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8

2010.12.27

사교육 생존 특명 “새 먹을거리 찾아라”

MB 교육정책에 직격탄 고난의 1년 e러닝·스마트 러닝으로 돌파구 모색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12-27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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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생존 특명 “새 먹을거리 찾아라”
    2010년 교육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입학사정관제, 자기주도학습 전형, 고교자율화 프로젝트…. 굵직한 MB표 교육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학교 현장은 휘청거렸다. 사교육업계는 더했다. 정부 정책을 따라잡기도 힘든데, 고강도 사교육 척결 정책으로 고난의 1년을 보냈다.

    “EBS-수능 70% 연계 정책으로 고등부 온라인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참고서 시장이 경영난에 허덕였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2010년 가장 큰 악재로 EBS 강화책을 꼽았다. 정부가 2011년 수능의 70%를 EBS 교재에서 출제하겠다고 밝히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EBS 광풍’이 불었다. 기존의 참고서와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를 버리고 속속 EBS로 갈아탔다. 메가스터디 등 덩치 큰 교육기업부터 소규모 참고서 기업까지 모두 타격을 입었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고등부 온라인 사업과 참고서 사업이 조금 위축됐다. 출판 사업에 주력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상황이 상당히 나빴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더욱 심해진 사교육 때리기 정책도 악재였다. ‘학파라치’ 제도 도입과 야간수업 금지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저작권 논쟁까지 반(反)사교육 정책이 1년 내내 강도 높게 진행됐다. 이에 오프라인 학원들이 속속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등쌀에 음지로 숨어들거나 업종 변경을 했다. 입시 컨설팅을 진행하는 대규모 학원들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EBS 연계로 참고서 시장 고사



    초·중등 시장은 상황이 애매하다. 우선 2010년 처음 도입된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호재이면서 악재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성적보다 비교과 영역 활동을 우선해서 선발하는 고입판 입학사정관제. 특목고들이 자기주도학습을 도입함에 따라 초·중등 시장은 사업 분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다음은 교과부 관계자의 설명.

    “자기주도라는 말은 스스로 학습의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서 자율학습용 교재는 많이 팔렸다. 반면 특목고 입시 중심 오프라인 학원들은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안다. 입시 시장의 핵심인 특목고 시장이 비틀거리면서 학원가를 떠난 이도 상당수다.”

    초·중등 부분 기업들은 사회적 악재로 고심 중이다.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로 국내 교육 시장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 웅진씽크빅 홍보팀 관계자는 “초등학생 대상 학습지 사업이 핵심 사업인데, 수년째 상황이 좋지 않아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줄고 회원의 상당수가 학원 쪽으로 이탈했다. 그래서 초·중등 대상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학습모델을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구상 중이다. 또 최근 수학학원 ‘에듀왕’을 인수하는 등 콘텐츠 확보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대교는 2009년 눈높이 러닝센터를 도입했다. 이곳은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든 오프라인 센터. 가상실험 학습, 영어 랩실, 온라인 동영상 등 체험을 통해 학습효과를 높이도록 꾸몄다. 대교는 2010년 가을에 인터넷서점 리브로를 인수했다. 온라인 쪽을 강화해 기존의 출판 사업을 전자책, 전자출판, 전자교과서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학원 설립 등 글로벌 진출도

    사교육 생존 특명 “새 먹을거리 찾아라”

    2010년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e러닝 워크’에서 태블릿PC를 이용해 수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

    교육업계는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가장 큰 시장의 흐름은 스마트 러닝이다. 10년 전 메가스터디가 인강을 선보인 뒤 사교육 시장은 인강 시장으로 재편됐다. 스마트폰 가입자 700만 시대. 태블릿PC 등 스마트 디바이스의 외연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업계도 통신사와 손을 잡고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교는 SK텔레콤, 종로학원은 LG유플러스, 정철연구소는 KT와 손을 잡고 교육용 플랫폼 및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 방향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음은 비상에듀 유영선 IP의 설명.

    “스마트 디바이스의 주 고객층은 10대가 아니다. 교육기업의 직접 타깃이 13~19세라 보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3% 아래다. 때문에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으로 접근하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 가입자 유치를 노린 통신사 중심 사업도 부정적으로 본다. 통신망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취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고민 중이다.”

    e러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0년간 인터넷 환경은 미니홈피를 거쳐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인강은 옛날 방식 그대로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오프라인 수업을 동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올린다. 교육업계는 단순한 동영상 강의가 아닌 입체적인 e러닝을 고민하고 있다. 다음은 비상에듀 관계자의 말이다.

    “지금의 인강은 수요자의 요구와 상관없이 스타강사의 강의를 찍어 올린다. 매체가 바뀌었을 뿐 EBS TV 강의와 다른 게 없다. e러닝은 방대한 콘텐츠를 토대로 입체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피드백, 진로적성 개발, 수준별 맞춤학습 등 종합적인 학습관리 시스템으로 꾸려가야 한다.”

    천재교육, 두산동아, 좋은책신사고 등은 자사의 오프라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발 빠르게 e러닝 업그레이드 작업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차츰 ‘일타강사’(온라인에서 인기가 높은 스타 강사) 위주로 경쟁하던 초·중·고 e러닝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도 있다. 이투스교육은 2011년 4월 인도에 학원을 개강할 예정이다. 메가스터디가 1년 전부터 현지 파트너를 두고 중국과 베트남에서 사업을 모색해왔지만, 단독으로 현지에 학원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투스교육은 2010년 4월부터 4명의 이사급을 파견해 시장조사를 해왔다. 다음은 이투스교육 관계자의 설명.

    “국내시장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했다. 인도는 한국만큼이나 교육열이 높다. 인도공과대학(IIT)에 입학하려는 수험생만 약 150만 명이다. 현재 인도 학원은 종합반뿐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단과학원을 세울 예정이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스템은 경쟁력이 있다. 인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교육계는 이중으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교과서 개편, 입시제도 개편, 교실환경 선진화 등 공교육 활성화를 목표로 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종이책과 인강 중심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열풍으로 제2의 플랫폼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은진 전무는 “10년간 수없이 ‘넥스트’를 고민하면서 사업 영역을 10개 유관기관으로 확장시켰다. 현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해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콘텐츠나 서비스 경쟁력에 자신이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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