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3

2010.04.27

3년 양육 못하면 30년 고생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4-20 09: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유병률이 6~8%에 이른다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취재가 저에겐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어요. ADHD 아이를 둔 부모, 특히 엄마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산만한 데다 과잉행동과 충동성까지 보이는 아이를 하루 종일 돌보다 보면 엄마마저 신체적, 정서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워요. 실제로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정신과 홍현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의 ADHD 증상이 엄마에게 우울증을 유발하며, 이 우울증은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취재 중 만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에게 처방된 약을 엄마가 먹는 일이 많다”고 했어요. 아이 때문에 ‘열받아’ 있는 엄마가 ‘차분하게 해주는’ 약을 먹으면서 안정을 취한다는 거지요. 되도록 약물치료를 지양한다는 한 상담치료사도 “아이 때문에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면, 아이에게 약물치료를 권하기도 한다”고 귀띔했어요.

    이렇게 아이와 부모를 힘들게 하는 ADHD의 원인은 과연 뭘까요? 안타깝게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의학계에서는 엄마가 임신 당시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흡연, 음주를 할 경우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지요.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일하는 엄마가 늘어난 것이 ADHD 아동의 증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어요. 아무래도 직장생활로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을 테니까요.

    3년 양육 못하면 30년 고생
    ‘일하는 엄마’는 임신 기간에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릴 뿐 아니라, 출산 후에도 육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명지대 아동심리치료학과 선우현 교수는 “아이에게 모든 정성을 쏟는 시기는 생후 최대 3년이면 된다. 이때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 아이는 이후 엄마가 직장생활로 조금 소홀해져도 크게 나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 3년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면 이후 30년을 고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임신 기간을 포함해 4년 동안만 엄마가 양육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 아이의 건강은 물론 직장과 사회,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댓글 0
    닫기