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6

2011.02.28

“창의적 연구개발 지원 노벨상 토대 마련”

한국연구재단 오세정 신임 이사장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1-02-28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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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 연구개발 지원 노벨상 토대 마련”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을 보면 30대에 이룬 연구 결과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인 30대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의지가 충만한 때지요. 하지만 이 중요한 30대를, 우리나라 연구자 대부분은 연구 기반 부족으로 허송세월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활발히 연구하던 과학자도 귀국하면 관련 장비 등을 갖추는 데만 5년 넘게 걸립니다. 신진 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한국연구재단 오세정(58) 신임 이사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오 이사장은 1월 20일 취임식을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과학재단, 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의 3개 재단이 모여 조직됐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20% 이상인 약 3조 원의 재원으로 자연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 등 전 학문 분야를 지원한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를 받은 후 국내 대학 등에서 30여 년 동안 물리학자로 연구해온 오 이사장은 “실제 연구자들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안다”고 했다.

    “더 이상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이제 남들보다 앞서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는 선도형 연구개발 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연구재단에서는 모험연구를 지원하고, 연구가 실패했어도 이를 용인하며,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평가 시스템 등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도형 연구개발을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모험연구란 말 그대로 고위험, 혁신적인 연구가 고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제를 말한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발상에 대한 사전연구나 기존 연구 주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및 응용 연구도 의미한다. 이런 모험연구를 추진하는 신진 연구자를 발굴, 지원하겠다는 것. 모험연구일수록 실패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에도 성실하게 연구했다면 그 실패까지 용인하는 성실실패 용인제도도 도입했다. 오 이사장은 “그간 객관성과 공정성만 강조하다 보니, 과거 논문 등 실적 위주로 정량적 평가만을 주로 해왔다”며 “연구 과정이나 연구 접근방법 등을 모두 고려해 평가하는 등 평가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연구 현장에 있다 보면 산업화나 응용화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낍니다. 당장 돈이 되길 바라며 지원하는 시스템으론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나 원천 기술을 개발해낼 수 없어요. 성과 중심주의에 매몰되면 제2, 제3의 황우석 사태를 야기할 수 있죠. 또 21세기는 융합의 시대입니다. 여기서 융합은 인문사회와 과학기술뿐 아니라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도 의미합니다. 기초연구는 ‘돈이 안 되는 연구’라고들 하지만, 현재 세계적인 기초연구기관들은 기초연구 성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 이사장은 “지원을 받는 연구자 역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 스스로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하는 만큼 ‘그저 논문 쓰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면 안 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소명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녹색형광단백질’ 아이디어는 미국의 한 과학자 머리에서 나왔어요. 하지만 그는 연구자금이 부족해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대신 미국 국적의 일본인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가 지원을 받아 연구를 계속했고 노벨상까지 받았죠. 이처럼 현대 연구에서 꾸준한 재정지원은 필수입니다. 이 역할을 한국연구재단이 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열정을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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