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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능력 키운 8할은 중국 유학”

폭넓은 인맥과 실력 갖춘 유학생 인재 배출 … 동아시아 전문가로 곳곳서 활약

“내 능력 키운 8할은 중국 유학”

“내 능력 키운 8할은 중국 유학”

자전거로 등교하는 중국 대학생들.

대학입시 결과로 희비가 엇갈리는 요즘, ‘유학’은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화두다. 특히 G2로서의 위상을 자랑하며 급부상 중인 중국 유학은 우선순위 고려 대상이다. 그간 중국 유학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것은 1992년. 중국 유학 붐이 일어난 시기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베이징이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2001년 즈음이다.

‘한국 대학 낙오자들이 간다’ ‘부정 입학이 가능하다’ ‘정상적인 졸업자가 없다’ ‘졸업하면 조선족 대우를 받는다’…. 중국 유학에 대한 국내 인식은 지나치게 평가 절하된 측면이 있다. 모든 유학이 그렇듯 중국 유학 역시 명암이 공존한다. 그간 어두운 면만 부각된 중국 유학에 대한 시각을 돌려, 바람직한 유학 생활로 만족하는 이들을 소개한다.

로스쿨 진학, 외무고시 합격…

전재연(27) 씨는 민족사관고 학생회장 출신으로, 졸업 이듬해인 2003년에 ‘민족사관고 설립자상’을 수상한 인재다. 그는 한국 유수의 대학 혹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선택했던 다른 친구들과 달리 중국행을 결심했다. 재수시절 한창 부상하던 중국에 호기심을 느껴 베이징대 광화학원 경영학과 05학번으로 입학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짧은 중국어 실력으로 중국 친구의 노트를 빌려 통째로 외우다시피 했다. 그가 나온 광화학원은 중국 전체 대학 상경계열 1위로, 유학생 대입시험 350점 만점에 320~330점을 받아야 진학이 가능하다. 동기 중국 학생들에는 각 성(省)의 1등 출신이 수두룩하다. 현재 그는 노무라종합연구소 인턴을 거쳐 GE KOREA에 근무하고 있다. 전씨는 “GE에서 중국인들과 일하는데 이미 무시무시하게 우수한 중국 학생들과 생활했기 때문에 전혀 두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득희(27) 씨는 베이징대 법학과 03학번이다. 그는 중국에서 본과를 마친 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로스쿨(법학석사·LLM)에 입학했다. 석사를 마치고 뉴욕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법인 율촌에 들어가 현재 공군본부 군법무관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중국 유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친구는 물론 외국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한국 로스쿨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 베이징대 법학과 03학번으로 한씨와 동문인 박민정(29) 씨는 졸업과 동시에 중국법 특성화 대학인 전북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베이징대 법학과를 나와 외무고시에 합격한 유학생도 있다. 박하림(23) 씨는 광주화교소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베이징에서 유학생활을 시작, 베이징대 법학과 05학번으로 입학했다. 그는 대학 3학년이던 2008년 여름 휴학계를 내고 신림동에서 외무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아온 아버지의 e메일 덕분일까. 그는 2010년 6월 외무고시 44기로 합격했다. 박씨는 올해 7월 대학 졸업 후 8월부터 외무고시 45기 후배들과 연수원 생활을 할 예정이다. 그는 “외국어(영어·중국어)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중국 유학 경험을 살려 동북아 전문가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재중 한국 유학생은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00년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유학은 ‘일단 가고 보자’는 막무가내식 유학이 적지 않았다. 당시 현격히 낮은 환율에 혹해 중국이 뜰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유학을 보낸 부모가 상당수였다. 그런 과정에서 베이징대, 런민대 같은 명문대조차 제대로 된 과정 없이 ‘예과반’ ‘보충학습반’ 등을 만들어 돈 벌기에 급급했다. 자연히 중국 유학의 부정적인 측면이 과장되게 부각됐다. 하지만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유학 실정 또한 크게 바뀌었다.

베이징대에서 한국 유학생 두각

매년 4~5월에 치르는 중국 대학입시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는 추세다.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도 갈수록 탄탄해지고 활동 폭도 넓어지고 있다. 베이징대 경제학과 08학번인 강우종(28) 씨는 서라벌고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을 지냈다. 당시 이과였던 까닭에 동국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군에 입대한 뒤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제대 후 다니던 학교를 포기하고 다시 중국 대입에 응시한 그는 현재 베이징대 ‘증권투자연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매일 중국 5대 경제신문에 난 거시경제 기사를 번역해서 엮은 ‘China Daily’를 개인 및 기관 250여 군데에 보내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증권투자연구회 회원이자 베이징대 경제학과 09학번인 이화정(22) 씨는 한국의 모 경제신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중국 경제 관련 기사를 번역하는 일이다. 그는 “경제 분야 전문 번역과 통역을 할 수 있도록 중국 경제용어를 꾸준히 공부한다”라고 말했다. ‘AIESEC(국제리더십학생단체) China’ 회원이기도 한 그는 2010년 겨울에는 이 단체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학생들과 5주간 인도에서 인턴을 했다. 오는 2월 16일부터 20일까지는 서울대에서 열리는 경제학 세미나에 베이징대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 200명이 지원해 10명이 선발됐는데, 외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서울대, 연세대, 베이징대, 칭화대 4개 학교 경제학과 학생들이 이 세미나에 참여한다.

지난해 베이징대 광화학원에는 SK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민정 씨가 10학번으로 입학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런민대 부속고등학교 시절부터 성적이 우수해 베이징대 광화학원 입학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학교 보통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베이징대는 예전에 이해찬 전 총리의 딸이 졸업한 것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들의 자녀가 적지 않게 거쳐 갔고, 최근에도 여러 정치인, 기업인의 자녀가 재학 중이다. 베이징에서 10여 년간 중국 대학 입시학원을 운영했던 북경제일학원 유형석(40) 원장은 “중국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가 없다.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익히는 것은 물론, 다가오는 동아시아권 부상 시대에 전문가로서 역량을 다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1.02.28 776호 (p58~59)

  • 베이징=신혜선 베이징연합대학 관광문화학부 교수 sun333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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