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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MB식 교육개혁 되는 게 없어!⑦

“혼자서도 영어공부 잘해요”… 창의적 학습능력 보여라!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의 ‘2011년 외고로 가는길’

“혼자서도 영어공부 잘해요”… 창의적 학습능력 보여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사교육비 증가의 최대 주범”이라며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폐지 논쟁을 촉발한 지 9개월이 지난 2010년 7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전국 31개 외고(용인외고는 자사고로 전환)는 조용히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준비하고 있다. 8월까지 학교별로 2011학년도 입학 전형안을 마련해 공고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예년처럼 3, 4월에 공고하게 된다.

이제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준비해야 한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말 그대로 각종 수상 실적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학습 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교과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성인이 됐을 때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느냐, ‘족집게 과외’ 대신 학습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초중학교 학습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교과부 관계자의 말처럼 토플 등 각종 인증시험과 수상 실적, 영어 듣기평가 등 선행학습을 필요로 했던 외고 입시 시대는 끝났다. 올해부터 그 자리를 영어 내신과 면접, 추천서가 대신한다. 생활기록부에서도 수상 실적 등이 빠진다.

이러한 교과부의 의지는 6월 22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바뀐 시행령에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2011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하도록 했으며, 전형 방법도 필기시험 대신 학교생활기록부와 학교장·교사 추천서, 면접, 실기시험(예술·체육고)으로 명확히 했다.



그리고 5년마다 외고 등 특목고 평가를 통해 수업 시수와 입시 전형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학교는 특목고 지위를 박탈하게 했다. 시·도교육감이 특목고를 신설·폐지할 때 교과부와 협의하도록 명시해 “설립 취지를 잃은 외고는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진보교육감들도 폐지를 하려면 교과부와 협의해야 한다. 교육감 단독으로 폐지할 수 없게 법제화한 것이다.

자녀를 외고에 보내려는 학부모라면 바뀐 입시제도가 오히려 편할 수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녀의 영어 내신과 출결을 체크하고, 외고 입시를 앞두고는 면접 준비만 하면 된다. 교내 대회 입상을 노리는 것도 좋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주도한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의 가이드라인과 미리 입수한 부산외고의 2011학년도 입시 전형안을 바탕으로 ‘외고로 가는 길’을 들여다본다.

●영어내신(160점) + 면접(40점)-출결

“혼자서도 영어공부 잘해요”… 창의적 학습능력 보여라!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1단계 영어 내신 성적(160점)과 출결, 2단계 면접(40점)으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 1단계 내신 성적은 중학교 2~3학년 4학기 영어 성적만 반영한다. 입학원서에는 영어 등급만 기재하는데, 함께 제출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사본은 교과 성적과 수상 실적은 뺀 채 영어 내신 ‘확인용’으로 학교에 전달된다.

학기별 영어 내신 성적은 현행 9등급제의 석차 백분율로 나타난다. 중학교에서 같은 학년 학생 중 석차 백분율로 따졌을 때 4% 이내에 들면 40점, 4% 초과 11% 이하면 38.4점을 받게 된다(표 참조). 같은 학년의 학생이 100명일 경우 4등 안에 들면 1등급에 해당한다.

출결은 중학교 전 학년에 걸쳐 무단결석 일수에 가중치를 곱한다. 가중치는 시·도교육청 승인을 받아 학교장이 결정하는데, 부산외고의 경우 무단결석 시 가중치로 -0.9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중학 3년간 5번 무단결석했다면 4.5점이 감점되는 식이다. 무단조퇴와 무단지각은 -0.3점을 적용한다.

만약 A군이 4학기 중 2개 학기에서 1등급을, 2개 학기에서 2등급을 받았고 5일을 무단결석했다면 내신 성적은 152.3점(40×2+38.4×2-4.5)이 된다.

●당락 좌우하는 면접 40점…학부모가 신경 써야

입학원서를 내는 3학년이 되면 영어 내신 성적과 출결은 이미 학생의 손을 떠난 상태. 이때부터는 입학사정관과의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면접을 더 신경 써야 한다. 올해부터 면접은 40점이 반영된다. 대부분 1, 2등급 학생이 외고에 지원하는 만큼 면접에서 40점은 당락을 결정하는 큰 점수다. 면접은 지원자가 미리 작성한 학습계획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학습계획서는 △지원동기 △학습과정 및 진로계획 △봉사 및 체험활동 △독서경험 4가지 항목에 걸쳐 각각 6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4가지 항목의 학습계획서를 바탕으로 면접이 진행되는 만큼 반드시 지원 학생이 써야 하며, 학원에 의뢰해 ‘대필(代筆) 컨설팅’을 받았다면 낙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습계획서만 봐도 누가 썼는지 알 수 있고, 잘 모른다면 학습계획서를 바탕으로 몇 가지 질문을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여기에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통해 대필 혹은 거짓으로 작성한 지원서와 학생이 직접 쓴 지원서를 구분하는 방안을 숙지시킬 것이다. 현재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한 자료는 준비 중이다. 다만 잘 쓴 예시가 ‘모범답안’은 아니므로 워크숍용 자료는 현장에서 폐기할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면접 준비요령’에 대해선 “실무 담당자로서 평가 기준이 새나가면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거절했지만, 2시간여 인터뷰를 바탕으로 입학사정관 워크숍에서 제시할 평가 기준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① 지원동기=해당 학과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뚜렷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때 관건은 ‘진정성’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 아무리 거창한 얘기라도 지원자의 진정성이 없으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구체적이면서도 중학 3학년 수준에 맞는 소박한 꿈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② 학습과정 및 진로계획=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학습한 경험과 이를 통해 느꼈던 점, 고교 입학 후 학습계획과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쓰면 된다. 외국 친구를 사귀기 위해 하루 1시간씩 EBS 영어 프로그램을 봤다거나 라디오 영어 방송을 들었다는 식의 ‘연관성’이 있으면 좋다. 영어 학습을 위해 트위터를 ‘영어 ‘라이팅(Writing)’ 도구로 활용했다는 식의 ‘창의적인 영어 학습법’도 입학사정관에게 어필할 수 있다. 이때는 특정 프로그램명이나 구체적인 메시지를 소개하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항목에서 입학사정관들은 스스로 탐색과정을 통해 창의적으로 목표를 찾아가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

