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2

..

드디어 책 읽는 20대의 귀환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1-24 11:0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990년대 중반 시장을 교란하는 세대는 10대로 보았다. 1995년 말에 당시 5개월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던 ‘천년의 사랑’(양귀자, 살림)을 밀어낸 책은 10대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좀머 씨 이야기’(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였다. 주인공 좀머 씨가 소설에서 유일하게 내뱉은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란 말이 10대들에게 회자되면서 ‘좀머 씨 이야기’는 결국 밀리언셀러가 됐고, 쥐스킨트의 책은 나올 때마다 대대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출판시장의 주류 독자는 20대였다. 20대 오피스 레이디들은 가벼운 에세이나 감각적인 소설을 그야말로 열렬히 읽었다. 공지영을 스타작가로 굳혀준 ‘고등어’(오픈하우스)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도 1995년이었다. 등 푸른 고등어처럼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1980년대라는 세월을 자유롭게 산 청춘들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을 80년대를 열심히 살아낸 30대가 읽을 것이라 여긴 출판사는 “어느덧 소금에 전 고등어가 돼버린 서른 살들에게 바친다. 등 푸르게 펄떡이던 우리들의 스무 살, 삶의 나날은 어디로 갔느냐고”라는 헤드카피를 뽑았다. 하지만 정작 주 독자층은 20대라는 사실이 확인돼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만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출판시장을 교란하는 독자는 20대였다. 인터넷에 익숙하고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어 점차 책에서 멀어지는 그들의 마음을 잡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얻기만 하면 책은 대박이 났다. 2006년이 그랬다. ‘여자생활백서’(안은영, 해냄출판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남인숙, 랜덤하우스코리아) 등 30대 멘토가 20대에게 수다 떨 듯 생존 매뉴얼을 이야기해주는 여성 처세서가 큰 흐름을 이뤘다.

    지난해는 20대 담론이 뜬 해였다. 20대가 자신들의 현실과 세상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과 선배 세대가 힘든 청춘에게 조언하는 책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지만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판매부수는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20대 독자층은 정말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마저 일었다.

    다행히 20대가 책시장으로 돌아오는 듯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최고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김영사)의 독자층은 20대 30%, 30대와 40대가 각각 25%였다. 김난도가 청춘들에게 스펙보다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라고 충고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는 출간 3주 만에 10만 부를 돌파하며 1위 등극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책을 구매한 독자들의 분포를 교보문고 집계로 살펴보면 20대가 63.5%(30대 14.8%, 40대 9.6%, 50대 6.7%)나 돼, 20대가 ‘드디어’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새로운 밀리언셀러가 될 조짐마저 보이는 이 책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