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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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車 “올해만 같아라”

유럽에선 1위 등극, 中·러에선 현지 밀착 생산…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매김 ‘빅5’등극 예상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12-13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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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국의 신차 구입 지원 정책이 종료되고 각종 혜택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2010년 상반기 세계 자동차 판매는 경기 회복과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1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에만 276만 대를 판매, 글로벌 10대 자동차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판매증가율(29.4%)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포드를 누르고 글로벌 Top 5에 올랐다. 4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5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대·기아차의 놀라운 약진은 미국·유럽 같은 선진시장은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등 신흥시장에 각 지역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특화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메이커 1위 신나는 질주

    현대·기아車 “올해만 같아라”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된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 유럽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유럽시장은 폐차 인센티브 종료와 유럽 각국의 경제악화, 재정위기 등으로 지난해보다 자동차 판매가 감소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지난해보다 5.1% 줄었고 이탈리아의 피아트(-16.6%), 미국의 GM(-10.4%)과 포드(-12.7%)도 판매가 줄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iX35’와 유럽 현지 전략모델인 ‘씨드’를 앞세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총 52만1369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가까이 판매량을 늘렸다. 유럽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의 유럽 내 판매량을 앞서고 있어 올해 유럽시장 아시아 메이커 1위가 유력하다.

    판매량 증가뿐 아니라 품질 경쟁력 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빌트’가 실시한 ‘2010년 품질 만족도 조사’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기아차 ‘씨드’ 역시 영국 ‘왓카’가 선정한 ‘2010 중고차 조사’에서 ‘올해의 차’로 뽑히는 등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도 경이로운 판매 신장을 나타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1월 6만7324대(현대차 4만723대, 기아차 2만660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가 45%, 기아차가 48.2% 늘어났다. 특히 현대차는 올 들어 11월까지 모두 49만3426대를 판매해 연내에 미국시장 진출 최초로 50만 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최고 기술력을 집약한 ‘에쿠스’ 및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로 브랜드 인지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의 현대차 돌풍을 이끄는 쏘나타는 중형차 시장에서 2개월 연속 3위에 올라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함께 중형 TOP 3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단일 차량으로 20만 대 판매 돌파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11월까지 누적 판매가 지난해보다 16.8% 증가한 32만5824대를 기록하며 올해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내년 초 미국시장 본격 판매를 앞둔 K5(수출명 ‘옵티마’)는 미국 최대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기관인 ALG사의 ‘3년 후 잔존가치 평가’에서 53%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 중형세단 모델인 로체의 32%에 비해 66% 상승한 높은 수치로 K5의 뛰어난 상품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폴크스바겐 회장 “심각한 경쟁자”

    현대·기아車 “올해만 같아라”

    중국 현지화의 대표적 성공모델인 현대차의 전략모델 ‘위에둥’(중국형 아반떼).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 3분기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GM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럽비즈니스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겟츠’와 기아차 ‘씨드’는 올 들어 9월까지 각각 1만4684대와 1만3754대를 판매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포함한 전체 모델 중 판매순위 14위와 15위를 차지했다. 이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인 도요타의 ‘코롤라’(1만3693대)와 ‘캠리’(1만2643대)보다도 높은 수치다. 특히 기아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한 8만7345대를 판매하면서 시보레와 선두 자리를 놓고 접전을 펼치고 있다. 차종별로는 프라이드(수출명 ‘리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8% 급증한 2만4832대를 기록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씨드는 44% 증가한 2만2032대, 스포티지는 67% 늘어난 1만6847대를 판매했다.

    또한 현대차는 9월 러시아에 연산 15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완성하고,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는 ‘쏠라리스’는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러시아 전략 소형차”라며 “중국 공장의 ‘위에둥’, 체코 공장의 ‘i30’, 인도 공장의 ‘i10’과 ‘i20’ 등 현대차의 현지 전략 히트모델의 계보를 잇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시장 공략에도 좀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10월까지 83만6827대를 팔아 2009년 누적 판매대수(81만1695대)를 이미 넘어섰다. 향후 40만 대 규모의 중국 제3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의 연간 생산능력은 100만 대를 넘게 돼 연간 판매 100만 대 돌파도 가능하다. SUV 시장에선 올해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사상 첫 1위를 달성했다. 이뿐 아니라 10월 중국질량협회에서 발표한 ‘2010 고객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차의 아반떼XD, 투싼ix, 기아차의 쎄라토, 포르테, 스포티지가 부문별 1위를 달성해 총 5개 차종이 1위에 올랐다.

    중국 현지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현지 전략 모델 ‘위에둥’(중국형 아반떼)이 꼽힌다. 2008년 출시 이후 월평균 판매 2만 대를 유지하며 중국 패밀리 세단 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 연말까지 250만 대 누적 판매를 돌파할 뿐 아니라, 당초 사업계획이었던 67만 대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車 “올해만 같아라”

    영국 등 유럽에서 기아차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유럽 전략형 모델 ‘씨드’.

    기아차의 중국 합자법인인 둥펑웨다기아의 연간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급증했다. 2010년 판매량 10만 대에 육박하는 포르테(푸뤼디)는 1개월에 1만 대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 최근 출시한 스포티지R은 공급이 모자라 구매자들이 프리미엄을 내고 살 정도로 인기를 끌어 올해 판매 목표인 33만 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K5를 앞세워 포르테, 스포티지R과 함께 기아차의 돌풍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현대·기아차를 두고,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의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상대로 일본 대신 한국을 지목하며 “현대·기아차를 매우 심각한 경쟁자로 간주한다. 현대·기아차는 경쟁력이 뛰어난 차를 만들고 있고, 품질과 기술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했다”며 경계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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