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7

2010.05.17

뒤죽박죽 생체시계 건강과 행복 고장 낸다

경희대 의대 조세형 교수 “21세기 만성질환 예방 8시간 수면 취해야”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5-17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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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죽박죽 생체시계 건강과 행복 고장 낸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있고 몇주 후인 4월 15일, 해상에서 초계임무를 하던 해군 3함대 사령부 소속 링스헬기 1대가 추락했다. “군 기강에 문제가 있다”는 질책의 소리도 있었지만, 당시 군 전문가 사이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군인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와 업무가 가중되면서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교란돼 벌어진 사건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그는 올림픽에 한 달여 앞서 열린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 불참했다. 캐나다에서 훈련하던 그가 머나먼 우리나라의 전주까지 이동해 경기를 치르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면 생체시계가 교란돼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연아 선수가 전주에 오지 않은 이유

    뒤죽박죽 생체시계 건강과 행복 고장 낸다
    요즘 생체시계가 이슈다. 건강관리의 개념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겨지면서, 개개인의 생체시계에 따른 ‘맞춤형’ 건강법에 관심이 높아진 것. 그렇다면 생체시계란 무엇인가. 하루, 즉 24시간 주기로 살게 만드는 우리 몸속 시계를 말한다. 이는 두개골 깊숙이 묻혀 있는 콩알만한 크기의 기관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멜라토닌’에 의해 지배, 조절된다. 24시간 자전 주기, 1년 공전 주기를 갖는 지구 환경에 생명체가 수십억 년에 걸쳐 적응한 결과가 바로 생체시계인 것. 오랫동안 사람들은 하루 주기의 생리 변화가 지구 환경에 대한 수동적 반응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밤낮의 변화를 전혀 감지할 수 없는 깊은 동굴에서 지내더라도 우리는 몸속 생체시계에 의해 24시간을 주기로 잠에서 깨어나고, 밥을 먹고, 일을 하며, 다시 잠이 든다.

    경희대 의대 생체시계연구실 조세형 교수(사진)는 국내 생체시계 연구의 1인자로 꼽힌다. 5월 12일 오전 연구실에서 만난 조 교수는 “생체시계는 건강 및 삶의 질과 직결된다”며 “이를 알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는 생체시계를 무시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현대 문명의 발달 때문이죠. 하지만 밤에 빛에 노출되면 항산화 등 우리 몸에 좋은 기능을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돼 각종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요. 인간에게 밤은 안정, 휴식, 회복의 시간이며 이때 성장, 생식, 면역 등이 생겨나는데, 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수면장애는 물론, 우울증 같은 각종 정신질환과 암,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노화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갈수록 생체시계를 거스르는 생활을 한다. 야근은 기본이고, 과로와 만성적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또 비행기를 타고 다른 시간대를 넘나드는 일도 잦다. TV와 인터넷의 발달은 잠자고 휴식해야 할 밤 시간대에 할 일을 만들어줬다. 기자 역시 새벽 2시에 자고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난다. 평균 수면시간 5시간 30분.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8시간보다 2시간여 덜 잔다.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은데, 이상하게 오전에 만나면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생체시계가 뒤로 늦춰졌는데, 거기에 맞는 생활을 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새벽 2시에 자는 사람은 오전 10시에 일어나는 게 생체시계에 따른 정상적인 생활입니다. 밤 12시 전에 자는 사람이 오전 7시에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러므로 새벽 2시에 자는 사람에게 오전 10시는 오전 7시나 다름없습니다. 생체시계가 3시간 뒤로 늦춰졌는데 그 시계에 따라 살지 못하니 오전에는 늘 졸리고 피곤하고, 그 결과 학업이나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입니다.”

    뒤죽박죽 생체시계 건강과 행복 고장 낸다
    생체시계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자신의 생체시계를 파악하는 기준은 바로 수면시간. 은 밤 11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사람(즉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일주기 리듬)의 생체시계다. 하지만 수면시간이 늦어진다면, 생체시계가 전체적으로 뒤로 미뤄졌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대다수 도시인은 생체시계가 뒤로 미뤄진 이른바 ‘저녁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시계에 맞춰 생활만 한다면 건강에 큰 탈은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이런 생체시계에 맞춰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 그러다 보니 수면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 교수는 “잠은 8시간, 적어도 7시간은 반드시 자야 한다”며 “미뤄진 생체시계를 조금씩 앞당기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심야근무자나, 근무시간이 수시로 바뀌는 교대근무자는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야 할까. 심야근무자의 경우 자신의 생체시계에 맞는 생활을 ‘꾸준히’ 한다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단, 일하는 곳을 밝게 해 몸이 낮 시간으로 인지하도록 하고, 낮에 휴식을 취할 때는 집을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심야근무자 꾸준한 스케줄 유지를

    교대근무자는 생체시계가 수시로 교란되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 이 경우 교대할 때 시간대가 뒤로 밀리는 것이 그나마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인간의 생체시계는 시간대가 뒤로 늦춰지는 것이 훨씬 쉽고 편안하기 때문. 또한 4조 3교대처럼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교대근무 스케줄을 짜는 것이 좋다.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단기간 해외 출장을 갈 경우에는 굳이 생체시계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즉 시차적응을 억지로 하지 말고) 한국 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이 맑은 시간대에 미팅 약속을 잡는다.

    현재 조세형 교수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활동시간대와 휴식시간대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반응이 어떻게 다른지, 왜 달라지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또 콜레스테롤 대사 조절에 생체시계가 어떤 구실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는 “생체시계에 대한 연구는 시간치료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생체시계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은 물론, 언제 약물을 투여해야 효과가 높은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조목조목 밝혀진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체시계에 따른 질병 관리

    운동이 보약 … 기회가 되는 대로 몸 움직여라!


    는 질병마다 발병하거나 증세가 심해지는 특정 시간대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뇌경색은 새벽 2시, 심근경색은 오전 10시에 많이 발병하고 증세 또한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심근경색, 뇌졸중,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을 앓는다면 아침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면 골관절염, 섬유근통 등은 오후 4~6시에 심해지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질병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 그림에 나타난 특정 시간대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특히 운동은 질병을 예방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이나 밤 11시 이후만 피한다면 낮 시간대에는 언제 해도 괜찮다(질병이 심각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현대인은 신체 활동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시간대든 기회가 되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특히 에서 보듯 오후 6시쯤에는 심폐 기능과 근육 힘, 유연성이 최대치를 보이기 때문에 오후 시간대(15시 30분~20시 30분)에 하는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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