③ 봉사 및 체험활동=2가지 사례를 선택해 경험 내용과 인상 깊은 점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된다. 비용이 많이 드는 외국 캠프 체험활동이나 외국 거주 경험을 쓴다고 해서 가산점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봉사활동을 통해 자기의 삶이 성숙해졌다고 느낀 점, 남을 도와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다. 양보다 질. 많은 사례를 열거하기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진솔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④ 독서 경험=외고 입시라고 해서 미국이나 영국 책을 읽는 게 아니다. 자신이 읽은 책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2권을 선정해 내용과 감상을 적는다. 만약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을 읽었다면 나의 삶을 비춰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리고 해외 활동을 위해 자신의 진로(외고 진학)를 선택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등을 연결해 쓰는 게 좋다. 지원동기(①)와 연결하면 더욱 좋다. 오지 탐험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느낀 점과 책에 나온 특정 지역을 가기 위해 스스로 어떤 학습을 했고(②), 직접 갔다면 가서 보고 느낀 점(③)을 상세히 쓰면 된다. 결국 ①~④ 항목을 아우를 수 있거나, 나의 삶과 연결되는 독서 경험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학교별로 항목당 10점씩을 줄 수도 있고 ①~② 항목을 묶어 20점, ③, ④항목 각각 10점씩을 줄 수도 있다. 이는 학교별 입학전형안이 나오면 확인할 수 있다. 교과부는 2012년부터는 면접 점수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학교장·교사 추천서

“혼자서도 영어공부 잘해요”… 창의적 학습능력 보여라!

교과부는 지금까지의 구술면접이 사실상 ‘지필고사의 변형된 면접’이었다고 보고 2011학년도부터는 최소 3명의 입학사정관이 학습계획서만으로 면접을 보도록 했다. 사진은 한 외고 면접 현장.

내신과 면접을 위한 학습계획서가 ‘학생 몫’이라면, 추천서는 학교장과 교사의 몫이다. 학교장 추천서는 ‘해당 중학교의 특징적인 교육내용을 적고 추천 학생이 이에 부합하는지’를 쓰면 된다. 교사 추천서는 △학생의 전공 및 진로 평가 △자기주도 학습과정 평가 △봉사 및 체험활동 평가 △독서활동 평가 4가지 항목을 각각 5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최상의 추천서’는 입학사정관들이 추천서를 읽었을 때 지원 학생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작성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입학사정관들이 학생이 작성한 학습계획서와 비교 질문을 할 수 있으므로 작성자가 추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내용을 알렸다가는 ‘비공개 원칙 위반’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은 누구?

내신과 출결은 이미 수치화돼 있어 입학사정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학생 면접과 추천서를 검토하고, 이를 비교 면접해 점수화하는 사람이 입학사정관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학교별로 입학전형위원회를 구성해 학생을 뽑는데, 보통 지원 전형단위(학과)별로 최소 3명의 입학사정관이 공동 심사를 한다. 같은 학교라도 영어과, 중국어과의 입학사정관이 다르다. 입학사정관은 자기주도 학습전형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하는 핵심인 만큼 교과부의 관심도 높다.

입학사정관은 △학교 입학사정관 △시·도교육청 위촉 입학사정관 △전공 관련 입학사정관 각 3명이 입학전형위원회를 만들어 학과별 학생을 심사한다. 학교 입학사정관의 경우 공립학교는 교사가, 사립학교는 인건비를 지원받는 전임 입학사정관이 배치된다. 시·도교육청 위촉 사정관은 퇴직 교장이나 현직 고교 교감이 담당하며, 전공 입학사정관은 해당 학과 교사나 학과 관련 대학교수가 맡는다. 지원 학교에 베트남어과가 있다면 그 지역 대학 베트남어과 교수가 맡게 된다. 전국 31개 외고의 전체 입학사정관 숫자는 대략 1000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7월 19일부터 진행되는 특별 연수에서 60시간 연수를 거친 입학사정관에게 자격증을 부여할 계획이다. 연수기간에는 실제 면접처럼 3인 1조가 돼 임의로 만든 30여 명의 지원서를 보며 모의 토론 심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전형 심사 기준도 체득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0.07.19 746호 (p46~48)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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