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2

2011.01.24

서청원 前 대표 안상수 대표 만난 까닭은

1월 초 회동 합당 문제 등 조율…MB-박근혜 메신저 역할 관련 주목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1-01-24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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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청원 前 대표 안상수 대표 만난 까닭은

    (왼쪽)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지난해 12월 24일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교도소 앞에 마련된 임시단상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 서 전 대표는 ‘박근혜의 남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대의원 투표에서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었던 데는 서 전 대표의 역할이 컸다.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전 친박연대) 대표를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 전 대표를 찾는 정치권 인사들이 줄을 서고,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미래희망연대 당사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측근들의 움직임도 부쩍 분주해졌다.

    서 전 대표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것은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09년 5월,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석방됐다. 서 전 대표는 이후 “당분간 정계 복귀에는 관심 없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이미 정계에 복귀한 것이나 다름없는 행보를 보인다.

    1월 1일 새해 첫날, 서 전 대표는 상도동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이는 공개된 사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초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비공개로 접촉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1월 3일 안 대표가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를 찾아가 합당 문제를 논의한 직후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서 전 대표 한 측근은 “정확한 날짜까지는 확인해주기 어렵지만, 1월 초 안 대표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 서울 모처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안 대표 측도 “공식적인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보좌진은 알 수 없지만, 서 전 대표 측에서 시인했다면 아마 사실일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석방된 ‘朴의 남자’



    서 전 대표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난 이유는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간 합당 문제를 최종 조율하려는 차원이었다. 이날 두 사람은 매우 깊이 있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양당은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둔 3월 말 합당에 합의했다. 당시 합당은 수감 중이었던 서 전 대표의 ‘옥중결단’에 따라 이뤄졌다.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들은 물론 서 전 대표의 측근들도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서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요구하자고 했지만, 서 전 대표가 “아무 조건 없이 (당을) 던지라”고 해서 속전속결로 합당에 합의할 수 있었다는 것.

    서 전 대표가 조건 없이 합당을 추진하도록 했던 배경에 대해 한 측근은 이렇게 설명했다.

    “서 전 대표라고 왜 사면복권을 바라지 않았겠나. 속마음은 굴뚝같았겠지만, 합당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미래희망연대도 엄연한 정당이다. 선거 때 후보를 내지 않으면 그건 정당이 아니다. 만약 합당하지 않았다면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서 전 대표 처지에선 이런 곤혹스러운 상황을 피하려면 합당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희망연대는 합당 합의 직후인 지난해 4월 2일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한 달여 뒤인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각각 합당을 추인했다. 양당 지도부가 모여 ‘합동회의’를 열고 합당을 선언하는 절차만 남아 있다. 법적 절차인 전당대회를 다 거쳤기 때문에 사실상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세청이 지난해 7월 미래희망연대에 부과한 ‘증여세’ 13억3000여만 원이 걸림돌로 작용해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합당이 보류됐다.

    서 전 대표는 물론 미래희망연대 측은 이래저래 서운할 수밖에 없는 노릇. 미래희망연대 측은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안 대표와 청와대, 양쪽을 다 의심한다. 미래희망연대 한 당직자의 얘기다.

    “안 대표는 어차피 지방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당의 재정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합당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1년이 넘도록 가만히 있던 국세청이 합당을 앞두고 갑자기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합당을 반대하는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안 대표 측에서는 “안 대표와 원희룡 사무총장 등 새로 선출된 당 지도부는 바로 합당하려고 했지만 실무진이 반대해서 미뤄져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대표실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정이야 어찌 됐든 불법행위로 인해 부과된 증여세다. 더욱이 13억3000만 원은 당 운영비 2개월치에 해당한다. 정치자금이 투명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이 부담하기엔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합당을 보류하자는 게 실무자들의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미래희망연대 측은 “증여세 문제는 합당을 합의하기 전에 이미 당시 정병국 사무총장에게 다 설명했고, 정 총장이 선거 이후 ‘같이 알아보자’고까지 했던 사안이다. 뒤늦게 문제 삼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 전 대표는 안 대표를 만나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협조를 부탁하는 한편 합당 시점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대표는 현재 가석방 상태다. 형기 만료일인 4월 20일 이전까지는 공식적인 정계 복귀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후에도 복권이 되기 전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어 당 대표를 맡을 수 없다. 서 전 대표 처지에선 언제 합당하든 크게 상관없는 상황이다.

