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8

2010.12.27

멋있다 = 게이리 … 우리 아빠가 리강 …

중국 누리꾼 키워드로 본 2010 중국, 중국 사회 10대 뉴스

  • 베이징 = 신혜선 베이징연합대학 관광문화학부 교수 sun3331@empal.com

    입력2010-12-27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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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있다 = 게이리 … 우리 아빠가 리강 …
    중국은 2010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조3369억 달러에 달해 일본의 1조2883억 달러를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사상 최대의 상하이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아세안, 페루, 대만 등과 동시다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차세안’ ‘차이완’ 시대를 열었다. 대내적으로는 중국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10월 15~18일)에서 후진타오(胡錦濤)를 잇는 차세대 지도자로 시진핑(習近平)을 선출했고, 2011년부터 5년간 중국 경제를 좌우할 마스터플랜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G2로서의 면모와 ‘대국굴기(大國起·큰 나라로 우뚝 일어선다)’를 대내외에 과시한 2010년이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중국, 중국 사회는 핑크빛만은 아니다. 중국 누리꾼들에게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2010년 중국, 중국 사회 10대 사건’을 정리했다.

    ‘給力’ 도움이 되다로 통용

    2010년 인터넷 최고 유행어인 ‘게이리’는 원래 중국 북방 방언이지만 잘 쓰지 않는 단어였다. 일본 코믹 애니메이션 ‘서유기’의 중국어 더빙판에서 손오공이 사용하면서 알려졌는데 ‘도움이 되다’ ‘멋있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 단어가 누리꾼들을 사로잡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엄격하기 그지없는 ‘인민일보’가 사용하면서부터였다. 2010년 11월 10일자 인민일보에 ‘장쑤성이 문화강성이 되기 위해 약진하고 있다(江蘇給力 文化强省)’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이때 사용한 ‘게이리’를 누리꾼들이 ‘신문용어의 새 장을 열었다’며 널리 퍼뜨렸다. 게이리는 ‘ungelivable(不給力)’로 변형돼 더욱 인기를 끌었다. 즉 영어의 un과 ~able에 geli가 조합돼 ‘목표와 거리가 크다’ ‘별거 아니네’라는 칭글리시(Chinglish)를 탄생시켰다.

    뺑소니 사고 내고 “리강” 큰소리



    2010년 10월 16일 저녁 허베이(河北)대학 교정에서 폴크스바겐이 2명의 여학생을 치어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크게 다쳤다. 하지만 운전자는 두 사람을 치고도 80~100km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태연하게 차를 몰아 여자친구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주었다. 경비원과 학생들에게 잡힌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잔뜩 술에 취한 목소리로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리강이야, 리강!”이라 하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놓고 ‘我是李剛’을 주제로 단문 짓기 대회를 개최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라. 우리 아빠가 리강이니까” 같은 기발한 문장을 선보였다.

    가장 호화스러운 룸살롱 天上人間

    단어만을 놓고 볼 때는 홍콩의 유명 영화 제목, 중국의 유명 드라마 제목이자, 왕페이(王菲)를 비롯한 유명 가수들이 앞다퉈 부른 노래 제목이다. 하지만 중국인들, 특히 베이징 시민들은 가장 호화롭고 비싼 룸살롱을 떠올린다. 베이징 동부에 자리 잡은 천상인간은 1322㎡(약 400평) 규모의 초호화 룸살롱으로 500여 명의 아가씨가 서비스를 한다. 2010년 5월 11일 ‘매춘방지법’에 의해 영업정지를 당했으나 6개월 만인 11월 11일 영업을 재개했다. 중국 공안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매춘 관련 사건은 하루 평균 383건으로 모두 14만 건 발생했고, 매춘부 등 25만여 명이 구속됐다. 영업정지라는 ‘눈 가리고 아웅’식 단속조차 결국 없던 일이 된 것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매우 허탈해하고 있다.

