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6

2010.12.13

사회와 눈 맞추고 通하는 방통대

탈북 학생·재외동포 등에 교육복지 실현 … 공공성 강화 동영상 강의 무료 개방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12-13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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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와 눈 맞추고 通하는 방통대

    1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탈북 학생을 위한 예비대학 과정’ 프로그램. 2 방통대는 모든 강의를 무료 개방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무 살 지영 양(가명)은 지난해 두 학기 만에 휴학계를 냈다. 그는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다르다. 5년 전 남한으로 오기 전까지 북한에서 살았다. ‘남쪽 새터’는 만만치 않았다. 말투, 분위기, 문화, 인간관계…. 청소년기까지 북한에서 살며 몸과 머리로 익힌 거의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더 혼란스러웠다. 교복을 벗고 교실을 벗어나자 ‘차이’의 무게는 더 심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새내기는 캠퍼스에서 점차 의기소침해져갔다. 가장 큰 문제는 돈. 개강 파티나 MT에 가려면 회비를 내야 했고, 책값만 해도 한 학기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문화 차이와 학업 능력 차이도 걸림돌이었다. 친절한 친구들 속에서도 겉도는 기분이 끈덕지게 들러붙었고, 영어를 섞어 말하는 교수님 강의도 낯설었다. 북한 사투리가 나오면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불편했다.

    지영 양 같은 탈북 학생이 한둘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10대 새터민이 늘어났고, 이들의 일탈 또는 부적응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따르면 2009년 새터민 고등학생의 중도 탈락률은 9.1%에 이르고, 대학생 반수 이상이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했다.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통대)의 ‘탈북 학생을 위한 예비대학 과정’은 탈북 학생들을 돕기 위한 온라인 기반 프로그램. 교과부·한국교육개발원·방통대가 머리를 맞대 마련했다. 총 15회 프로그램으로, 12월 21일부터 2011년 1월 31일까지 실시한다. 내년 3월 대학 입학이 예정된 탈북 학생이라면 방통대 평생교육원 홈페이지(cle.knou.ac.kr)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마감은 12월 15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탈북학생 대상 사전조사를 토대로 강의를 구성했습니다. 학사과정 자체가 다른 데다 어투가 달라서 발표할 때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학사과정 안내, 글쓰기와 발표 방법, 영어 학습 방법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하는 등 형식의 재미도 고민해 만들었죠.”(방통대 평생교육원 이혜연)



    교육과정은 ‘학사제도 안내’ ‘학과와 직업세계’ ‘효과적인 의사소통’ ‘외래어와 교수 용어’ ‘영어 학습’ ‘발표 방법’ 등을 아우른다.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멘티 2인당 해당 학교 멘티 1명 지원을 원칙으로 하며, 이들은 탈북 학생과 함께 수강 신청을 하고 말하기 훈련을 하는 등 실질적인 도우미 노릇을 하게 된다. 조남철 총장은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첫 교육과정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많은 이들에게 혜택 다양한 변신 시도

    방통대가 문을 연 것은 1972년. 방송통신으로 대학교육을 제공해 지역적·환경적 이유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현재 18만 명이 재학 중이며 그간 졸업생은 무려 48만 명. 시간적·경제적 제약으로 일반 대학에 가기 힘든 직장인들에게 특히 호응을 받았다. 어려운 시절 원치 않게 대학을 포기해야 했던 이 땅의 엄마들도 속속 방통대 문을 두드렸다. 학교 측은 20년 뒤에는 졸업생이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방통대가 최근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탈북 학생을 위한 예비대학과정을 비롯해 ‘이주민 교육 지원을 위한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 ‘이주민 지원 강사 및 활동가 지원 교육과정’ 등을 진행 또는 준비 중이다. 방통대의 이런 행보는 사회문화의 흐름에 발맞춰야 더 많은 이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방통대 서보윤 대외협력과 팀장은 “다문화 가정, 탈북자, 재외동포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새로운 공공성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그의 설명.

    “방통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처럼 학교의 사회적 책임활동(USR, University Social Responsibility)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방통대는 타 교육기관과 다른 특수한 기관입니다. 원격교육 인프라와 전국 단위의 지역대학을 토대로 교육 소외계층의 복지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문호 개방, 누구나 방통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OER(Open Education Resource) 개설 등도 모두 USR의 일환이죠.”

    방통대는 최근 재외동포를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미동포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간호학과 특별전형. 뉴욕 주재 총영사관과 MOU를 체결, 2011년 3월 50명의 재미교포 간호사가 방통대에 편입한다. 서 팀장은 “방통대 학사 학위가 재미동포 간호사들의 승진과 보수 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반응이 좋아 앞으로 다른 지역과도 협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청도에 거주하는 재중동포를 위한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 방통대 조남철 총장

    “모든 계층에 열려 있는 교육복지 실현”


    사회와 눈 맞추고 通하는 방통대
    조남철(58·사진) 총장이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통대)로 부임한 지 두 달. 그간 많은 것이 변했다. ‘보편교육을 위한 특별한 대학’ 정도로 통하던 방통대 앞에 ‘한민족’ ‘다문화’ ‘USR’ 등의 새로운 용어가 따라붙게 됐다. 조 총장은 “그간 방통대가 한국 교육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방통대는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며 방통대의 비전을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시대에 발맞춘 방통대의 비전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지난 39년간 방통대는 고등교육의 평준화를 위해 큰 역할을 했다. 고등교육은 자기 완성감, 자기 존재감과 관련이 깊은데, 그런 측면에서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데 공헌이 컸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날개를 모색해야 한다. 이주가정, 새터민, 재외동포 등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소외계층이 생겨났다. 이들을 위한 방통대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 대학이 많이 늘어났는데, 경쟁적 환경에 대한 고민은 없나.

    “사이버 대학과 방통대는 모두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분명 차이점이 있다. 사이버 대학은 100% 인터넷에 의존하는 반면 우리는 출석수업제도가 있어서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형태다. 또 방통대는 전통 전공 중심인 데 비해 사이버 대학은 트렌디한 실용 전공이 많다. 등록금도 우리가 사이버 대학의 5분의 1 정도로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사이버 대학들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강의 내용을 교환하는 등 서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 거라고 본다.”

    방통대의 위상 재정립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안다.

    “그간 사회 공헌도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방통대가 일반 대학과 다른 특별한 대학인 것은 맞다. 하지만 존재의 특별성과 별개로 사회적 위치나 의미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는데, 이는 학벌사회에 대한 방증이 아닐까 한다. 방통대 위상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졸업생 중 리더들을 중심으로 한 ‘KNOU 리더스 클럽’(가제)과 재학생 위주의 ‘KNOU 봉사단’(가제)을 운영해 외연을 넓힐 것이다.”

    총장에 부임한 뒤 아쉬운 점은 없나.

    “방통대는 전체 예산의 25% 정도를 국가에서 지원받는데, 다소 부족하다고 느낀다. 방통대는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계층에 열려 있으며, 적은 경비로 많은 학생을 위해 기여해왔다. 하지만 지원 비율은 다른 국·공립대학보다 오히려 낮다. 이런 비합리적인 부분이 개선된다면 지금보다 교육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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