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5

2017.04.26

마감有感

세월호 15척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4-24 10: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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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304명의 사연이 모두 안타깝듯, 매년 그보다 15배 가까운 우리의 이웃이 안타까움을 겪는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4292명. 산술적으론 우리는 매년 세월호 15척이 침몰하는 아픔을 겪는 셈이다. 물론 2015년보다 7.1% 감소해 2004년(9%) 이후 가장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인구 10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86명으로 일본 32명, 독일 39명에 비해 턱없이 높다. 세월호 사고 당시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와 교통사고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날벼락 같다는 점에선 서로 다를 바가 없다. 유족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 전날인 4월 16일 유세차량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부딪쳐 숨지는 사고를 겪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유력 대선후보들이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다양한 안전공약을 내세웠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보지 못했다. 너무 흔한 일이어서 그럴까. 하지만 교통사고 줄이기처럼 정부의 정책 의지와 투자가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효과를 내는 안전 문제도 드물다.

    노르웨이는 10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22명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노르웨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0년 210명이었는데 2015년 117명으로 44%나 줄었다. 원래도 낮은 수치였는데 5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강력한 단속, 위험 도로 개선, 꾸준한 안전교육이 일군 성과였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8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 최종안’을 통해 2021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976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인구 100만 명당 50여 명 수준이니 획기적인 개선책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길 바란다. 헌법에 나온 대로 국가의 제1의무는 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고, 대통령은 이런 의무 이행의 최고책임자다.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에 온 힘을 쏟겠다는 대통령은 가장 고귀한 의무를 실천하는 것이라 믿는다.

    지난해 7월 강원 봉평터널에서 교통정체 때문에 멈춘 승용차를 고속버스가 시속 100km로 들이받아 친구 사이인 20대 여성 4명이 숨졌다. 그중 한 여성의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딸, 정말 예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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