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8

2010.08.02

고전적인 맛으로 한국 관객 길들이기?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0-08-02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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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적인 맛으로 한국 관객 길들이기?
    뮤지컬에서 고전을 재구성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배경과 캐릭터를 동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러브 라인 중심으로 이야기 전체를 훑을 수도 있다. 때로는 극중극을 활용하는데, 이 경우 고전의 일부를 취사선택해서 매끈하게 배치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맨 오브 라만차’는 원작자 세르반테스가 등장해 돈키호테를 연기한다. 이를 통해 돈키호테의 환상이나 기이한 행각이 어색하지 않게 묘사되는 효과를 얻는다.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콜 포터 작사·작곡, 벨라 스페웩 각본) 역시 극중극을 이용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바탕으로 하는데, 극중극 속 고전과 현실의 이야기가 유사한 흐름으로 병치된다. 두 이야기 모두 약간의 갈등을 극복하며 해피엔딩으로 나아가고, 밝고 세련된 느낌의 재즈가 작품의 경쾌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시공간 배경은 1940년대 미국 볼티모어의 한 극장이다. 남자 주인공 프레드는 뮤지컬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제작자이자 연출가, 배우이고 여주인공 릴리는 프레드의 전 부인이자 유명 영화배우다. 두 사람은 극중극에서 남녀 주인공 페트루치오와 캐서린(케이트)으로 출연한다. 프레드와 릴리가 무대와 분장실을 오가며 티격태격하는 동안 아직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공연 중 대사를 빌려 본심을 고백한 뒤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1943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황금기. 이때부터 작품들은 이야기와 캐릭터의 개연성을 갖추었다. 드라마, 음악, 춤은 이전의 뮤지컬 코미디들과 다르게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오클라호마’ ‘남태평양’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마이 페어 레이디’ ‘아가씨와 건달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대표적이다. 1948년에 초연된 ‘키스 미, 케이트’도 이 시대 대표적인 작품이며 뮤지컬의 고전적인 문법에 맞는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1949년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현재의 우리나라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녀관계에 대한 다소 오래된 가치관은 차치하더라도, 20세기 중반 미국이라는 배경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상황이 거리감을 준다. 이번 공연은 1999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을 들여온 것으로, 크게 각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고전적인 뮤지컬의 콘셉트를 살린 안무, 막간극, 유머, 해피엔딩 등이 우리 무대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생경하다.



    배우들은 2막 첫 부분 등의 군무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했지만 최정원, 남경주의 원숙한 연기가 남녀 주인공 캐릭터를 친숙하고 정감 있게 살렸다. 아이비는 생기 넘치는 연기와 노래로 흥미를 더했다. 8월 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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