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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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마이너스는 영원한 마이너스?

‘마이너스통장’ 효과적인 자금조달 수단 … 이자율 꼼꼼히 챙기면 ‘플러스 인생’가능

  • 이정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 nyman@hanmail.net

    입력2010-12-27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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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마이너스는 영원한 마이너스?
    최근 은행권에서 출시하는 금융상품의 명칭은 긍정적인 의미가 많다. ‘업(Up)’이라든지 ‘플러스(Plus)’ ‘더블(Double)’처럼, 가입만 하면 수익이 올라가고 더해지며 커질 것 같은 상품이 주류를 이룬다. 그 와중에도 비주류는 있다. 실제 대출상품명은 종합통장자동대출이지만, 우리에겐 ‘마이너스통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혹자는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는 순간 ‘마이너스 인생’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한번 마이너스는 영원한 마이너스다’라고 비아냥거기도 한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에 숨겨진 야누스의 얼굴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모두가 마이너스 인생에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우리가 얼마나 마이너스통장을 잘 이해하느냐에 있다.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대출은 크게 일반자금대출과 종합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로 나뉜다. 일반자금대출은 대출 신청한 전체 금액을 한꺼번에 받아서 사용하고 대출금액에 대한 이자를 매달 은행에 납부하는 방식이고, 마이너스통장대출은 대출 신청한 금액만큼 대출한도를 통장에 약정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약정한도 1000만 원으로 마이너스통장대출을 신청했다면, 내가 사용하는 통장의 잔고가 ‘제로(0)’여도 필요에 따라 1000만 원 내에서 수시로 출금이 가능하며, 사용한 금액과 사용 일수만큼의 이자를 지급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통장의 잔고가 100만 원이면 최대로 출금할 수 있는 금액은 1100만 원이고, 잔고가 -300만 원일 때도 여기에 추가로 700만 원을 출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통장에 돈이 없을 때도 현금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은행에서 빚을 내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편리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내가 돈이 필요할 때 통장에서 자유롭게 빼서 쓰고(대출 실행) 여유자금이 생기면 입금(대출 상환)하면 된다. 특히나 직장인의 경우 한두 달 가계에 구멍이 생길 때는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고, 보너스가 나와 주머니가 두둑한 달에는 정상적으로 마이너스를 상환할 수 있어 그 편리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자유 입출금 편리함이 가장 큰 장점

    길어야 일주일 정도만 필요한 돈인데 이를 위해 번거롭게 은행을 찾아가 대출 신청을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필요한 만큼 약정해두고, 수시로 ‘쓰고 갚고’를 반복하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사용한 금액과 사용 일수만큼의 이자를 지급하면 되고,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내야 할 이자도 없으니 직장인의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자영업자들도 거래업체의 결제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간편하게 사용하고 얼마 뒤 상환할 수 있고, 대출이자 또한 단기일 경우엔 크게 부담되지 않아 편리한 대출상품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효과적인 자금관리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할 경우에는 높은 이자의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편리한 자금조달 방법이다.

    그렇지만 꼭 짚어야 할 부분은 마이너스통장에 적용되는 높은 이자율이다. 은행에서는 일반자금대출보다 마이너스통장대출에 1~2%의 이자를 더 받고 있다. 은행의 자금운용상 일반자금대출은 고객이 희망하는 자금을 일시에 대출하고 이자만 받으면 되지만,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고객이 언제 쓸지 모를 대출한도에 대한 자금 부담이 있으므로 그만큼 이자를 높이는 구조다.

    대출 버릇은 꼭 뒤돌아 봐야

    한번 마이너스는 영원한 마이너스?

    마이너스통장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보다 이율이 낮긴 하지만, 절제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자칫 빚더미에 올라설 수 있다.

    또한 마이너스통장대출은 대출약정 시점부터 본인의 총 대출내역에 포함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마이너스 약정만 해두고 실제 사용하지 않아도 전 금융기관에서 파악하는 본인의 대출 정보에는 이미 약정한도만큼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다. 실제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본인의 전체 대출한도가 늘어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겠지만, 자유로운 대출의 편리함을 누리는 것의 대가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처럼 편리함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상품이 마이너스통장대출임에도 ‘한번 마이너스는 영원한 마이너스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올바른 자금관리와 지출 습관이 형성되기도 전에 생긴 ‘대출 버릇’ 때문이다. 통장 표면에 표시되는 ‘-’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출상환에 애쓰기보다는, 약정한도 범위 내에서 아직 얼마까지 더 쓸 수 있는지 계산부터 하는 ‘일단 쓰고 보자’식의 잘못된 버릇을 바로잡아야 한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신용공여 혜택과 소득공제 더블플러스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마이너스통장도 비상 예비자금을 위한 약정으로 스스로 자금계획과 재무상황에 맞춰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분명 ‘플러스 인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매력적인 금융상품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몸에 좋은 음식을 알맞게 섭취하고 적절한 체중관리와 운동이 필요하지만, 과식을 하고 무분별하게 몸을 혹사한다면 결국 건강을 잃게 마련이다. 이렇듯 건강한 재무상태를 유지하려면 효과적이고 적절한 금융의 사용뿐 아니라, 매달 수입과 지출의 꼼꼼한 관리를 통한 건전한 재무설계가 뒷받침돼야 아름답고 풍요로운 인생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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