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6

2010.05.10

장관급 파워 … “상임위원장 나요, 나”

18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임박 … 국토해양위, 지식경제위 등 물밑경쟁 가열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5-10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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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급 파워 … “상임위원장 나요, 나”
    18대 국회의 임기가 절반이 지났다. 5월 말이면 국회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 위원장의 2년 임기가 끝난다. 원내 교섭단체들이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이를 앞두고 벌써부터 인기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국회 상임위는 모두 16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지난해 11월 18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임위 선호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기 상임위원회 상위 5’는 국토해양위원회(국토위·35.7%),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18.9%),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14.3%),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13.9%),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13%)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의 민원 해결 가능성이 높거나, 이슈를 다뤄 매스컴을 자주 타는 상임위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처럼 선호도 차가 있다 보니 의원 배정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 신청 의원 수가 초과하거나 미달하기도 하고,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다툼도 벌어진다.

    16개 상임위 다선 의원들 ‘필수 코스’

    상임위원장은 말 그대로 상임위의 대표 자리다. 대내적으로 회의를 이끌어가고 장관급 대접을 받는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권한도 적지 않다. 산하 정부기관과 관련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정치인으로서 경력 쌓기에도 용이하다. 월 1000만 원 가까운 보조활동비가 지급돼 정치인으로서 활동폭도 넓힐 수 있다.



    상임위원장은 통상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선 수, 나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드물지만 불복하면 경선을 거치기도 한다. 5월 중순 원 구성이 끝나야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후보들은 벌써부터 원하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흘리며 작업에 들어갔다.

    국토위는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관련 현안이 많다. 현안을 해결하며 지역을 직접 돌볼 수 있고 결과물을 내기에도 좋아 지방이 지역구인 의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게다가 18대 국회는 4대강 사업, 세종시 등 굵직한 이슈들이 걸려 있다.

    한나라당 몫인 국토위원장에는 장광근(3선) 의원이 유력하다.

    안경률(3선) 의원과 송광호(3선) 의원도 물망에 올라 있다. 원내대표 출마를 포기한 안 의원은 국토위원장 또는 행정안전(행안)위원장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송 의원이 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장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걸려 있어 친이직계가 아니면 국토위원장을 맡기 힘들다. 안 의원은 전반기 행안위에서 활동해 행안위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경위는 정치 현안은 적지만 전통적인 인기 상임위다. 기업과 산업 전반에 대한 법률과 정책을 관리해 경제통들이 특히 선호한다. 민주당 몫인 지경위원장으로는 김영환(3선) 의원이 유력하다. 같은 3선인 송영길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줄었다. 김 의원실의 이희순 보좌관은 “김 의원은 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이다. 지역구인 안산에 중소기업도 많다. 선 수와 나이대로 간다면 거의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김성순(2선) 의원도 지경위원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당초 교과위원장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봉겸 보좌관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어디서 나온 정보인지 모르겠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김 의원이 지경위를 희망하는 것은 민주당 몫의 유일한 경제 관련 상임위이기 때문. 김 의원은 보건복지 분야에도 관심이 많지만, 보건복지위원장은 아직 어느 당에서 맡을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반기에는 자유선진당 몫이었지만, 자유선진당이 원내 교섭단체의 지위를 잃으면서 내놔야 할 처지다.

    김 보좌관은 “김영환 의원이 과기부 출신이라 오히려 교과위원장을 하면 괜찮을 듯한데 지경위를 고집하는 것 같다. 2선이긴 하지만 김 의원이 나이를 고려하면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몫인 외통위는 소속 위원 대부분이 재선, 3선이다. 위원장으로는 4선인 남경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남 의원은 오랜 미국 경험과 국제 현안에 대한 관심으로 외통위원장을 1순위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또 문방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장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남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남 의원이 지역구인 수원 화성 복원에 대한 의지가 커 문방위원장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보건복지위는 생활밀착형 현안을 고민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남 의원 외에 문방위원장 후보로는 언론인 출신 정진석(3선) 의원과 문방위 소속인 정병국 사무총장(3선) 등이 거론된다. 문방위는 방송통신에 언론과 국민 모두 관심이 높아 이슈를 선도하기에 유리하다. 특히 하반기에는 종합방송편성 사업자 선정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 최고 핫 상임위로 꼽힌다.

    차기 의장엔 박희태·홍사덕 의원 거론

    정진석 의원은 “위원장 후보 가운데 언론인 출신은 본인이 유일하며, 의정활동 대부분을 문방위에서 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선으로는 정보통신위원장을 고려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병국 의원은 사무총장을 하고 있어 겸직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교과위는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교육정책을 다뤄 대국민 접촉도가 높다. 학교 체육관, 급식시설 등 학부모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어 지역을 돌보기에도 좋다. 민주당 몫인 교과위원장 후보로는 최인기(2선), 오제세(2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농림수산부 장관 출신인 최 의원은 농수산위원장이나 교과위원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 의원실의 이백희 보좌관은 “오 의원의 지역구인 청주가 교육도시라 교과위원장을 희망한다. 민주당은 3선이 많지 않아 지경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는 갈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월 7일 현재 한나라당 원내대표로는 김무성 의원이 확정됐고, 5월 7일 경선을 치르는 민주당 원내대표로는 박지원(2선) 의원과 김부겸(3선) 의원이 유력하다. 차기 국회의장으로는 박희태(2선)·홍사덕(6선) 의원이, 국회부의장으로는 정의화(4선)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야당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김영진·박상천(5선), 이미경(4선), 홍재형(3선) 의원 등이 꼽힌다. 상임위원장은 6월 초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협의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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