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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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요식업도 찜”

iHQ의 ‘카페 베네’, 바른손의 ‘베니건스’ … 사업다각화냐 문어발식 확장이냐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6-28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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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는 유난히 커피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커피하우스’는 아예 커피전문점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작품의 배경은 토종 커피 브랜드인 ‘카페 베네’. 2008년 초 론칭할 때부터 탤런트 한예슬을 전면에 내세워, 이른바 ‘한예슬 커피’로 유명해진 이 브랜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iHQ가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와 5월 7일 서울 인사동에 1호점을 오픈한 커피전문점 ‘스타문’은 (주)바른손이 소유주다. 최근 영화 ‘방자전’을 제작한 (주)바른손은 팬시 유통업체로 출발해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커피전문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진출하는 일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요식업에 뛰어든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자본의 불안정 때문. 2000년 이후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 자본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경기불황과 낮은 ROI(Return On Investment·투자 대비 효과) 등이 겹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자본이 거의 다 회수됐다. 이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자구책을 찾아야 했던 것.

    연예인 자산 활용, 수익은 쉐어

    드라마 제작사인 ‘투비투두’의 조성우 대표는 “커피전문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운영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각종 자산(연예인과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을 접목하면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죽’(드라마 ‘꽃보다 남자’)이나 ‘신선설렁탕’(드라마 ‘찬란한 유산’) 등 음식점 프랜차이즈가 드라마 제작 지원 및 협찬을 하면서 이른바 ‘대박’이 난 것을 직접 지켜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영향도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이문원 씨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요식업을 하는 건 일본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을 거둔 건 iHQ의 ‘카페 베네’로 보인다. 2008년 4월 서울 천호동 1호점을 시작으로 2년여 만에 220호점을 개설했다(2010년 6월 10일 현재). 카페 베네는 iHQ가 소유한 것은 아니고, 지분 참여와 마케팅 제휴 등을 통해 함께 사업을 일궈가는 형태. 즉 카페 베네의 광고에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키고 사인회 등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드라마에 카페 베네를 PPL(제품 간접광고)로 참여시키는 등 iHQ의 자산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대신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누어 가지는 것.

    이에 대해 카페 베네 최병목 차장은 “초기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iHQ와의 협업이 주효했다”고 했다. iHQ 신규사업팀 김강일 대리도 “카페 베네는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 계획도 가지고 있다. iHQ가 가진 리소스를 더욱 쏟아붓는다면 카페 베네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HQ는 앞으로 요식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요식업도 찜”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iHQ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카페 베네는 최다니엘과 한예슬 등 iHQ의 ‘자산’을 활용하고 수익을 나눈다.



    엔터테인먼트 “요식업도 찜”

    히트작 ‘방자전’을 제작한 (주)바른손은 최근 베니건스를 인수하고, 스타문 커피를 오픈하는 등 공격적으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특성상 항시적인 수입을 올리기 힘들다는 점도 이들이 요식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사실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 사업은 오랫동안 투자해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은 뒤에야 수익이 생기는데, 이 역시 투자 대비 얼마나 될지 불분명하다. 즉 잘되면 ‘대박’, 못되면 ‘쪽박’ 식으로 흥행 리스크가 큰 업종이다.

    (주)바른손 전략기획실 정진철 부장은 “콘텐츠 사업을 하는 데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커피전문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등 요식업은 안정적인 현금 수익이 생기는 것은 물론,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른손의 자회사 바른손게임즈가 2010년

    2월 오리온으로부터 베니건스를 24억 원(지분 98.6%)에 인수할 때 ‘부채 200억 원을 함께 승계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바른손은 부채보다 안정적인 수익원에 방점을 뒀다. 정 부장은 “베니건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현재 개선되는 추세”라며 “1~2년 뒤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시작한 ‘스타문’ 2호점을 베니건스 압구정점 인근에 내는 등 베니건스와의 시너지도 극대화할 예정.

    투자만 받다가 스스로 수익 창출

    요식업뿐 아니라 다양한 부업에 뛰어드는 회사도 많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지난해 12월 노래방 ‘에브리싱(everysing)’ 명동점을 개장했다. SM 관계자는 “단순한 노래방이 아니라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소장품, 스타와 함께 찍는 스티커 사진, 외식사업 등을 결합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홈쇼핑에서 돌풍을 일으킨 복근 강화기 ‘슬렌더톤’을 수입, 유통하는 (주)디비씨홀딩스 역시 광고 기획 및 연예 매니지먼트, 한류 잡지 출판 등을 주로 하는 회사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사업 다각화에 대해 연예계 관계자들은 환영한다. 조성우 대표는 “항상 투자를 받으려 했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성은 검토하지 않은 채 유행처럼 요식업 등에 뛰어드는 건 문제다. 실제로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년 만에 되팔았다. 회사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시키지 못했기 때문. 또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운영하는 요식업이 주요 상품인 음식을 개발·개선하기보다 연예인과 대중매체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에만 치우친다’거나 ‘드라마나 영화의 PPL이 지나쳐 보기 거슬린다’는 둥 우려와 불만도 적지 않다.

    이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스타벅스, 커피빈 등 해외자본에 로열티를 주는 것보단 풀뿌리 엔터테인먼트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강변하지만 논리는 궁색해 보인다. 단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부업으로만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다면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의 속사정이 아닌 질 좋은 커피와 음식, 편안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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