    4·27 재보선 손 내미는 한나라당

    오히려 4·27재보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한나라당과 안 대표 측이 더 급해졌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은 0.8%포인트, 경기도지사는 4.5%포인트 이내의 근소한 표차로 신승했다. 당시 미래희망연대에서 후보를 내세웠을 경우 낙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희망연대 당 지지율이 5~7% 정도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또 패배할 경우, ‘보온병’에 이은 ‘자연산’ 설화(舌禍)로 당내 입지가 위태로운 안 대표로서는 자리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안 대표는 최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자진사퇴 요구로 청와대와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도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일 미래희망연대 소속 비례대표 8명이 한나라당에 합류한다면 친박계는 그만큼 힘을 얻기 때문에 당내 역학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이후 서 전 대표의 역할이다.

    서 전 대표는 누구보다 분명한 ‘박의 남자’다. 박근혜 전 대표는 서 전 대표에게 마음의 부채가 있다. 서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이어 구치소 수감생활까지 한 것을 자신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로선 서 전 대표만큼 당내에 신뢰할 만한 ‘좌장급’ 정치인도 없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친박계를 떠난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 는 서 전 대표가 유일무이하다.

    서 전 대표는 새해 인사말을 통해 “우정은 변치 않을 때 더욱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뢰와 원칙’ ‘복지’를 화두로 삼았다. 박 전 대표의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박 전 대표를 위한 ‘정치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이상득 의원이 지난해 연말 가석방을 앞둔 서 전 대표를 면회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서 전 대표가 정무제1장관과 대통령 특사 등을 맡는 등 권력 실세였던 반면, 재선의원이었던 이 의원은 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을 맡는 데 그쳤다.

    전현직 인사 면담 요청 쇄도

    서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 대해 “과거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함께 일했던 이야기를 즐겁게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 이 의원이 갑자기 면회를 와서 옛날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시 잘해보자는 뜻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은 퇴임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와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누군가 메신저가 필요하다. 결국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서 전 대표와 이 의원이 다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이어 “서 전 대표는 출소하면서 ‘어제는 과거’라고 했다. 고통받고 힘들었던 것 다 잊고 연연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 측을 겨냥해) 그쪽에서 공을 받을 차례”라고 덧붙였다.

    서 전 대표는 1월 14일 10여 일간의 일정으로 필리핀으로 휴식을 떠났다. 전현직 정치권 인사의 면담 요청과 방문이 연일 쇄도한 탓이다. 서 전 대표는 이미 여의도 정치판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국세청, 31억 돈 거래에 증여세 27억 부과 논란

    서 전 대표 “차용금이다” vs 국세청 “불법 정치자금”


    국세청이 지난해 7월 미래희망연대와 전직 비례대표 등에게 증여세 26억6000만 원을 부과한 게 과연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증여세는 서청원 전 대표가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로 공천한 양정례 전 의원의 어머니 김순애 씨와 김노식 전 의원 등으로부터 받은 31억 원에 대한 것이다. 서 전 대표는 총선 직전인 3월 이 자금을 받았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보존금을 받은 직후인 6월 5일 곧바로 되돌려줬다.

    서 전 대표 측은 “급하게 창당 작업을 하면서 선거를 치를 자금이 없어 당 공식계좌를 통해 돈을 빌렸다가 선거를 치른 후 되돌려준 차용금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이 자금을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받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규정하고 서 전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국세청이 이 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사법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정치자금이 아닌 금전 거래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를 이유로 당이 김씨와 김 전 의원에게서 받은 31억 원에 대해 13억3000만 원, 다시 김씨와 김 전 의원이 당으로부터 되돌려받은 31억 원에 대해 13억여 원을 김씨와 김 전 의원에게 별도로 부과했다.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31억 원이 오가는 과정에 무려 26억여 원의 증여세가 부과된 셈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득이 없는데 과세할 수 있느냐다. 서 전 대표 측은 “세금이라는 게 소득이 있어야 부과하는 것인데, 도대체 서 전 대표와 당은 물론 김씨와 김 전 의원이 이익을 본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또 하나는 3개월 이내에 계좌를 통해 주고받은 자금이 증여세 대상에 포함되느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받은 후 3개월 이내에 반환하는 경우 처음부터 증여가 없는 것으로 봐서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전’은 제외된다. 문제는 계좌로 주고받은 자금이 금전에 해당하느냐 하는 점이다.

    서 전 대표 측은 “이 조항이 계좌 간 거래가 통용되지 않았던 1950~60년대 만들어져서 당좌수표나 어음 등 현금이나 다름없는 유가증권만 금전과 구분해놓았다”면서 “거래가 투명하지 않은 현금거래를 막기 위한 것이 법의 취지인 만큼 거래가 투명한 계좌 간 거래는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작 증여세를 부과한 국세청도 이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관할 세무서인 영등포세무서 관계자는 “정치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도 없고, 계좌 간 거래가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규정도 없어서 솔직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미래희망연대와 김씨 등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미래희망연대 등은 지난해 12월 말 다시 조세심판원에 ‘증여세부과 취소 처분 청구’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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