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6

2010.05.10

양식 해산물 팔고 바가지 씌운다고?

소래시장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05-10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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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식 해산물 팔고 바가지 씌운다고?

    수도권에서 소래시장처럼 싱싱한 해산물을 확보할 수 있는 어시장은 없다.

    한 포털 사이트에 ‘팔도식후경’이란 칼럼을 1년 넘게 연재하고 있다. 지역 특색이 강한 농수산물을 취재해 글을 올리는데, 최근 ‘소래 꽃게’를 게재하니 누리꾼이 와글와글 말이 참 많다. 소래는 더럽고 복잡하며, 대부분 양식 해산물을 팔고 바가지를 씌우기 때문에 언론에 소개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소래를 자주 찾는 나로서는 이해가 가는 대목도 있지만 재래 수산시장의 특성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먼저 소래 해산물이 대부분 양식이라는 소문은 크게 잘못됐다. 소래포구에는 50여 척의 어선이 있다. 그 배들이 수시로 바다에 나가 조업을 한다. 바다로 나가는 수로가 좁고 수심이 낮아 배들은 작고, 따라서 다 당일치기 어업을 한다. 쉽게 말해 싱싱한 해산물이 올라온다는 뜻이다. 포구 옆에는 수협위판장이 있다. 여기서 경매를 거쳐 상인들의 손에 들어간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배에서 내려 상인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두어 시간 걸린다. 수도권에서 이처럼 싱싱한 해산물을 확보할 수 있는 어시장은 없다. 물론 구색을 갖추기 위해 상인들이 타지의 해산물을 가지고 오고, 이 속에 양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만 정확히 알면 싸고 싱싱한 ‘당일치기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2010년 5월 현재 소래시장에서 먹을 만한 것은 꽃게와 광어다. 봄에는 암꽃게가 제철인데 지난겨울 대풍어의 영향으로 가격이 싸다. 그리고 올봄에는 광어가 많이 잡힌다. 다 자연산이다. 치어를 뿌려 그 효과를 보고 있다는 말이 있다. 배에서 내리는 대형 자연산 광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노량진시장에서도 귀한 것이 눈에 자주 띄었다. 여러 명이 팀을 꾸려 가면 대형 자연산 광어를 싸게 먹을 수 있다.

    소래시장에서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은 풍문일 뿐이다. 소래는 바가지를 씌울 수가 없는 장터다.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상인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계속 호가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들어가 50m만 걸으면 가격이 다 나온다. 이런 동네에서 바가지를 썼다면 정말 멍청한 소비자이고, 바가지 씌운 상인은 천재라고 봐야 한다. 시장이니 해질녘에 가면 확실히 싸지만, 이를 기준으로 평소 가격을 바가지라 하면 안 된다.

    소래가 더럽다는 말은 일부 맞다. 바닥이 바닷물로 질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시장은 다 그렇다. 바닥에 바닷물 없는 어시장은 이 세상에 없다. 이게 싫으면 어떤 어시장도 싫을 것이다. 청소부들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상인들도 뒷정리를 잘한다. 누가 하든 이렇게 복잡한 어시장에서 그 정도면 청소도 잘된 편이다. 다만 쏟아지는 양에 비해 치우는 인력이 부족해 보이긴 했다.

    복잡하다는 것은 정말 복잡한 문제다. 소래의 해결과제 1순위는 주차공간 확보다. 그러나 시장 안에서 복잡한 문제는, 그냥 두었으면 한다. 낮은 지붕 아래로 바다가 언뜻언뜻 보이는 골목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 복잡함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 이걸 현대화한다고 속초 동명항, 강화 후포처럼 건물 짓고 지붕 씌우면 안 된다.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이란 게 있지 않은가. 외국의 복잡한 재래시장은 흥미로워하면서 우리의 재래시장은 복잡하다고 투덜대는 것을 나는 정말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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