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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4대강 살리기 해법은 ‘천천히’

4대강 살리기 해법은 ‘천천히’

‘부산 아가씨’라 바다는 친숙하지만 강은 잘 몰랐습니다. 광안리와 해운대는 자주 드나들면서도 낙동강에 놀러 간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4대강 취재를 하면서 만난 영산강은 품 넓은 바다와 달리 도란도란 정겨운 매력이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물이 마르고 흐리멍덩하게 색이 변한 모습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산강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강 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그 기저에는 정치 성향이나 실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깔려 있었습니다. 바로 배와 사람이 줄지어 몰려들던 ‘그때 그 시절’에 대한 추억입니다.

“저그 저 하얀 것이 영산포 등대여. 하구둑을 쌓은 뒤부터 배가 드나들던 않지만, 저놈은 계속 저렇게 서 있어. 홍어다 뭐다 죄다 배에 실어 나르던 때가 있었는디…. 반대허는 사람들이 여그도 오고 그러지만, 우리는 별로 안 좋아혀.”

마을 어귀에서 만난 어르신의 말에 되물었습니다. “강을 파헤치면 영산강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데요?” 등대에 시선을 꽂은 채 어르신이 답했습니다. “긍게 천천히 하면 되것제. 마구잡이로 허면 못 쓰지. 강물은 살려야 써.”

4대강 살리기 해법은 ‘천천히’
4대강 사업은 거대하고 복잡합니다. 토목, 생태, 경제 등 여러 분야가 얽혀 전공 분야가 아니면 학자들도 실체 파악이 어렵습니다. 자연히 찬반 논란은 전문가 그룹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어려운 말’에 가려진 논란은 대중과 멀어졌고, 그들만의 논쟁 속에 공사는 말 달리듯 진행 중입니다. 이미 4분의 1 정도 진행된 공사를 중단해야 할까요, 아니면 2년 만에 후다닥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할까요. 강과 함께 살아온 시골 어르신의 “천천히 하면 되것제”라는 말에 해법이 있는 듯합니다.

입력 2010-06-28 10:36:00

  •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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