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2011.01.17

대학가 너도나도 “스마트 캠퍼스”

도서 대출부터 수강 신청까지 다양한 활용…일부에선 묻지마 스마트 경쟁도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송윤지 주간동아 인턴기자 성균관대 법대 3학년

    입력2011-01-17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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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 너도나도 “스마트 캠퍼스”

    2010년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아이폰을 지급한 울산과기대의 캠퍼스.

    ‘스마트 행정’ ‘스마트 워크’ ‘스마트 뱅킹’….

    온 사회가 ‘스마트’ 열풍에 휩싸였다. 심지어 ‘스마트 코리아’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대학가 역시 이 트렌드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른바 ‘스마트 캠퍼스’. 2010년부터 대학마다 통신사와 협약을 맺고 스마트폰을 무료로 지급하는 등 스마트 캠퍼스 선점에 발 벗고 나섰다.

    스마트 캠퍼스란 손안의 디지털 기기로 도서관 예약부터 강의 수강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캠퍼스 네트워크 환경을 뜻한다.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은 스마트폰 지급. 이 때문에 각 학교는 통신사와 손잡고 학생들의 스마트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2010년 울산과기대, 전주대, 경희대 등 10곳이 스마트 캠퍼스와 관련해 KT와 협약을 맺었고, SKT와 협약을 진행 중인 학교도 5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학교별 스마트화의 속도는 제각각. 막 첫발을 뗀 스마트 캠퍼스는 각 학교의 특성에 맞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먼저 서울여대는 학교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더욱 편리한 학사생활을 제공한다. 경희사이버대는 스마트폰을 통한 강의 수강은 물론, 가까이에 있는 동문의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등 학생 간 오프라인 만남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경희사이버대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지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이버대학의 한계를 스마트폰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울산과기대는 2010년 1학기 교수와 학생 전원에게 아이폰을 무료 지급했다. 이 대학은 아이폰을 기반으로 ‘블랙보드(Blackboard)’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학사관리 프로그램. 학생들은 스마트폰용 블랙보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신청한 강의 자료를 제공받고 과제를 제출하는 등 수업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포스텍의 계획은 더 구체적이다. 이 학교 정보시스템 전산팀 이상철 팀장에 따르면 포스텍은 인프라 구축을 넘어서 진정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팀장은 “포스텍은 물론 MIT, 하버드 등 유명대학의 오픈 강의를 스마트 기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준비 중이다. 또 2011학년 신입생들에게는 태블릿PC를 공급하기 위해 기기회사들과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무상 지급 논란

    스마트 캠퍼스로 나아가는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학교 측의 스마트폰 지급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울산과기대 등 일부 대학은 스마트폰을 무료 지급했지만, 대부분 대학은 통신사와 협약을 맺고 스마트폰 특판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포스텍 커뮤니티에서는 ‘학교를 통해 스마트폰을 무상으로 지급받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서울여대 일부 학생도 시중보다 6개월이나 긴 약정기간(30개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 캠퍼스가 “묻지마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지한 고민 없이 스마트 캠퍼스 이미지를 선점하려다 대학 간 과열경쟁으로 번졌다는 것. 한 대학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관련한 계약 등 스마트 캠퍼스를 위한 투자가 성공할지 미지수다. 스마트 캠퍼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무작정 내달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씁쓸해했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는 “스마트 기기’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환경 속에서 ‘스마트’한 인재를 키우는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 지급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스마트 캠퍼스’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고려대 임걸 연구교수는 “빠르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학습자마다 속도차가 있고, 스마트 환경에 대한 호불호가 다르다. 유비쿼터스 환경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한 학습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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