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0

2010.06.07

통신공룡 KT 이젠 ‘부동산 큰손’

오는 7월 부동산 개발 전문법인 설립…시너지 효과 기대 속 땅장사 논란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6-07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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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수익원을 만드는 사업의 발굴은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전략이다. ‘성장이 정체된 기업은 망한다’는 단순명료한 진리는 약육강식의 비즈니스 세계를 가감 없이 표현한다. 휴대전화, TV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삼성조차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전격 복귀해 ‘친환경과 건강’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2020년까지 2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을 정도다. 기업이 신규 사업에 투자를 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역시 성장성이다.

    부동산 장부가액으로만 6조 원 넘어

    통신공룡 KT 이젠 ‘부동산 큰손’

    성남시 분당구 KT 사옥.

    전체 자산 27조 원에 계열사가 27개에 달하는 KT그룹은 모기업인 KT를 중심으로 통신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산업은 그 특성상 내수 경쟁이 치열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0 방송통신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2009년 대비 약 2.8% 증가한 4951만여 명으로, 인구 대비 보급률이 101%에 달한다. 여기에 제4의 통신사 출현이 가시화되면서 통신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성장성이 떨어지는 통신산업에서 그나마 KT는 만년 2등이었다. 그것도 1등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2등이었다. 하지만 2009년

    6월 1일 KT와 KTF가 합병한 이후,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유선과 무선이 단절된 네트워크에서 통합 네트워크로,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및 융합 서비스 증심으로 패러다임 변화에 발 빠르게 맞춰간 것이 주효했다.



    여세를 몰아 KT는 부동산 개발사업이라는 새로운 수입원 발굴 카드를 꺼내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오는 7월 부동산 개발 전문법인을 설립해 보유한 토지와 건물의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 부동산 자회사의 구체적인 형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나왔다. 부동산 개발 전문법인은 KT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형태로 만들고, 초기 자본금은 100억 원 수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신설법인에 필요한 대부분의 인력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문성을 감안해 외부 전문가로 충당할 계획이다. 최고경영자(CEO)도 공모 중”이라고 밝혔다.

    KT의 부동산 개발 전문법인은 우선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첫 대상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쓰는 광화문 사옥 뒤쪽으로 지하 7층, 지상 23층 규모의 청진동 신축사옥을 만들고, 2012년 말 이곳이 완공되는 대로 광화문 사옥 재건축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영등포지사의 주차장 공간은 아파트형 공장으로 바꾼다. 현재 이곳 주차장은 한진택배가 물류창고로 이용 중인데, 지난 4월 말 임대 기간이 끝나 이를 아파트형 공장으로 개발한 뒤 임대하기로 했다.

    통신공룡으로 불리는 KT가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든다는 말에 생소해하는 이도 있겠지만, 사실 KT는 ‘부동산 큰손’이다. 전국에 보유한 전화국, 전산센터 및 건설지원센터, 연수원, 본사 및 지사 부지 등을 합하면 국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동산 보유기업이다. KT가 보유한 토지와 건물의 자산가치는 공시지가와 장부가액 기준으로 봐도 6조 원이 훌쩍 넘는다. 실거래액으로 치면 수십조 원에 이른다.

    그간 KT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로 건물과 유휴부지를 임대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용도로 빌려주고 임대료와 개발수익을 얻는 소극적인 형태에 그쳤다. 2005년 전문임원제를 도입하면서 삼성에버랜드 엔지니어링 임원을 지낸 문기학 씨를 KT 자산관리실 부동산 담당 상무보로 임명한 적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개발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KT의 부동산사업 관련 매출은 2007년 2182억 원을 기록한 뒤 2008년 2458억 원, 2009년 2869억 원으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체 자산가치에 비해 발생 수익은 적은 편이다. 자산관리 담당자가 부동산 개발 전문가가 아닌 데다 관리해야 할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더욱이 KT와 KTF가 합병하면서 효율적 자산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KT 관계자는 “본사와 계열사 간의 시너지 찾기에 집중하면서 부동산 개발 전문법인 얘기가 나왔다. 이전에도 KT와 KTF가 합병을 하면서 중복되는 지점을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헐값에 취득 vs 적정가치 평가”

    해외에서도 통신기업이 부동산 개발에 나섰던 선례가 있다. KT가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이하 BT)의 경우, 영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자산의 70%를 처분해 그 매각대금으로 채무상환에 대응한 바 있다. 2001년 초 BT는 부채가 300억 파운드(약 60조 원)에 달하자 채무상환을 위해 영국 내 20억 파운드(약 4조 원) 상당의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모두 7500개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이뤄진 BT의 자산매각은 당시 영국의 사상 최대 규모 부동산 매각으로 기록됐다.

    업계에선 KT가 단지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KT는 부동산 개발사업 경험을 u시티산업에 접목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KT는 국내 최대 네트워크 사업자로 일찌감치 u-시티 구축을 차세대 사업으로 선정했다. u-시티란 IT 기술 및 서비스를 주거·경제·교통·시설 등 도시의 다양한 구성요소에 접목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정보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미래형 첨단 도시를 말한다. 이미 KT는 경기도 용인 흥덕, 화성 동탄 u-시티사업에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의 파주 u-시티 구축사업까지 수주했다. 부동산 개발 노하우를 쌓으면 u시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일각에선 KT가 부동산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통신산업은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이다 보니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민영화가 되기 전까지 통신회사를 공기업 형태로 만들어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 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산을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사실 KT가 가지고 있는 토지와 건물 대부분이 공기업 시절 거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취득한 것 아닌가. 헐값으로 보유한 부동산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은 땅장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KT는 “말이 안 된다”며 저평가 논란은 이미 해명이 됐다고 반박한다. KT 관계자는 “싼 가격에 불하받았다고 하지만 증시상장과 민영화를 거치면서 적정가치로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산가치가 상승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땅장사 논란을 일축했다.

    KT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부동산 개발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T 안팎에선 벌써부터 이석채 회장이 금융과 건설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통신공룡 KT가 통신산업을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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