    엑스포를 위한 상하이 엑스포

    5월 1일 개막, 10월 16일 폐막한 상하이 엑스포는 최대 수혜자가 상하이가 아니고 엑스포 자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159년 엑스포 역사에 최대·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국가 홍보의 장이었던 이전 엑스포와 달리 기업관이 18개나 설치돼 엑스포가 기업 홍보의 장으로 부각됐음을 보여주었다. 246개 국가 및 조직 참가(역대 최다), 총 관람객 수 7003만 명(역대 최다), 1일 관람객 수 103만 명(역대 최다), 대회장 면적 528ha(역대 최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관광수입 800억 위안(약 13조 원), 일자리 창출 규모 63만 개의 효과까지 거두었다.

    “콩이 너를 가지고 논다”

    최근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농수산물 가격 폭등을 풍자한 말이다. 이외에도 마늘 가격 급등을 빗댄 ‘쏸니헌’(蒜狼·蒜은 마늘로, 너 참 모질다는 뜻의 算狼과 발음이 같은 데서 유래), 생강 가격 급등을 빗댄 ‘장니쥔’(姜軍·姜은 생강으로 장기에서 ‘장군이야’라는 뜻의 將軍과 발음이 같음), 설탕 가격 인상을 빗댄 ‘탕가오쭝’(糖高宗·중국 당나라 황제와 같은 발음에서 유래), 식용유 가격 인상을 빗댄 ‘유니장’(油漲·‘너 때문에 올랐어’라는 뜻의 由漲과 같은 발음에서 유래) 등이 유행했다.

    10일간 인구조사 13억 넘나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600만 명 이상의 조사원이 중국 전 지역 4억여 가구를 직접 방문해 제6차 인구 총조사를 했다. 2000년 제5차 총조사 때 중국 인구는 12억9533만 명으로 13억에 육박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2011년 4월에 발표된다. 중국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인구 총조사 사업의 예산은 모두 80억 위안(약 1조3000억 원) 규모.

    부동산 폭등 캡슐아파트 등장

    성인 한 사람이 발 뻗고 누우면 딱 맞을 초미니 아파트가 베이징에 등장했다. 베이징 토박이인 집주인은 일본의 소형 아파트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아파트 한 채를 개조해 넓이 2㎡인 좁은 방을 만든 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고 있다. 모든 물가상승의 원인으로까지 지목되는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들의 집과의 인연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캡슐아파트에 이어 최근에는 달팽이집을 뜻하는 ‘워쥐(蝸居)’라는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끌며 서민들의 세태를 반영했다. 또한 베이징에 사는 한 청년이 달걀 모양의 초소형 집 ‘지쥐(鷄居)’를 만들어 생활하는 게 보도되면서 중국의 부동산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베이징올림픽이 중국 문화를 보여주었다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중국 남방문화를 한껏 보여준 잔치였다. 체육 실력과 앞서 말한 문화는 물론이고, 경기장 건설 및 유지에 63억 위안(약 1조910억 원), 운용비에 73억 위안(약 1조2640억 원), 도시 인프라 정비에 1090억 위안(약 18조8000억 원)을 쏟아부으며 경제력 또한 맘껏 발휘했다. 하지만 지나친 낭비와 중국의 메달 독식이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거금 보상비 철거 졸부들의 탄생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대도시 외각 지역 개발이 활발히 진척됨에 따라 기존 농가의 철거가 진행되면서 속칭 거금의 보상비를 받은 졸부가 양산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 받은 보상비가 몇억 원에서 몇십억 원까지 이른다. 투자에 문외한인 이들은 엉뚱한 투자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비정상적인 낭비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댓글 전문 누리꾼 수이쥔

    의사소통의 장인 인터넷에 대한 각종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일정한 보상을 받고, 특정 사안에 대해 댓글을 도배하는 누리꾼을 일컫는 말이다. 댓글 쓰는 것을 ‘관수이(灌水)’ ‘주수이(注水)’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수(水)자는 집단성을 가리킨다. 따라서 해군을 뜻하는 ‘수이쥔’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경쟁사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를 때도 이들의 ‘활약’이 적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하는데, ‘인터넷상의 범죄조직’이라며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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