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6

2010.07.19

거침없이 하이킥 이영호 비서관 6촌 형

이경일 수협 감사위원장 파격 인사 … “동생은 MB와 독대, 감사로 간다” 자랑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7-19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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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이 하이킥 이영호 비서관 6촌 형
    “이영호 비서관과 나를 연결시키는 것은 통곡할 정도로 억울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의 출세가도에 6촌 동생인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로연수 신청 대상자로 거론되다가 갑자기 총리실로 영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고, 올해 5월 억대 연봉을 받는 수협 조합감사위원장으로 선임되기까지 2년도 채 안 된 기간에 찾아온 공직 말년의 인생역전. 이경일(60) 수협 조합감사위원장 얘기다.

    이 위원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이 비서관과 연결짓는 게 억울하다고 밝혔지만, ‘주간동아’ 취재 결과 평소 지인들에게 “친동생(이 비서관)은 MB와 독대하는 사이”라고 자랑했고, 지난해 8월에는 “(내년에는) 수협 감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새롭게 확인됐다. 그가 일했던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공무원들도 “오래전부터 ‘실세 동생’(이 비서관을 지칭)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위원장은 1973년부터 35년간 수산청과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등 주로 농식품부 외청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산 소재 국립수산과학원 과장에서 농식품부 지도안전과장으로 영전했다.

    “당시는 해양수산부의 폐지와 농림부로의 통합이 확정된 직후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나 실세의 입김 없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인사였다.”

    농식품부 관계자 A씨는 “농림부 소속도 아니고 당시 폐지 대상인 해양수산부, 그것도 부산의 외청 과장이 농림부 과장으로 발탁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농림부 안에선 이미 그가 ‘누구의 형’이라고 다 알려졌다. 그러므로 그의 국무총리실 발탁도 그리 놀라운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처 내에서는 이 위원장이 그해 9월 공로연수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공로연수란 공무원이 퇴직하기 전 사회활동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10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며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정책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줄줄이 명퇴하는데 놀라운 발탁

    당시는 농식품부에서 1952년생이 줄줄이 명예퇴직을 하던 시기. 직원들은 1950년생인 이 위원장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보았다. 당시 한 수산 전문지는 “이경일 과장을 포함해 수산 부문 고참 6~7명이 공로연수를 신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씨의 설명이다.

    “사실 그때 총리실에 갈 사람이 내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그로 바뀌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초고속 승진에 불만을 얘기할 수 없었다. 정권 실세가 뒤에 있기 때문이었다. 실세와 연계되지 않고는 그런 파격적 인사는 요즘 찾아볼 수 없다.”

    국무총리실에서 6개월을 근무한 그는 2009년 4월 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지도위원회 사무처 산업진흥관으로 변신했다. 개방형 직위인 산업진흥관은 공개모집을 하는데, 이 위원장을 포함해 8명이 지원했다. 현직 교수와 사회단체 소장 등이 지원했지만 최종 합격자는 이 위원장. 농식품부 외청에서 주로 공직생활을 했던 그가 산업진흥관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췄는지 논란이 일었다. 산업진흥관의 주요 업무는 △제주도 산업 관련 중앙권한의 지방 이양 및 규제개혁 지침 수립·시행 △프로젝트 관리 및 투자유치 지원 △관광·의료·교육·청정 1차 산업 및 핵심산업 육성 지원 등으로, 그의 경력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방형 직위를 선발할 때는 요건을 폭넓게 해석한다. 정부가 관련 분야에 입찰을 하거나 공개채용을 할 때도 범위를 한정하면 문제가 있다. 선발 인사위원회는 민간위원이 3명, 내부 공무원 2명으로 이뤄졌고 민간위원 중 1명이 위원장을 맡았다.”

    농식품 관계자 “올 것이 왔다”

    국무총리실 총무비서관실 관계자는 선발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으나, 이 위원장의 전문성에 대해 묻자 “직접 얘기하긴 곤란하다. 고위공무원을 뽑으려면 전문성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을 흐렸다. 당시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묻자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산업진흥관으로 근무하던 이 위원장은 2010년 1월 정년퇴임하고 3월 수협 조합감사위원에 위촉됐다. 그리고 5월 3일 회의에서 그는 조합감사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농식품부는 수협중앙회 사외이사 3명과 조합감사위원 1명을 추천하게 돼 있다. 당시 농식품부는 수협중앙회 사외이사로 김영환 수협 조합감사위원장 등 3명을 추천했다. 5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영환 수협 조합감사위원장은 규정에 따라 임기 만료 두 달 전 사퇴했고, 이 자리를 이 위원장이 넘겨받았다. 농식품부 내에서 “김영환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그 자리를 이 위원장이 맡도록 한 것은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의 지인은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지난해 8월부터 (내년엔) 수협 감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미 7개월 전 자신의 다음 자리를 확약 받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3년 임기가 보장되는 조합감사위원장의 연봉과 각종 판공비, 퇴직적립금 등을 합치면 연간 3억 원에 육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협 감사위원 진출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도 “드디어 올 것이 온 거 같다.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수협 관계자도 “(이 위원장 위촉 당시에) ‘센 사람’이 온다는 얘기가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협력을 고려해 확실히 센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이경일 위원장은 포항 구룡포수산고를 졸업했고, 평소 선진국민연대 사람들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에서 ‘영포(영일·포항) 라인’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이 박영준 국무차장과 그를 연계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이 위원장은 평소 이영호 비서관이 (친)동생인데, ‘MB와 독대하는 사이’라며 자랑했다. 이 위원장이 선진국민연대 사람을 소개해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7월 15일 오후 기자가 확인 전화를 하자 “회의 중이라 30분 뒤 통화하자”고 말했지만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편 이영호 비서관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7월 11일 사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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