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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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외국인 ‘대박’, 개미 ‘쪽박’

2010년 코스피 2000시대,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 순매수 시장 주도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1-14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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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외국인 ‘대박’, 개미 ‘쪽박’

    2010년 외국인은 대형주 매수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2010년 12월 20일 군 당국이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중단했던 연평도 인근 해상훈련을 개시한다고 밝히자 국내 증시는 술렁거렸다. 오전 한때 2000선이 붕괴하는 등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당초 우려와 달리 코스피지수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날 증시 안정의 일등 공신은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들이 2921억 원어치를 내다 팔며 불안감을 나타냈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1698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도 하루 동안 1084억 원을 순매수하며 장을 떠받쳤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는 단기 악재에 그쳤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수익률 51.71%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외국인·기관과 거꾸로 가는 개인들의 ‘청개구리 투자’는 2010년 한 해에도 여전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지수 2000시대가 다시 열렸지만 개미들은 웃지 못했다. 2010년 12월 31일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인 2051포인트로 전년 대비 21.88% 상승했다. 하지만 투자 주체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개인, 외국인, 기관 중 기관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반면 개인들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0년 외국인은 21조5545억 원을 순매수하며 시장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2조 원, 5조 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추세는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새해 첫 주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2673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9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14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의 절반에 해당한다. 특히 장 막판 동시호가(오후 2시 50분~3시)로 대량의 주식을 사들인 점이 두드러졌다. 동시호가는 매수·매도 주문을 받아 거래를 일괄 체결하는 방식으로, 여러 종목을 동시에 사는 바스켓 거래에 이용된다.

    외국인들은 2년 전부터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특히 대형주 비중을 늘려왔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한국과 같은 이머징마켓에 투자할 때 수익률 못지않게 중요시하는 것이 위험 헤지이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데다 성장 여지까지 있는 업종 대표주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2010년 한 해 국내 증시에서 사들인 종목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포함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LG화학, 기아차, LG전자, NHN 등 하나같이 대형주다. 결과는 ‘대박’에 가깝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연간 평균 수익률은 51.71%이고, 상위 20개 종목은 54.83%, 상위 30개 종목은 52.70%다. 모두 코스피 수익률(21.88%)보다 2배 이상 높았다(표1 참조).

    역시 외국인 ‘대박’, 개미 ‘쪽박’
    연기금 활약, 기관 외국인보다 고수익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을 주무르는 외국인 ‘쩐주’의 머리 색깔이 달라진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국부펀드를 앞세운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의 한국 주식 보유 잔고는 2007년 말 617억 원에서 2010년 말 3조 원으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는 2조→13조 원, 아랍에미리트(UAE)는 4조→7조 원, 쿠웨이트는 3조→4조 원으로 늘었다. 반면 전통적인 투자국인 미국(133조→150조 원)과 영국(37조→43조 원)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를 바라보며 순항하던 2010년 11월 11일. 옵션 만기일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던 주식시장은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장 막판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순식간에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증시는 휘청거렸다. 그러자 기관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옵션 만기일 쇼크 다음 날 연기금이 코스피에서 2400억 원 가까이 순매수를 하고 우정사업본부 등이 400억 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급반등에 성공했다.

    2010년 연기금은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면서 증시를 떠받치는 버팀목 구실을 톡톡히 했다. 투자신탁이 펀드 환매에 몸살을 앓으며 18조 원을 순매도해 기관 전체로는 12조 원을 순매도했지만, 연기금은 9조 원을 순매수해 사실상 외국인과 유사한 포지션을 취했다. 연평도 포격이 있을 때도, 옵션 만기일 쇼크로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이상 폭락한 다음 날에도 연기금은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연기금의 활약 덕분에 기관들이 거둔 수익률은 외국인보다도 뛰어났다. 상위 10개 종목은 60.1%, 20개 종목은 63.33%, 30개 종목은 61.1%로 외국인보다 각각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은 우리금융지주, 현대중공업, OCI, S-Oil, 삼성증권 등으로 외국인이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조선업종의 대형주를 선호했다면 기관은 조선, 은행, 증권, 건설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표2 참조).

    연기금의 적극 매수는 201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연기금 규모의 90%를 차지하는 ‘큰손’ 국민연금이 일찌감치 주식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0년 16.6%에서 2011년 18%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으면 계획대로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긴급한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기금운영위원회를 조속히 열어 5, 6월에 열리는 중기 자산운용 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다른 대형 연기금 역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식 이상의 방법이 없다”며 보유 비중을 확대 내지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2010년과 마찬가지로 대형주 위주로 투자할 전망이다. 사학연금 김경태 주식운용팀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금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향후 10년까지는 주식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투자를 하되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얻기 위해 적정한 이익이 실현되면 매도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주는 엄두도 못 내고 잡주만 붙잡고 있었다.”

    10년째 주식투자를 하는 건설회사 김모(39) 과장은 2010년 자신의 투자 행태를 이렇게 촌평했다. 그는 “대형주는 이미 많이 올랐다고 판단했다”며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물량도 없는 데다 가격마저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0년 말 대주주와 외국인, 연기금이 보유한 물량을 제외한 시가총액 50위 이내 종목의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인 32.14%에 불과했다. 또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식 한 주는 2011년 1월 11일 현재 91만2000원이다. 500만 원의 여유자금이 있다 하더라도 5주밖에 사지 못한다. 김 과장의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대세와 먼 청개구리 투자에 한숨과 허탈

    그러다 보니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2010년 주식시장의 상승을 주도했던 업종이나 종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포스코, 하이닉스, 삼성전기, 삼성생명, 한국전력 등이며, 상위 종목 30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2010년 신규 상장한 종목(삼성생명, 만도, 웅진에너지)이 다수 포진해 있다.

    대세를 거스른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상위 매수 종목 10개 중 4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저조한 수익률을 올렸다.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포스코가 -21.2%의 수익률을 보였으며 삼성생명(-10.1%), 한국전력(-11.4%), 외환은행(-18.6%)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9.71%로,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저조할 뿐 아니라 시장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은 -1.3%, 상위 30개 종목의 수익률은 -4.27%로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표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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