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3

2010.09.06

연예인도 아닌데 웬 악플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9-06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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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장한 외모와 세련된 스타일인 KTX 해고 여승무원 대표 오미선 씨에게선 ‘동지’ ‘투쟁’ ‘사업장’ ‘농성’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습니다. 기자가 “왠지 어색하다”고 하자, 그는 “나도 그렇다”며 씁쓸하게 웃었죠. 오랜 투쟁 기간 동안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는 오씨는 누리꾼들이 툭 던지는 ‘악플’에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는데요.

    예를 들어 용산역에서 농성하다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르면 ‘스타벅스 마시는 된장녀’가 됐고, 화장이라도 하면 ‘떡칠녀’가 됐죠. 농성 초반에는 ‘승무원들이 왜 이렇게 못생겼어?’라는 댓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KTX 해고 여승무원들은 젊은 여자란 이유로 주목받은 만큼, 같은 이유로 본질이 아닌 지엽적 부분에서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히는 등 악의적 시선을 받아야 했죠. 오씨는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했어요.

    연예인도 아닌데 웬 악플
    2008년 8월 서울역 조명철탑에서의 고공농성을 마지막으로 물리적 형태의 농성을 끝냈지만, 이후에도 이들은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2006년 이후 3년 동안의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죠. 오씨는 “(이력서에) 파업했다고 쓸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게다가 나이 들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니, 정규직 취업은 꿈도 꿀 수 없었죠. 결국 이들은 파트타임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의 잘못된 조치 하나가 젊고 예쁜 그들의 삶을 얼마나 철저히 파괴했는지 알 수 있었죠.

    오씨는 저보다 두 살 어렸습니다. 제가 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을 때 그는 5년 가까이 천막농성장에서 투쟁했다고 생각하니, 제 마음도 아려왔는데요. “한국철도공사 측이 항소한다더라”고 전하자 그는 “정말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KTX 열차에서 일하는 오씨를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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