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8

2010.08.02

캠퍼스를 지킨 친구들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08-02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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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 식당가에서 시험을 보라는 거야?”

    2005년 초 대입 논술시험을 보러 지원한 학교에 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시험을 본 지하 광장은 패스트푸드점, 유명 식당, 커피 전문점, 편의점 등이 즐비해 꼭 쇼핑몰 푸드 코트 같았거든요. 입학 후에야 그곳이 그 유명한 ‘고엑스’(고려대와 삼성동 ‘코엑스’의 합친 말)임을 알았죠.

    상업시설은 학교 주변뿐 아니라 안도 장악했습니다. 3학년 때는 네일아트숍까지 들어왔습니다. 강의가 없을 때는 도서관보다 교내 ‘스벅(스타벅스)’을 더 자주 찾았습니다. 대충 세어봐도 학교 안 커피숍이 10개가 넘네요. 제 모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화여대에는 지하 4층~지상 1층의 ECC가 들어섰고 그 안에 유명 멀티플렉스 극장이 입점할 거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결국 독립영화 전문 영화관이 들어왔지만요. 서강대에는 홈플러스가 생긴다는 말도 있었죠. 서울대 출신 친구는 “군대 간 사이에 학교에 ‘투썸 플레이스’가 생겼어! 믿을 수 없어!”라고 소리치더군요.

    오랜 기간 학교를 지켜왔던 ‘이모’들은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학교 안 대형서점 때문에 장사를 거의 접게 된 사회과학서점 ‘장백서원’의 ‘이모’는 아예 교정에 좌판을 깔았어요. 그마저도 장사가 안 돼 1년 후에는 사라졌죠. 학생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편리하니까 계속 학교 안 상업시설을 이용했습니다. 반대하는 학생도 많았지만 대부분 ‘자본주의의 확장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하며 수용했어요.

    캠퍼스를 지킨 친구들
    7월 29일 연세대가 교보문고 대신 기존 직영서점 ‘슬기샘’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반갑습니다. 전국 지점에서 쓸 수 있는 마일리지 카드도 없고 세련된 서비스도 부족하지만, 그곳은 새내기 교양영어책부터 전공책, 토익책, 취업 준비도서를 사며 자란 우리를 기억하는 곳이잖아요. 편리함도 포기하고 ‘캠퍼스는 캠퍼스다워야 한다’며 슬기샘을 지켜준 연세대 친구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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