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8

2010.12.27

밀고 당기고 … 볼륨감 넘치는 가창력

윤하 ‘Lost In Love’

  • 현현 대중문화평론가 hyeon.epi@gmail.com

    입력2010-12-27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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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고 당기고 … 볼륨감 넘치는 가창력
    대한민국은 지금 천재형 소녀 싱어 아이유에게 푹 빠졌다. 아이유가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좋은 날’을 발표하던 날, 천재형 소녀 싱어로 먼저 각광받았던 윤하도 음반을 발표했다. 소녀 싱어송라이터의 원조격인 윤하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캐릭터보다는 음악으로 승부했다. 윤하는 이제 성인 싱어가 돼 조금 높은 연령대를 공략하는 전통적 슬로 넘버를 탑재하고 나섰다.

    윤하의 최고 히트곡인 ‘비밀번호 486’을 작곡했던 황찬희와 화요비의 작사로 만들어진 프로모션 트랙 ‘내 남자친구를 부탁해’는 윤하의 노래 중 가장 대중친화적인 곡이다.

    주로 로킹한 스타일을 내세웠던 윤하가 일상성이 강한 스타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첫 번째는 타깃을 바꿨다는 점이다. 윤하는 그동안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싱어였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 대중음악의 ‘헤비 리스너’를 위한 아이템으로서 위상을 유지했다는 이야기다. 데뷔 시절부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던 시기까지 윤하가 내세운 것은 ‘뛰어난 가창력과 연주 실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더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헤비 리스너뿐 아니라 가벼운 청취자에게도 어필해야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지극히 한국적인 슬로 넘버였다. 오랫동안 이 장르의 최고수는 왁스였다. 슬로 넘버는 매우 힘든 스타일이지만 싱어의 가창력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한국 대중음악 지형도에서 윤하가 자신의 포지션을 새롭게 잡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윤하는 커리어 하이를 지나 재도약을 꿈꿔야 할 시기다. 무리하게 변신하기보다 대중친화적 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걸그룹 천하인 대중음악계에서 나름의 인기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2007년 국내 첫 싱글앨범에서 발표했던 ‘기다리다’의 어쿠스틱 버전을 비롯해 총 다섯 곡이 담긴 이번 EP는 프로모션 트랙을 우회하면 기존의 윤하 스타일을 지키고 있는 곡들도 발견할 수 있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의 OST로 제공했던 ‘말도 안돼’는 팝적인 터치의 리듬과 모던록 풍의 악기 구성이 살아 있는 노래다. MC 주석의 피처링으로 지난 10월 공개했던 ‘One Shot’ 역시 윤하의 전형적 스타일과 시나 링고를 연상시키는 박력 있는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진 곡이다. 윤하 열풍을 일으켰던, 팬층이 모여 있는 집단을 의식하게 하는 애니메이션 주제곡 ‘꿈속에서’도 그의 볼륨감 있는 발성을 느낄 수 있다.

    윤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이번에는 프로듀싱에 참여하기도 했다. 셀프 프로듀싱이 가능한 여성 뮤지션은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장 드문 아이템인 동시에 소중한 존재다. 꾸준하고 열성적인 활동으로 거의 공백기 없이 달려온 윤하는 이번 음반으로 오히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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