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2011.01.17

‘상투’다, 아니다 따지지 말고 인덱스펀드에 묻어라!

시장과 맞서 이길 능력 없으면 직접투자 않는 게 상책

  • 이건 ‘대한민국 1%가 되는 투자의 기술’ 저자 keonlee@empas.com

    입력2011-01-14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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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투’다, 아니다 따지지 말고 인덱스펀드에 묻어라!
    주가지수가 2000을 돌파하면서 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야 하는가?” “혹시라도 상투(주식 가격이 가장 높을 때 주식을 매수해서 손실을 보는 것)를 잡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런 질문은 안타깝게 번지수가 틀렸다. 과거에도 개미들은 주기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지만, 늘 참담한 결과만 되풀이했다. 그런데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개미들이 과거 사례를 모르거나 잊었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인간의 유전자는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상투’인지 아닌지 고민하다 물려버린 수많은 과거 유사 사례에 또 하나의 생생한 사례를 더할 뿐이다. 따라서 지금 새삼스레 증시를 기웃거리면서 상투인지 궁금해한다면, 당신은 ‘파멸로 가는 치명적 유혹’을 맛본 셈이다.

    개미들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바로 “나의 투자 능력은 어느 정도 되는가?” “나에게 적합한 투자 방식은 어떤 것인가?”다.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서 답을 얻는다면 지수가 2000인지 3000인지, 상투인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기 능력 들여다보기가 첫걸음



    중이 제 머리를 깎을 수 없듯, 자기 스스로 투자 능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 적어도 두 가지 요건을 갖춘 사람을 골라야 한다. 첫째, 객관적으로 실력이 입증된 투자 전문가여야 하고 둘째, 사심 없이 조언을 해줄 사람이어야 한다.

    언론에 전문가로 등장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일부는 객관적으로 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주식 방송 출연자 중에 반지하 방에 사는 신용불량자가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정말 어렵게 전문가를 만난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나에게 사심 없는 조언을 해줄지 의문이다. 주식시장은 흔히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냉혹한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진정한 투자의 고수로부터 사심 없는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바로 세계적인 ‘투자의 거장’이 평생에 걸쳐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적어놓은 ‘투자의 고전’이다. 거장들이 쓴 책에는 우리가 현재 고민하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투자자들의 생각과 행동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연 인간의 유전자는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거장들의 가르침에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지금껏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말하는 거장을 한 명도 못 봤다. 혹시라도 방송이나 금융회사에서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면, 그 사람이 투자의 전문가인지 금융 연예인(演藝人)인지 곰곰 생각해보기 바란다. 피터 린치는 저서 ‘월가의 영웅’에서 “공부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패도 보지 않으면서 포커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시장을 이기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거장들에게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투자에서 주가지수 이상의 실적을 얻고자 한다면, 당연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공부도 만만치 않은 데다 생업에 종사하다 보면 시간을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성인으로 존경받는 존 보글은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지푸라기 더미에서 바늘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아예 지푸라기 더미를 다 사라”고 밝혔다. 즉 ‘종목 선택’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는 나아가 “시점 선택(market timing)도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상투인지 아닌지 고민하면서 사고팔 시점을 선택할 필요 없이, 모든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실적을 올리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 펀드매니저 90%가 지수보다 수익률 낮아

    펀드매니저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파는 미국의 거대 연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파격적인 보상을 받으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한다. 그런데 윌리엄 번스타인은 저서 ‘투자의 네 기둥’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과연 주가지수만큼 돈을 버는지’에 대해 실제 분석한 것이다.

    243개 대형 연기금의 1987년부터 12년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슈퍼스타 펀드매니저의 90% 이상이 시장 지수보다 못한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다시 말하면 슈퍼스타 펀드매니저 가운데 지수를 이긴 사람은 10명에 1명꼴도 안 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내 대부분의 연기금이 운용 방식을 바꿔, 이제는 미국 연기금 대부분을 ‘인덱스펀드’ 형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제 합리적인 투자 방법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실력을 키워 시장과 정면 대결을 벌이면서 탁월한 실적을 추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뱃속 편하게 인덱스펀드에 장기간 묻어두고 주가지수만큼만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성공하면 커다란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실패할 위험도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 한 가지. 그럼 왜 우리는 첫 번째 방법의 실패 사례보다 성공 사례를 더 잘 알고 있을까. 이는 일종의 생존 편향(偏向) 때문이다. 투자에 실패한 사람은 대개 조용히 사라지지만, 성공한 사람은 다소 과장까지 하면서 자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 즉 장기간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그 대신 ‘인내’가 필요하다. 차라리 무관심하면 더 유리하다. 그 나라 경제가 장기적으로 쇠퇴하지 않는다면 실패 위험이 낮으니 늘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다. 투자에 들이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아마 우리나라 투자자 가운데 99%는 인덱스펀드를 선택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TIP

    인덱스펀드? ETF란?


    인덱스펀드란 종합주가지수 등 시장 대표 지수를 목표 지수로 정해 그것과 같은 투자수익을 올리도록 운용하는 펀드다. 시장 전망과 무관하게 업종 대표주에 골고루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인덱스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실시간 거래되도록 만든 상품을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라 한다. ETF는 수익률이 주가지수 등락률과 비슷하게 결정된다는 점에서는 인덱스펀드와 같다.

    하지만 투자에 앞서 증시 상승 국면에선 인덱스펀드가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인덱스펀드는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담으면서 이 지수를 추종한다. 대세 상승 시기엔 오른 종목이 계속 상승하고,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보다 중대형 주의 상승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코스피200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라도 이런 종목을 편입할 수 없고, 시가총액 비중이 작은 종목이 크게 상승해도 투자 비중을 확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 시가총액에 따라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보다 종목 비중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주식형펀드가 높은 수익을 낸다. 그러나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변동성이 심한 만큼 장기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려면 역시 인덱스펀드가 적합하다는 주장도 많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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