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8

2010.10.18

여야 대권주자 4인 국감 잘했을까?

박근혜 ‘선방’, 정동영-정세균 ‘무기력’, 정몽준 ‘최악’ … 입법 활동에서도 비슷한 결과 나와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10-15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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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대권주자 4인  국감 잘했을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왼쪽부터)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한창이다. 10월 4일 시작한 일반 상임위원회 국감은 22일 끝난다. 13일 현재, 정확히 국감 일정의 절반이 지났다. 국감은 정부가 국정을 제대로 집행하는지를 감사하는 것으로, 헌법에 규정된 국회 고유의 권한이자 책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 기간 동안 ‘한 건’ 터뜨리려고 치밀한 자료수집과 정보전을 펼친다. 정부에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자료집’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번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전환과 과제’ ‘재정위험 관리 및 세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 2권의 정책자료집을 내놔 해당 부처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여야 유력 대권주자들의 국감 성적은 어떨까. 현재 여야 현역의원 중 대권주자로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58), 정몽준(59) 전 대표, 민주당에서는 정동영(57), 정세균(60) 최고위원 정도가 꼽힌다.

    윤증현 장관 몰아붙인 박근혜 전 대표

    이들 모두 각 당에서 대표(의장)직을 맡았던 거물급 정치인이다. 선수로는 정 전 대표가 6선으로 가장 높고, 박 전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이 4선, 정동영 최고위원이 3선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경우 선수는 가장 낮지만 1996년 정계에 입문해 통일부 장관까지 역임하는 등 4선급 의원에 해당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소속된 박 전 대표는 국감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다. 10월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박 전 대표는 재정투명성과 공기업 부채, 세제개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윤증현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작년 말 현재, 22개 공기업의 부채는 212조 원이고 부채비율은 2005년과 비교해 84.7%에서 152.9%로 거의 두 배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전 산업의 부채비율은 111%에서 123%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중략) 반드시 누구 책임인지 꼬리표를 달아야 할 것입니다.”(박 전 대표)

    “공기업의 부채를 정부 재정이나 국가 채무로 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넣지 않는데 우리만 넣으면 신뢰가 그만큼 떨어지니까요.”(윤 장관)

    “그래서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정책적인 데서 나오는 것이냐, 경영 비효율에서 나오는 것이냐 분명히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박 전 대표)

    “네, 그래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윤 장관)

    박 전 대표는 또 7일 국세청 국감에선 세무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와 ‘세금을 내는 국민이 이를 위해 다시 비용을 부담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그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11일 관세청 국감에서는 2009년 1월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국세청 간에 업무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에도 업무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해 윤영선 관세청장으로부터 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제외한 3명의 대권주자는 이번 국감 기간에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감 현장에서 제대로 된 질의응답은 물론,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소속된 상임위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다. 외통위는 4일 외교통상부(이하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5일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등에 대한 국감을 마치고 5개 반으로 나뉘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각국 한국대사관 현지 감사를 떠났다. 국감 마지막 이틀간 외교부와 통일부 종합감사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국내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는 이미 끝난 셈이다.

    4일과 5일 이틀간 정 최고위원의 질의는 단 한 차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것뿐이다. 그나마 질의도 감사 당일 한 일간지에 보도된 ‘우리말 사전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예산지원 문제와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제2 개성공단’을 거론하면서 개성공단의 기능과 의미를 재차 강조하는 선에서 끝났다. 개성공단은 정 최고위원이 통일부 장관 시절 문을 연 곳이다.

    여야 대권주자 4인  국감 잘했을까?
    “선수 높아지면 갈등 회피 조로 현상”

    정세균 최고위원은 국방위원회 소속이다. 그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의정 활동은 2008년에 멈춰 있다. 13일 현재 35개에 이르는 국방위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가 끝났지만 정 최고위원이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을 지적한 내용은 매우 드물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됐던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재질의와 일부 언론에서 이미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과 향후 계획을 물어본 정도다.

    그나마 민주당의 두 최고위원은 국감에 참여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아예 이번 국감은 뒷전이다. 국감 시작 직전인 10월 2일경 해외로 떠났다. 정 전 대표는 4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를 들러 제프 블래터 회장을 만난 뒤 다시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3회 리더스 인 풋볼’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2022년 월드컵 한국 단독 유치를 위해서라는 게 정 전 대표 측이 밝힌 외유 목적이다.

    정 전 대표는 외통위 구주반 소속이다. 구주반은 7일부터 러시아, 스웨덴, 프랑스, 체코 등 4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 전 대표가 머물던 영국과도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10일 다시 귀국해 12일 한일전이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감보다 축구에 더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입법 활동은 얼마나 했을까.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대권주자별 18대 회기 중 의안 대표발의 건수 및 처리 결과를 확인한 결과, 박 전 대표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동영 최고위원이 4건으로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과 정 전 대표는 각각 1건에 그쳤다(도표 참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우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7, 8선 의원이 보통이고 하원의원 평균 의정활동 기간이 20년을 넘는다. 외국에서는 상임위 활동이나 청문회,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때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선수가 높은 의원 중심으로 움직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금만 선수가 높아도 정부와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치문화에서 비롯된 조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고 정동영, 정세균 두 최고위원은 10월 3일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의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국감 준비나 입법 활동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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