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8

2010.10.18

유튜브야, 新한류 열풍 알고 있니?

가수들 뮤직비디오 올려 전 세계 팬과 소통 … 내용 없이 찰나 이미지만 가득 비판도

  • 변인숙 자유기고가 baram4u@gmail.com

    입력2010-10-18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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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야, 新한류 열풍 알고 있니?

    아이돌 가수를 키운 건 이들의 화려한 뮤직비디오다.

    암호가 아니다. 소녀시대 ‘Gee’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서 본 총 클릭 수다(2211만1344건). 2009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조회 수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샤이니 ‘링딩동’은 1162만5418건, 2NE1 ‘파이어’는 1179만775건, 지드래곤 ‘하트브레이커’는 1345만6622건에 이른다. 2009년 유행가들이 ‘천만 클릭’ 뮤직비디오 시대를 연 것이다. 여기에 보아 ‘허리케인 비너스’ 85만3611건, 씨스타 ‘가식걸’ 21만954건, 시크릿 ‘마돈나’ 2만4274건, 미쓰에이 ‘배드 걸 굿 걸’ 7만8586건 등 7월과 8월에 업로드한 뮤직비디오 조회 수도 이미 1만 단위를 훌쩍 넘겼다. SM 유튜브 채널의 총 이용건수는 현재 1억9000건에 이른다(모두 2010년 9월 기준).

    유튜브의 클릭 수는 가수의 인기를 반영한다. 또 제2의 한류를 이끌어낸다는 평가도 얻는다. 어떤 사람들이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지는 클릭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데(뮤직비디오 우측 하단 클릭 수, 조회 수 화살표를 누르면 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전역은 물론 북미권까지 전 세계를 망라한다. 감상하는 사람의 나이도 알 수 있다. 1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의 여성, 10대부터 40대까지의 남성이 주요 감상층이다. 접근 경로는 1~2년 전만 해도 키워드 검색이었으나, 최근엔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비율이 높아졌다. 사용자끼리 뮤직비디오 소스를 내려받거나 동영상 코드를 복사해 옮기는 것까지 고려하면, 클릭 횟수는 공식 집계한 수치보다 훨씬 많아진다. 정확한 집계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다.

    실시간 음악 홍보 팬 반응도 확인

    최근 국내 음반업계에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가 0순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채널이 바로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다.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플럭서스뮤직, 디에프에스비 콜렉티브, 울림 엔터테인먼트, 루비살롱레코드 등 국내 여러 기획사가 유튜브와 함께 ‘파트너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음악을 홍보하고, 팬들의 반응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JYP엔터테인먼트 두현수 팀장은 “JYP는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한 2008년부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2PM, 2AM, 원더걸스 등의 개별 채널을 운영해 홍보뿐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높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튠스 등의 음원사이트와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아이튠스는 미국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70% 이상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에픽하이의 ‘에필로그’는 유튜브 홍보만으로 아이튠스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도로시컴퍼니 음악사업부 박서연 팀장은 “뮤직비디오는 음원을 홍보하는 절대적 수단 중 하나다. 기획 단계부터 가수의 이미지를 설정하는 것은 물론 매체에 기삿거리를 제공하는 등 총체적 마케팅으로 연계한다. 앨범 발매 일정이 영화나 드라마와 맞물리면 제작비 절감과 홍보를 위해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뮤직비디오에 누가 출연하느냐, 어떤 매체와 결합되느냐 등에 따라 한류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갈리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 차세대 한류스타로 주목받는 배우 이요원은 2009년 신승훈의 ‘사랑치’ 뮤직비디오에 신승훈과 함께 출연했다. 당시 이요원이 출연한 ‘선덕여왕’이 시청률 40% 이상의 인기를 얻었다. 이요원은 드라마 방송과 음반 발매 시기가 맞아떨어지면서 홍보 효과가 극대화됐고 일본 현지에서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걸그룹 씨스타 ‘가식걸’ 뮤직비디오에 슈퍼주니어 김희철, 개그맨 김경진이 출연하는 것과 남성 듀오 그룹 트랙스 ‘오! 나의 여신님’에 소녀시대 서현이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2006년 설경구, 송윤아 주연의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가수 김연우의 발라드 음반 발매 시기와 맞물렸다. 앨범 제목도 ‘사랑을 놓치다’ 그대로 사용하고, 영화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공개했다. 9월 16일 개봉한 송승헌, 김강우 주연의 영화 ‘무적자’도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신혜성과 테이가 참여해 뮤직비디오와 영화를 함께 홍보했다. 설경구, 이정진 주연의 영화 ‘해결사’도 타이거 JK 뮤직비디오와 결합했다. 기존 한류스타와 신예 스타는 영화, 드라마, 노래 등을 묶어 인기를 겨냥하고 있다.

    영혼과 울림 꽉 찬 콘텐츠 고민을

    유튜브야, 新한류 열풍 알고 있니?
    뮤직비디오는 기획 단계부터 화보, 동영상, 음반 등과 맞물린다. 화제성이나 흡입력에서 영상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뮤직비디오만을 위한 뮤직비디오는 제작하기 힘들다. 비욘드픽쳐스의 최성우 감독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 일단 노래에 맞는 영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솔직히 ‘미장센’이 망가지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남녀 모델 이미지를 살리게 된다. 최근엔 투자가 줄어들면서 제작비를 절감하는 방식을 취한다. 댄스곡은 공간 2~3개를 컷과 컷으로 연결하면서 주로 인물을 클로즈업한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수가 돋보이려면 기술력이 필수다. SBS 플러스의 이은성 PD는 “최근 뮤직비디오는 ‘때깔’이 고급스럽다. 레드원이나 5D등 HD 카메라로 촬영해 색이 잘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필름 느낌도 낼 수 있다. 뮤직비디오는 트랜지션(장면과 장면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효과)을 거의 쓰지 않고, 컷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화면 앵글이 다양하고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스피디한 편집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련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 내용이 기술 발달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히트 친 뮤직비디오들이 외국 뮤직비디오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효리 ‘유고걸’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캔디맨’, MC몽의 ‘천하무적’과 U.N.K.L.E의 ‘Rabbit in your headlight’, 에픽하이 ‘플라이’와 REM의 ‘Bad Day’ 등이 유사해, 해외 뮤직비디오를 베꼈다는 원성을 산 바 있다. 최근에는 귀에 척 감기는 후크(hook)송이 인기를 끌다 보니, 영상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앨범 전체를 듣는 게 아니라 싱글, MP3, 셔플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감상하다 보니, 이들이 즐기는 뮤직비디오 역시 찰나적인 이미지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안근수 씨는 “현재 아이돌은 싱글 위주로 활동한다. 이들의 음악은 스토리보다 즉각적으로 귀에 꽂히는 비트의 반복이 많다. 그러다 보니 뮤직비디오도 비슷하게 따라간다. 예를 들어 간호사가 됐다, 학생이 됐다, 치어리더가 됐다 하는 식의 의미 없는 이미지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선 커다란 캐딜락이나 리무진, 다이아몬드 박힌 목걸이, 빅 사이즈 선글라스 등이 자수성가한 흑인 부자를 상징하는 문화적 표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뮤직비디오에서 별다른 의미 없이 이런 콘셉트를 차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기획자이자 연출가인 김영원 씨는 “가슴에서 허리 라인으로 훑어 내려가고, 눈동자나 입술을 부각하는 등 감각적·즉각적인 이미지가 이미 대세가 됐다. 감각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이젠 영혼과 울림이 있는 꽉 찬 뮤직비디오 콘텐츠에 대해 좀 더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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