준 군)

    대학 입시를 앞둔 뮤지컬과 3학년생은 수능과 실기시험 모두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이 과정을 좋은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여긴다.

    “저는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10년 후쯤, 뮤지컬 무대에서 뵐게요. 기대해주세요.”(박형준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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